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신행정수도 입지로 사실상 확정된 충남 ‘연기·공주’ 가운데 공주시 장기면 일대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행정수도 건설 ‘백지계획’을 세울 당시 유력한 후보지로 점지했던 자리로, 오래 전부터 행정수도 바람이 한두 차례 휩쓸고 지나간 곳이다.

“다 끝난 거여. 더 볼 것도 없지유. 여그가 한양 지세를 그대로 옮겨놓은 곳인디.” “이거, 우리집에도 있는데 자네도 갖고 있었나.”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1월 기자가 찾아갔을 때 장기면 사람들은 누렇게 바랜 옛 신문기사 스크랩을 집안 보물처럼 호주머니에 구깃구깃 넣어갖고 다녔다. 백지계획을 비사(秘史)로 다룬 1980년대 어느 신문기사였다. “박통 때 이미 조사를 다 해서 여기 땅 속 몇m 지점에 돌이 있는지까지 파악했다는데, 그러니까 장기로 수도를 옮기면 예산도 절감될 것 아녀.” “근데 방송에서 보니까 옛날에 정했던 것 다 무시하고 원점에서 새로 평가한다던데….” 한쪽에는 들뜬 기대가, 다른 한쪽에는 이번에도 좌절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교차하던 장기면이 이번에 결국 후보지로 확정된 것이다.
“서울을 빼닮은 듯하다”는 장기면은 천태산을 주산으로 오른쪽에 백호 격인 갈매봉이, 왼쪽에는 청룡 격인 국사봉이 중심지를 감싸안고 있다. 앞뜰에는 금강이 흐르고 동쪽에는 대평뜰이 널찍하게 펼쳐진다. 남쪽에는 서울의 남산 격인 장군봉이 연봉을 거느리고 있다. 장군봉 동곡산은 조선 개국 뒤 환도지를 찾을 때 무학대사가 올라가 내려다보고 “내가 찾던 곳이 여기로구나”라고 소리쳤다 해서 ‘무학봉’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또 용이 숨었다는 은용리(隱龍里)가 있을 만큼 장기면은 비룡은산의 형세를 갖추고 있다.
행정수도 후보지 평가 결과가 발표된 지난 7월5일, 장기면에는 방송사 카메라 등이 아침 일찍부터 와서 진을 치고 있었다. 그러나 그 흔한 꽹과리 소리 하나 없이 장기면은 조용했다. 장기 부동산 관계자는 “행정수도가 들어서면 연기군 남면이 중심이 되고 장기는 10km 이내에 ‘포함되는’ 지역이 될 것”이라고 나름대로 전망했고, 장기면 사무소쪽은 “앞으로 상황 전개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가열되는 상황이라서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고, 공주·대전·조치원 등 배후도시 주민들한테는 호기이지만 정작 장기면 사람들은 고향을 떠나야 하는데다 건축, 토지거래 제한으로 재산권 행사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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