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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공간] ‘서민의 발’ 거듭나는가

등록 2004-07-02 00:00 수정 2020-05-03 04:23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새 옷을 갈아입은 서울 시내버스는 과연 ‘서민의 발’로 거듭 태어날 수 있을까. 서울시와 시내버스 회사들은 요즘 수능시험을 앞둔 고3 수험생처럼 가슴이 설렌다. 2년여 동안 ‘불철주야’ 준비해온 새 시내버스 시스템에 대한 ‘성적표’가 곧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7월1일부터 새 번호판을 달고 등장할 서울 시내버스가 앞으로 상당 기간 혼란을 일으킬 것은 당연하다. 수십년 동안의 관행을 하루아침에 바꾸는데 어찌 ‘잡음’이 없을 수 있겠는가. 그 혼란을 최소화하는 게 서울시와 버스회사들의 임무다. 서울시 교통기획과 정수영 팀장은 “시민들의 혼란은 한동안 불가피하지만, 새 시스템에 익숙해지면 정말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체계임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서울시는 시민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화(080-800-5656)와 인터넷(www.bus.seoul.go.kr)으로 바뀐 번호와 노선을 안내해주고 있다. 정 팀장은 “평소 자주 이용하던 버스의 바뀐 정보를 미리 파악하면 버스 이용에 전혀 불편이 없다”며 시민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새 시내버스 시스템은 그야말로 우여곡절 끝에 탄생했다. ‘물 좋은’ 노선을 서로 차지하려는 버스회사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게 가장 힘든 작업이었다. 높은 이윤이 보장된 노선은 일종의 사유재산처럼 ‘상속’되기도 했는데, 서울시는 이번에 노선권을 버스회사들로부터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버스회사들은 처음에는 반발했지만, 시민단체들의 합리적인 요구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다. 경실련과 서울YMCA 등 시민단체들이 참가한 버스개혁시민위원회의 ‘압력’에 버스회사들도 결국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통합요금 체계로 손해를 보는 시민들도 일부 있지만, 사회통합과 공익 차원에서 널리 이해해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 시내버스 시스템의 성공 여부는 시민들의 ‘이해’보다 서울시와 버스회사들의 ‘노력’에 달려 있다.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에 따라 새 시스템의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 시민들은, 당국이 성의를 다했지만 어쩔 수 없이 빚어진 ‘혼란’은 참겠지만 한순간의 ‘무성의’는 결코 참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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