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영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kimmy@hani.co.kr
‘서울의 남자’는 괴롭다. 아니 간지럽다. 왜? 남들이 뭐라고 하든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애기야~”라고 불러줘야 하기 때문에. 텔레비전 드라마 에서 박신양이 김정은에게 던진 ‘애기야 가자’라는 말에 여성 팬들은 자지러졌다. ‘박신양의 애기’가 되고 싶은 마음을 자신의 애인에게 대신 요구하는 걸까?
최근에는 시청률이 50% 고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단다. 주요 시청층은 여자. 가난한 여자가 재벌 도련님과 사랑에 빠지고 결혼에 성공한다는 전형적인 ‘백마 탄 왕자’와 ‘신데렐라 이야기’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어린 시절 즐겨 읽었던 ‘왕자와 공주가 나오는 동화’의 추억 때문일까, ‘갖지 못할 환상’에 대한 미련 때문일까. 어쨌든 에 열광하는 네티즌은 드라마 폐인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말 그대로 신드롬이다. 주제가인 도 동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다음(www.daum.net/cafe)에 개설된 관련 카페만 647개에 달한다. 공식 홈페이지(http://tv.sbs.co.kr/paris) 게시판에는 시청소감, 명장면과 명대사 등 30만건에 가까운 네티즌의 의견이 올라왔다.
박종건씨는 “가슴에 와 닿는 파리의 연인, 정말 재미있고, 행복하다”고 썼다. 박영숙씨는 “감동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고, 너무 멋진 장면이 많아 무엇부터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주인공들의 연기는 어떤 최고의 감탄사로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완벽하다. 파리의 연인은 2004년 최고의 드라마”라고 소감을 남겼다.
하지만 늘 똑같은 이야기 때문에 인터넷 게시판에는 ‘식상함’에 대한 불만 글도 눈에 띈다. 김여숙씨는 “돈 많은 주인공을 선택하는 신데렐라 드라마, 식상한 줄거리, 뻔한 결과”라며 “이런 건 할 일 없는 애들이나 보는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탁성미씨도 “주인공 남녀와 그 사이를 방해하는 주변 인물을 등장시켜 삼각관계, 사각관계를 설정하는 한국 멜로드라마의 전형”이라며 “이제 이런 구식 스토리를 넘어설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물었다.
한편, 여성포털 사이트 마이클럽(www.miclub.com)의 마이보드 게시판에는 12일 ‘파리의 연인’의 마지막을 예고하는 듯한 시나리오가 한편 올라와 네티즌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제작진은 “인터넷에 올라온 내용은 가짜다. 드라마 결말은 파리에서 이미 찍고 왔지만 밝힐 수는 없다. 이런 시나리오가 올라온 것은 팬들의 관심이 그만큼 크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에서 까지. 온라인은 새로운 드라마 팬덤을 만들고, 줄거리까지 영향을 미치는 문화권력으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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