▣ 배경록/ 한겨레21 편집장 peace@hani.co.kr
연쇄 살인사건 같은 굵직굵직한 뉴스의 홍수 속에 살다 보면 사회적 이슈가 됐던 뉴스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관심 밖이 되기 십상이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그런 뉴스의 출처를 당연히 신문이나 방송쯤으로 여기게 마련이다. 그러나 시사 잡지들이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내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그런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얼마 전,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이 내려진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이 그런 경우에 해당된다. 이 이 사건을 처음 보도한 것은 2001년 2월(345호)이다. 인권과 소수자 문제에 관심이 많은 신윤동욱 기자가 ‘여호와의 증인’ 신자들이 왜 병역 의무를 거부하는지를 깊이 있게 다루면서 논란은 시작됐다. 3년여에 걸친 우리 사회의 뜨거운 논쟁을 감안하면, 당시 이 기사는 의 표지이야기나 특집쯤으로 실렸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이 기사는 지금도 이 다루고 있는 ‘마이너리티’라는 코너에 ‘차마 총을 들 수가 없어요’라는 제목의 2쪽짜리 기사로 다뤄졌다. 오래된 독자들께서는 옛 기억이 새록새록 나실 것이고, 새로운 독자들께서는 설마 하며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실 것 같다.
여하튼 우리 사회의 ‘양심적 병역거부’ 논쟁은 그렇게 시작됐다. 이어 이듬해 1월 ‘여호와의 증인’이 아닌 오태양씨가 처음으로 병역거부를 선언해 불을 당긴 지 2년여 만에 마침내 대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이 사건을 처음 보도해서가 아니라 양심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고 대체복무라는 보완장치가 있다는 점에서 대법원 판결은 실망스럽지만 사법부의 판단인 만큼 존중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인 위헌제청 사건의 결정을 목전에 두고 있고 일부 국회의원들이 대체복무 관련 법안을 올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하니 그나마 위안으로 삼게 된다. 대법원 판결에서도 양심의 자유는 존중돼야 하고 대체복무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던 만큼 위안은 현실로 성큼 다가오고 있는 느낌이다. 헌재 결정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이 존중되고 양심의 자유가 제한받지 않는 성숙한 사회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몇해 전, 영국 작가 사라 버튼이 쓴 이란 책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 책은 돈과 명성을 좇아 업적과 지위를 가로채는 사칭 범죄자들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기 위해 창조적인 사칭으로 삶을 바꾼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사라 버튼은 이런 창조적인 사칭을 “자신들이 실패자로 태어난 세계를 변화시킬 수 없었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며 자신들을 변화시킨 것”이라고 해석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분명 ‘자신을 바꿀 수 없어 사회를 바꾸려는 사람들’이다. 자신을 바꾸려는 사람들만이 사회를 바꾸려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감싸안을 수 있지 않을까. 그들은 우리에게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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