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경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yami@hani.co.kr
고 김선일씨의 피살 소식에 네티즌들이 울었다. 분노했다. 네티즌들은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를 추모 분향소로 바꿨다. 추모 아바타와 리본을 달아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포털사이트와 언론들도 앞다퉈 사이버 분향소를 만들고, 슬픈 네티즌들의 마음을 한 곳으로 모으고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추모 분향소에는 6월28일 현재 이미 20만명이 다녀갔다.
민중가요 작곡가 윤민석씨는 김씨의 죽음을 슬퍼하며 ‘제망부가’를 만들어 국민을 버린 정부를 비판했다. “더러운 힘에 무릎 꿇은 조국이 그대를 버렸다 해도 용서하시라 못난 조국을 용서하시라 ♬ 못난 우리를 그대의 목숨 앗아간 이들까지 부디 다 용서하시라 ♪… 새 하늘 새 땅에서 살아오시라.”
“살려달라”고 절규하던 김씨의 마지막 생존 장면을 판화로 만든 판화가 최병수(45)씨도 “너무 마음이 아파서 시작하게 됐다”면서 “이 사건은 정부가 낭떠러지로 잘못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외침은 공허했다. 김씨가 피랍돼 생사의 갈림길을 넘나들 때 정부는 “파병 입장 변함없다”고 선언했다. 그가 죽는 날까지도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어 여전히 ‘파병 강행’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결국 그는 그토록 오고 싶어하던 고국에 지난 26일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왔다. 정부에서 한 일이라곤 장례 절차와 보상 문제를 얘기한 것뿐이다. 네티즌들은 이같은 정부의 태도를 두고 “자국민의 안전보다 미국의 침략전쟁에 들러리 서는 이라크 파병이 더 중요하냐”고 따졌다.
외교통상부(www.mofat.go.kr)와 청와대(www.president.go.kr) 홈페이지는 성난 국민들의 함성으로 가득하다. 청와대 홈페이지도 추모글과 조화를 그려놓았지만, 성난 네티즌들은 ‘무능한 정부’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일부 네티즌은 노무현 대통령이 김선일씨를 죽였다고 흥분했다.
“김선일씨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직접 당사자는 파병 뜻을 굽히지 않는 노무현이다.”(청와대 게시판, 네티즌 ‘대한민국’) 외교통상부 홈페이지에 글을 남긴 네티즌 ‘권혁민’은 “제2의 경술국치”라면서 “미국에 외교권을 다 넘겨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결국 네티즌이 나섰다. 고 김선일씨의 뜻을 받아들여 촛불을 들었다. 한토마 게시판에 처음으로 촛불시위를 제안한 곽철훈(46·자영업)씨는 이렇게 말했다. “김선일씨 죽음은 우리의 죽음이다. 참여정부라면 국민이 소망하는 평화적인 원칙을 지켜 국민의 뜻과 반대되는 이라크 파병을 중단해야 한다.”
통한의 ‘제망부가’는 아직도 인터넷을 떠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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