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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 철저한 안전관리

등록 2004-05-27 00:00 수정 2020-05-02 04:23

대전= 글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KAIST에서 학부와 석·박사과정을 마치고 미국 미시간대학에서 1년 동안 박사후연구원(Post-Doctor)을 지낸 윤중보(34·KAIST 전자과 교수)씨는 우리나라의 실험실 안전관리 실태에 대해 ‘구석기시대 수준’이라고 비판한다. 안전교육·관리에 대한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고 학생들 개개인의 안전의식에만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연방 규정에 따라 설치된 공공기구인 직업안정위생국(OSHA)이 대학마다 마련돼 안전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인문·사회계 학생들을 제외한, 실험실에 출입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학생들은 모두 OSHA에서 교육을 받는 것이 의무로 돼 있다. 그렇다고 OSHA의 교육이 전부가 아니다. 학생들은 OSHA에서 화재·화학약품 노출·생물학적 감염 등에 대비한 일반적인 교육을 받은 뒤 각 과의 실정에 따른 더 구체적인 지침을 습득해야 한다. 과에선 책자를 내주고 이를 바탕으로 안전교육 시험을 치러 기준점 이상을 넘어야 실험실에 들어갈 수 있다. “본래 위험한 실험을 하는 곳으로 알려진 실험실은 오히려 사고가 적습니다. 그보다는 덜 위험하다고 알려진 물리과 같은 곳에서 새로운 물질을 잠깐 써야 할 경우, 그 물질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적어 사고가 일어나는 것이 더 위험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실험을 하는 모든 학생들이 안전교육을 받는다는 의미가 큽니다.”
이 밖에도 미국의 실험실에선 모든 물질마다 위험도와 관리방법이 적혀 있는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비치하도록 돼 있다. 실험자는 반드시 자기가 쓰는 물질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1990년부터 실험실 안전에 대한 정확한 지침을 제시하는 ‘실험실 안전기준’(Laboratory Standard)을 마련해 모든 실험실에서 이를 따르도록 돼 있다. 실험실 안전기준은 △OSHA 기준에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규정한 모든 물질에 대해서 노출 정도를 측정해야 하며, △모든 화학물질의 위험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교육을 실시해야 하며, △실험자가 유해물질에 노출된 증상을 느낄 때는 무료 건강진단을 요청할 수 있으며, △용기에 경고표지를 붙이고 들여놓은 물질마다 MSDS를 작성·유지해야 한다. 또 실험실에서 독점적으로 제조한 화학물질의 경우 유해 화학물질 여부를 결정해 이에 따른 적절한 교육훈련을 실시해야 한다. 그리고 △사업주는 위험물질에 기준치 이상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호흡용 보호구를 무상 제공해야 한다.
국가 차원의 안전관리가 아니더라도 민간 단위의 예방을 철저히 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독일에선 주내 노동자와 회사원, 국립주립대학, 사립대학이 모두 주립사고보험에 들어 있다. 주립사고보험은 감독요원을 지명·파견해 작업장의 사고, 직업병, 작업에 따른 건강의 위협을 예방하기 위한 조처와 응급 조처의 시행을 감시하고 피보험자와 고용주에게 조언을 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에선 실험실에 관련한 특화된 보험에 들지 않아 예방 효과가 별로 없다는 지적이 많다.

한겨레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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