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팔 바그마티주 라수와 지역에서 2026년 8월26일 빙하 대홍수가 발생한 뒤 2주 넘게 한국인 9명을 포함한 실종자 수색과 재난 수습 작업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기적과 같은 생환 소식이 들려오길 염원합니다.
이번 대홍수 발생의 전모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대체로 과학자들은 기후위기가 주요 원인이라는 데 이견이 없어 보입니다. 네팔 정부는 막대한 피해에 대한 재건 비용을 40억~50억달러로 추산했습니다. 이에 기후위기로 인해 개발도상국이 겪는 경제·비경제적 손실과 피해를 지원하기 위해 조성된 ‘손실과 피해 대응 기금’(FRLD)이 얼마나 역할을 할지 주목됩니다.
9월8일 영국 가디언은 시시르 카날 네팔 외무장관 인터뷰 기사에서 네팔 정부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산하 ‘손실과 피해 대응 기금’에 2천만달러의 기후 관련 피해 보상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음을 카날 장관이 확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카날 장관은 “기후정의를 강력히 촉구하며 세계 최대 경제국들이 네팔이 재건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네팔은 전세계 누적 온실가스 배출량의 0.01%를 내뿜었을 뿐이지만, 기후위기로 인한 대재난의 피해를 당했기 때문입니다.
손실과 피해 대응 기금 이사회 이사 총 26명 중 상당수도 9월2일 이사회 공동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네팔 대홍수에 대한 기금의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이사회 임시 회의를 소집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인도의 기후위기 전문매체 더플루럴스가 보도했습니다. 서한에 서명한 이사회 구성원들은 “이사회와 기금이 네팔 정부와 국민에게 예측 가능한 지원과 대책을 제공할 수 있도록 최대한 신속하게 조처를 해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손실과 피해 대응 기금의 역할에는 진통이 예상됩니다. 이 기금은 30년 이상의 국제 기후협상 역사에서 개발도상국들이 온실가스 배출 책임이 큰 선진국들에 요구해온 것으로, 2022년에야 비로소 기금 설립이 합의됐습니다. 이번 회의 소집 요청 서한에 개도국 출신 이사 14명 중 8명과 대리이사 6명이 서명한 반면, 선진국 출신 이사 12명 중에는 아무도 서명하지 않았습니다. 선진국-개도국 이사들 사이에 큰 균열이 있는 것으로 볼 만한 대목입니다. 또 이 기금은 119개 나라로부터 총 28억달러의 지원 요청을 받았지만, 국제사회가 실제 납부한 금액은 4억1357만달러뿐입니다. 이마저도 공여하기로 약속한 금액(2025년 12월 기준 8억2219만 달러)의 절반 정도에 불과합니다.
세계 주요 탄소배출국은 미국과 유럽연합 등 선진국과 중국, 인도 등 이웃 나라들입니다. 그런데 네팔이 그 청구서를 떠안은 상황입니다. 국제사회가 네팔 대홍수 피해에 어떻게 대응해갈지 한겨레21은 계속 관심 갖고 취재하겠습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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