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진짜 총을 쐈을까.”
‘대통령 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와 ‘국방부 허원근 일병 사망사건 특별진상조사단’(국방부 특조단)의 ‘진실게임’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진실은 하나인데 양쪽의 기억은 전혀 다르다. 각자가 자기 처지에 맞게 진실을 변형하고 재구성한다는 ‘이론’은 여기에도 적용됐다.
논란의 바탕에는 지난 1984년 부대 안에서 머리와 가슴에 총탄을 각각 1발과 2발을 맞고 숨진 채 발견된 허원근 일병 사건이 깔려 있다. 애초 진실게임의 1라운드는 2002년 가을, 의문사위가 제기한 ‘타살 의혹’과 국방부 특조단의 ‘자살 결론’의 충돌이었다. 허 일병이 방아쇠를 당긴 것인지, 누군가 허 일병에게 총을 쏜 것인지, “누가 총을 쐈느냐”는 논란의 핵심이었다.
2년 뒤, 진실게임 2라운드의 막이 올랐다. 의문사위가 국방부 특조단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이번 논란의 중심에도 총기가 있다. 의문사위쪽 조사관들은 특조단 수사관 출신 군인이 의문사위 조사관에게 권총을 쏘는 등 협박과 조사 방해를 했다고 폭로했다. 당사자인 ㅇ상사는 “가스총이었고, 불법으로 가택에 침입한 조사관들을 체포하려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에 앞서 의문사위는 지난 3월 특조단장이던 정수성 1군 사령관이 “조사 결과를 먼저 알려주지 않으면 죽을 줄 알라”며 협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의문사위는 또 특조단이 허 일병 사건을 재조사하면서 자살 결론과 어긋나는 진술은 의도적으로 빠뜨렸다는 은폐 의혹도 함께 제기했다. 국방부는 발끈했다. 국방부는 “2기 의문사위는 진실을 밝히지 못한 채 본질과 다른 특조단 조사 과정의 문제점을 부각시키고 있다”며 합동 공개 조사까지 제의한 상태다.
2002년 가을, 석달 동안 잠깐 활동했던 특조단은 이렇게 다시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그는 조사관에게 정말 권총을 쏘며 위협했을까. 궁금하다. 하지만 허원근 일병에게 누가 총을 쐈는지가 더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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