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변한 텃밭 쓰레기 투기, 농사꾼들이 찾아낸 평화 방정식
주말농장 쓰레기 1t 치운 ‘텃밭 외골수’… 꽁초 투기 이웃 ‘맞불’ 뒤 경계와 약속 남아

쓰레기 ‘집중 투기 지역’인 텃밭 언덕을 치우고 꽃을 심었다.
지난 5년 동안 주말농장에서 농사지으며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버린 쓰레기를 치웠다. 다 따져보면 1t은 족히 넘을 거다. 사람들 불러 ‘밭로깅’(밭에서 쓰레기 줍는 행사)도 열고, 지면에도 쓰레기에 대한 하소연을 여러 차례 늘어놨다.
좋은 말로 ‘쓰레기를 버리지 마시라’고 부탁하면 돌아오는 말은 시치미와 고성뿐이었고, 그런 식으로 텃밭 이웃 여러 사람과 크게 싸우고 인사조차 나누지 않게 되었다. 남들을 그저 쓰레기 투기범으로 여기다보니 어느덧 나는 이 구역의 외골수가 됐다.
이런 내가 드디어 미쳐버린 걸까? 올해부터 새로 옆 밭을 쓰게 된 아저씨에게 담배꽁초를 버리지 말아주십사 지난봄에 이야기했는데, 그걸 밭 경계의 풀숲에 산더미같이 쌓아둔 걸 보고 그야말로 ‘버튼’이 눌렸다. 평소라면 혼자 투덜대며 종량제봉투에 모아 버렸겠지만 어쩐지 그냥 넘어가기 싫었다. 대신 아저씨가 말끔하게 풀을 정리해둔 밭에 꽁초를 잔뜩 투척했다. 그러고도 화가 풀리지 않아 우리 밭 경계에 퇴비 포대와 빈 모종포트 같은 쓰레기를 쌓아둔 것까지 아저씨가 공들여 키우는 호박 위로 던졌다.
내가 풀을 정리하는 사이, 어느새 나타나 기분 좋게 수확하던 아저씨가 드디어 내가 던져놓은 쓰레기를 발견했다. 성난 아저씨가 나에게 다가온다. 하나, 둘, 셋. “혹시 이 쓰레기 그쪽이 버렸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모를 것 같아서 그랬다는 내 말에 아저씨는 자신을 말이 안 통하는 이상한 사람쯤으로 여기는 거냐며 화를 냈다.
“아줌마!”
“왜요 아저씨,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요!”
“짜증 나게 말이야! 내가 나중에 알아서 치운다잖아.”
“여기다 자꾸 쌓으니까 다른 사람도 버리는 거 몰라요?”
우리는 10분간 술 취한 사람들처럼 같은 말을 반복하며 고성을 질렀고, 밭 주변이 시끄러우니 어느새 할아버지 두세 명이 모여들었다. 어라, 그런데? 뜻밖에도 내 편을 들어주는 것 아닌가?! “거, 여기다 쓰레기 버리지 맙시다!”
할아버지 지원단이 등장하니 쓰레기가 쌓인 언덕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옆 밭 아저씨도 목소리를 낮췄다. 자신이 잘못한 게 있으니 그만하자고. 나 역시 쓰레기를 던진 행동과 말이 안 통하는 사람으로 넘겨짚은 것을 사과하며, 그동안 쓰레기를 치우다 마음에 쌓인 게 너무 많았노라 해명했다. 아저씨는 남들이 다 편하게 버려서 자신도 종종 그래왔지만 텃밭 쓰레기 투기가 심각하다는 데 공감한다며 종전을 선언했다. 이윽고 아줌마와 아저씨도 선생님이라는 호칭으로 격상됐다.
“선생님, 쓰레기 치워주셔서 감사해요.”
“아이고 뭘요. 이제 선생님도 노여워 마셔요.”
그동안 나는 텃밭 이웃을 불신하고 미워했지만 생각해보면 올해 버려진 쓰레기양은 이전보다 많이 줄었다. 그리고 꾸준히 쓰레기를 줍고 성실하게 밭을 가꾼 것 또한 사람들이 내심 지켜보고 인정하고 있다는 것도 느꼈다.
부끄럽고 미성숙한 진흙탕 싸움이었지만 서로의 감정을 한껏 쏟아붓고 나니 아저씨와 나 사이에는 조금의 앙금도 남지 않았다. 도리어 서로의 경계를 확인하고 약속이 생겼다. 그렇게 관계의 텃밭도 자란다.
글·사진 이아롬 프리랜서 기자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나흘 만에 한 총리 주재 ‘부동산 대토론’…“청년층 ‘핀셋 지원’ 할 것”
![다음 당사는 '올공'에? [그림판] 다음 당사는 '올공'에? [그림판]](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727/53_17851493056839_20260727503082.jpg)
다음 당사는 '올공'에? [그림판]

‘44표 차’ 통영시장선거 재검표 결과, 28일 발표…전한길도 참관

윤석열 당선무효·국힘 397억 반환…이르면 내년 1월 대법서 결론

정부 “다주택자 집 내놓게” 양도세 부담 완화 방안 내놓을 전망

평생 해부학 가르친 교수, 주검 기증 ‘마지막 수업’

‘397억 반환위기’ 국힘 “당사 매각 고려 안 해…민주당이 먼저 팔아야”

땡볕에 세워둔 승용차 유리창 ‘쩍’…사람잡는 7월 폭염이 그랬나
![냄비처럼 끓다 식은 삼성전자 성과급 논란 [세상읽기] 냄비처럼 끓다 식은 삼성전자 성과급 논란 [세상읽기]](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727/53_17851032921882_20260520501814.jpg)
냄비처럼 끓다 식은 삼성전자 성과급 논란 [세상읽기]

러, 젤렌스키 ‘북한군 3만명 추가 파병’ 주장에 논평 거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