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영/ 기자 kimmy@news.hani.co.kr
네티즌이 민주주의 역사를 다시 썼다. 결국 네티즌이 승리했다. 인터넷은 지금 축제 중이다.
지난 3월12일 국회의 탄핵 사건 이후 불붙기 시작한 네티즌의 정치행동은 17대 총선으로 이어졌다. 5·16 군사 쿠데타와 공화-민정-민자-신한국-한나라당으로 이어져 내려오던 주류 의회 권력을 43년 만에 바꿨다.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의 국회 입성도 성사시켰다.
네티즌들은 지난 2002년 대선 때도 선거 초반부터 20~30대 투표 상황을 인터넷에 전하면서 젊은층의 투표 참여를 독려해 노무현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선거에서도 네티즌들은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네티즌들은 선거 전부터 노회찬, 전여옥, 유시민 등의 어록을 퍼나르며 총선 분위기를 달궜다.
또 스스로 ‘무적의 투표부대’임을 자처하며 패러디 포스터, 게시판 댓글, 블로그와 미니홈피 등을 활용해 투표율 높이기에 앞장섰다. 결국 네티즌들이 젊은층의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투표 당일에도 네티즌들은 “우리의 미래를 위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달라”(아이디 ksj0052), “국민의 주권을 포기한다면 나 자신을 헐값에 파는 신매국노”(아이디 young600215), “투표하지 않은 사람은 정치권의 잘잘못을 따질 자격이 없다”(아이디 kks1112) 같은 글을 게시판을 올리며, 투표부대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이 때문인지 선거가 끝난 뒤 각 게시판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허탈감’을 토로하는 네티즌들이 크게 늘어났다. 일명 ‘총선폐인’이다. 총선이 끝난 뒤 이들은 ‘허탈하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등의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다.
디시인사이드 아이디 ‘TK시로’는 “‘선거 앞이나 선거 뒤나 긴장감이 없어진 것 빼고는 달라진 게 거의 없다”면서도 “그러나 이 허탈감은 어디서 해결해야 하느냐”고 토로했다.
하지만 총선폐인들은 또 다른 온라인 정치행동을 모색하며 후유증을 털어내고 있다. 부패심판 정신과 성과를 이어받아 17대 국회 감시자로서 ‘맹활약(?)’을 벼르고 있는 것이다.
다음에 개설된 ‘17대 국회에 한마디’ 게시판에 글을 남긴 아이디 ‘nixie’는 “국회의원은 권력자가 아니라 국민의 심부름꾼이라는 것을 망각하면 다음번에도 낙선”이라며 “국민 위에 군림하는 자세는 아예 생각지도 말고 ‘첫 마음’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아이디 ‘소중한 사람’은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민생문제와 경제회복을 위한 초당적인 협력과 대화이다”라고 제안했으며, 아이디 ‘young chun’은 “당론보다는 소신과 민의에 따라 행동해주기를 바란다”고 글을 남겼다.
탄핵 정국과 총선을 거치면서 국민여론의 사랑방으로 확실히 자리잡은 온라인이 앞으로 얼마나 더 생산적인 정치담론을 생산해낼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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