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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넌센스- 기도들, 정치판 진출을 기도하다

등록 2004-04-15 00:00 수정 2020-05-03 04:23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전도특공대’라는 이름을 들어보셨는가? 새로운 신자 확보를 위한 특별기간을 정해놓고 전도를 독려하기 위해 만든 특별조직을 일부 교회에선 그렇게 부른다. ‘거룩한’ 종교기관의 포교활동에 ‘특공대’라는 군대식 용어를 갖다붙인 게 어딘지 살벌하다고 느낀 적이 있다. 그런데 이라크에 간 전도조직과 비교하면 동네 교회의 ‘특공대’는 ‘공익’ 수준이다. 이건 거의 ‘전도 북파부대’다. 실미도에서 훈련받은….
7명의 대한민국 목사님들은 이라크 모술지역의 ‘부흥회’에 참석하던 길에 무장세력들에 의해 납치됐다. 곧 풀려나긴 했는데, 그 중 1명은 외교부의 제지를 뿌리치고 기어코 목적지에 다녀왔다. 무슬림 소굴에서 목숨 걸고 종교 전향 ‘공작’이라도 하겠다는 것일까? 최근 그들과 코드를 맞추고 있는 ‘좌익척결국민행동본부’(본부장 서정갑)로서는 불만이 생길 듯싶기도 하다. “투표장이 낙동강전선”이라 그리 강조했건만, 왜 낙동강은 안 지키고 티그리스강으로 갔단 말인가. 이 엄중한 시국에, 웬 전도단 ‘파병’이란 말인가. 보수세력에게도 파병은 미친 짓이다!


나이트클럽의 힘으로 정치를 바꾸자,고 주장하는 정당이 있다. 정확한 표현은 이렇다. “기도의 표를 모아 정치를 확 바꿉시다.” 나는 동네 게시판에 붙은 이 정당의 구호를 읽으며 아침에 먹은 ‘깍두기’가 생각났다. 시뻘건 깍두기 국물을 연상하자 핏물이, 그 다음엔 사시미칼이 떠올랐다. 불순한 상상력을 탓하지 말라. 순전히 조폭영화의 영향이다.
사실 기도한다고 국가보안법으로 때려잡던 시절이 있었다. “국가변란을 ‘기도’할 목적으로 조직을 결성하여….” 정말 밥이 넘어가다가도 ‘기도’가 막히던 시대였다. 아시는가, 그 정당의 비례대표 1번은 황산성 변호사다. 기도만 했다 하면 모든 여인네들이 “꺅” 하고 넘어가던 ‘카수’를 1번으로 모셔야 하는데…. 기도하는~ 사랑의 손길로, 조용필을! 신앙심이 깊은 분들께선 부디 나를 꾸짖지만 말고, 기도해달라!


중공군이 새까맣게 몰려오고 있다. 앞서 ‘낙동강전선’을 이야기했지만, 이건 정동영 의장 입장에서 하는 이야기다. 영화 를 보면 국군이 압록강까지 치고 올라가 통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라디오 뉴스를 들으며 사람들이 환호하는 장면이 나온다. 얼마 전까지 정동영 의장이 그랬다. 그런데 말 한마디로 중공군이 벌떼처럼 밀려온다. 열린우리당은 중공군이 다 60, 70대로 구성돼 있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지금 그들은 질질 짜며 1·4후퇴 중이다. 서울까지만 퇴각할지, 대전까지 내려갈지, 아님 낙동강에서 오리알이 될지는 뚜껑 열어봐야 알리라. 생뚱맞은 소리지만 역시 고기 중에 가장 나쁜 고기는 ‘미스테이크’다. 그것도 ‘말’고기로! ‘안심 스테이크’는 언제 드실꼬.
마지막으로 총선 판세 예측. 어느 당이 몇석몇석? 정확한 ‘석’은 모르겠지만 대충 분‘석’해보자. 열린우리당은 지지율이 빠지면서 ‘애석’해할 것이 분명하고…… 한나라당은 여전히 ‘가시방석’이고……… 자민련과 민주당은 ‘구석’에 처박힐 듯싶고…… 민주노동당은 첫 원내진출로 ‘법석’을 떨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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