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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실에 덮어씌우기’ 이상하다

등록 2004-12-09 00:00 수정 2020-05-03 04:23

건설업체 (주)신한의 30억 소송사건 내막… 7월의 ‘미분양’책임을 왜 8·9월 사건에 묻는 것일까



건설업체 (주)신한이 자사 광고모델 최진실을 대상으로 30억원 소송을 걸었다. 힘든 싸움에 지쳤다는 최진실씨에게 사건의 내막을 들어봤다.


▣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은 537호 사람이야기에서 ‘저를 또 한번 두들겨패시나요?’라는 제목으로 배우 최진실(36)씨가 30억원대 소송에 휘말리게 된 사연을 다뤘다. 한때 시대를 풍미했던 최고의 배우 최씨와 그를 아파트 분양광고 모델로 기용했던 중견 건설업체 (주)신한의 소송. 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거액의 소송이어서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아파트 분양에 ‘모델 역할’은 미미

소송은, 최진실씨와 전남편 조성민씨 사이에 발생한 폭행 사건과 이혼 등으로 인해 신한이 손해를 입은 만큼 이를 배상하라는 비교적 간단한 사안이다. 신한은 소장에서 “계약상 ‘광고물의 계약기간 중 사회적·도덕적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제품 및 기업 이미지를 훼손하여서는 안 된다’고 했음에도 최진실의 가정사를 일반인에게 인지하도록 하는 고의 또는 적어도 중대한 과실에 기한 의무 위반 행위 또는 불법 행위로 손해를 끼친 만큼 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액수는 약정 손해배상 5억원과 이미 집행했거나 집행 예정이었던 광고비 21억5천여만원, 위자료 4억원을 합쳐 30억5천여만원이고, 여기에 기업 이미지와 브랜드 손상 및 이에 따른 분양률 저하에 따른 손해는 구체적인 손해액이 산정되는 대로 추가로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30억여원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거액의 광고 모델을 내세워 회사와 제품의 이미지를 높이려는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모델로 인한 손실은 치명적일 수 있고, 따라서 그 손실을 모델이 배상해야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문제다. 하지만 이번 사안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30억여원의 손해배상이 합리적 요구인지는 따져볼 구석이 있다.

우선 신한의 태안 미지엔(경기도 오산시 태안읍)의 분양 시점과 최씨의 ‘가정사’ 발생 시점이다. 신한은 2004년 3월 최씨와 계약을 맺었다. 6월 일부 일간지와 경제지에 최씨가 등장하는 광고를 실었고 7월 모델하우스를 열었다. 최초 입주자 모집공고일이 6월30일이었고 7월5일부터 사흘 동안 접수를 받아 7월15일에 당첨자를 발표했다. 계약은 7월21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됐다. 6월과 7월에 광고와 분양, 그리고 계약이 모두 끝난 것이다. 그런데 최진실씨와 조성민씨가 9월1일 협의 이혼에 이르게 된 폭행 사건은 8월1일 발생했다. 신한쪽의 주장대로, 최씨의 ‘가정사’ 때문에 분양 사업을 망쳤다면 8·9월에 일어난 일이 7월 분양 사업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 된다. 당시 신한을 포함해 태안에 아파트를 공급했던 업체들은, 경쟁률과 분양률이 높았던 인근 동탄 신도시에 비해 재미를 보지 못했고 현재까지 미분양 물량이 상당수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2004년 7월 미분양된 만큼 8, 9월에 열심히 팔았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최씨의 사건이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 하지만 전체 분양 사업을 망쳤다고 그 책임을 모델에게 덮어씌우는 것은 자의적 해석일 가능성이 높다. 아파트는 입지와 가격, 발전 가능성 등이 결정적인 요인이지 유명한 모델이 광고했다고 팔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 동탄신도시 분양에 참여했던 한 건설업체 관계자도 이와 비슷한 견해를 피력했다. “최근 배용준씨를 모델로 기용한 업체의 인지도가 높아진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모델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개별 아파트 분양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인지도가 선호도와 구매로 곧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아파트를 살 때는 실생활에 유용한지, 입지 등 투자가치가 있는지가 중요하지 모델을 보고 사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최진실 별거중에 모델계약한 이유는

이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신한의 미분양을 최씨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게다가 신한이 새 브랜드 미지엔으로 분양하기 이전 다른 브랜드로 분양해 올 연말 입주 예정인 근처의 아파트 단지가 몇몇 신문과 방송에 ‘땅속으로 내려간 아파트’로 보도된 점 등으로 미뤄볼 때, 광고모델보다 다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소장에 등장하는 “분양 의사가 있었던 사람조차도 ‘최진실의 이름만 들어도 지겹다’거나 ‘이 아파트에 들어가면 멀쩡한 부부도 갈라서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미지엔 아파트 분양 사업을 완전히 망가뜨렸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신한쪽 설명대로 8월 최씨 폭행 사건 이후 모델하우스 문을 닫을 정도로 영업에 지장을 받았다면 그에 걸맞은 책임을 물어야 하며, 이 경우에 폭행 사건 이전의 플러스 광고효과도 연산에 넣는 것이 상식선에 맞는 셈이다.

또 하나 따져볼 구석은 신한과 최씨의 계약 시점인 2004년 3월 이미 위험성은 내재돼 있었다는 것이다. 2000년 결혼한 최씨는 2002년 12월 전남편 조씨와 별거에 들어갔다. 2003년엔 자녀양육권, 재산 문제로 양쪽의 지루한 법정 공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이혼이 기정사실로 굳어져 있었다. 신한쪽은 “계약 당시 향후 회사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요청했고, 최씨가 불미스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는 하지만, 계약 시점에 이미 ‘시한폭탄’이었던 셈이다. 광고모델 선정을 투자의 개념으로 연장해 보면, 신한은 위험이 큰 투자를 한 셈이다. 최씨 이전의 유명 여배우의 모델 계약료가 6개월에 2억5천만원이었던 데 반해 최씨의 경우 1년에 같은 가격이었던 것에 비춰보면, ‘투자 위험도’가 모델료에 이미 반영됐을 가능성도 있다.

이번 소송이 전례는 없지만 비교해볼 사례는 있다. 삼성 래미안은 2000년 드라마 허준으로 인기가 급상승한 황수정씨를 모델로 기용했다가 2001년 황씨가 필로폰 투약 혐의로 구속되자 급히 모델을 교체했다. 삼성 래미안 관계자는 “모델을 교체하면서 걱정을 많이 했지만, 이후 브랜드 파워 조사에서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계약이 끝나가던 시점이었고 초기에 황씨 덕을 본 점도 있어 소송은 검토에 그쳤다”고 말했다.



“힘든 싸움에 너무 지쳤다”


[인터뷰 / ‘30억’소송당한 최진실씨]

최진실씨와의 인터뷰는 12월6일 서울 잠원동 최씨의 집에서 진행됐다. 신한쪽은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민감한 문제는 고문 변호사와 얘기하라”고 했다. 변호사와는 몇 차례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재판 준비 정도는.
=현재 변호사를 선임했고 답변서를 준비하고 있다. 사건은 여성, 청소년 문제에 관심이 많으신 강지원 변호사가 맡아주셨다. 현재 선배 연애인들 중에 이런 일을 겪은 선례가 있는지 찾아보고 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든 일을 겪은 지 얼마 안 되어 그 아픔을 겪었다는 이유로 또 다른 소송에 휘말려 너무 힘들다.
-소송을 피할 길은 없었나.
=광고모델을 해지한다는 내용증명을 받은 시점이 이혼 때문에 어떤 문제에도 신경쓸 수 없을 때였다. 일방적이었다. 그 이후에도 서로 얘기해볼 틈이 없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한 것이다.
-2004년 3월 신한과 계약하던 당시 정황은.
=어려운 시기였다. (배우로서) 활동하던 시기도 아니었다. 다시 광고를 시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모델료에 연연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계약 2년 전부터 (가정사는) 떠들썩하게 알려졌기 때문에 신한쪽이 충분히 인식한 상태였다.
-신한은 전남편 조성민씨와의 일로 회사 사업에 영향을 끼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했고, 최씨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게 계약조건인 양 등장하는데 사실과 다르다. 계약이 끝난 뒤 경영진 중 한분이 “모델로 발탁하기 전 사내 앙케트 조사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그럼에도 최진실을 택한 것은 힘든 상황에서도 가정을 지키려는 모습이 좋아서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때 우려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답한 것이다. 일종의 덕담을 주고받는 자리였다.
-폭행 사건과 이혼은 2004년 8·9월, 분양공고와 계약은 7월이었다. 최씨의 가정사가 분양에 얼마나 악영향을 끼쳤다고 보는가. 적절한 손해배상은 어느 수준이라고 보는가.
=지금까지 그런 세세한 문제는 잘 몰랐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이미지를 실추시켰을 때는 계약료의 2배로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혼이 그 사유에 해당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혼할 때 이혼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없겠지만 후배들 중에 나와 같은 입장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럴 때마다 계약 위반이 된다면, 연예인은 가정 문제가 있어도 이미지 때문에 숨겨야 되나. 집에서는 맞고 터져도 밖에서는 웃어야 되나. 이번 소송은 아이를 혼자 키우는 ‘싱글맘’이 늘고 있는 세태와도 어울리지 않는다.
-앞으로의 계획은.
=아이들 생각에 빨리 상처를 딛고 일어서야겠다고 다짐하며 추스르던 시점에 이런 일까지 생겨 당황스럽다. 예전처럼 연기자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저를 안타깝게 보고 계실 팬들께도 너무 미안하다. 신한쪽과도 대화로 원만히 해결하는 길이 있다면 차라리 그 길을 택하겠다. 힘든 싸움에 너무 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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