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 모내기가 한창인 모습. 적당히 흐린 하늘이 모내기를 도와주는 듯하다.
마을을 지나다니는 길목 풍경은 그야말로 ‘논 뷰’다. 들판 가득 벼가 자라는 풍경을 보노라면 10년 전의 풍경과 지금의 풍경을 구분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든다. 정말이지 ‘논 뷰’는 시간의 변화를 무색하게 하는 장면 같다. 자못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계절이 바뀌는 시기마다 비슷한 패턴으로 조금씩 변화하는 풍경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많은 것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늘 궁금하기만 했던 모내기인데 올해 드디어 손 모내기를 할 기회가 생겼다. 매달 참가하는 탐조모임 ‘명상’에서 특별히 ‘모내기 탐조’를 기획했기 때문이다. 논의 주인은 같은 탐조모임의 멤버이자, 전남 장흥에서 10년째 토종벼 농사를 이어온 유대은·정아롬 부부다.
아침 일찍 물장화와 새참거리를 챙겨 논으로 향했다. 7시에 시작했지만 일찍 도착한 토종벼 농사 두레 멤버들은 이른 새벽부터 모내기를 했다. 뒤편에 숲이 접한 길쭉하게 구부러진 논에는 물이 찰방찰방 차 있었고, 사람들을 반겨주는 듯 팔색조와 호반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왔다.
열댓 명이 가로로 줄지어 섰다. 아이들도 나섰다. 왼손엔 모를 받쳐들고 오른손으로 모를 조심스레 떼어냈다. 긴 줄 마디마다 빨간 끈으로 표시된 부분에 뿌리를 살짝 내리꽂아 심으면 됐다. 모두 자기 영역을 정해 몇 개씩 심으니 한 줄이 금세 심겼다. 긴 줄을 양옆으로 든 사람이 “어이~” 하는 소리를 내면 모두 한 걸음씩 뒤로 물러나며 칸을 옮긴다. 대부분 모내기를 처음 해보는지라 이런 저런 궁금증에 질문이 쏟아졌다.
“토종벼 모내기는 굉장히 늦게 하네요. 원래 6월 중순이면 모내기를 다 끝내는 줄 알았어요.”
“토종벼는 종자마다 특성이 다른데 우리는 보통 이 시기에 심어요. 마을 옥동아짐이라는 분의 이야기인데, 밤송이를 겨드랑이에 끼워서 안 따가울 때까지는 모내기해도 된다고 하셔요. 그 시기가 절기상 하지 즈음이에요.”
“올해는 몇 종의 토종벼를 심으시나요?”
“올해는 20여 종을 심어요. 오늘 심는 종은 버들벼, 다마금, 북흑조 그리고 멧돼지찰이에요.”
“이앙기와 손 모내기는 어떤 차이가 있죠?”
“손 모내기를 하면 기계로 심는 것보다 뿌리 활착이 빠르답니다.”
모내기를 처음 경험하는 아이들은 꽤 진지하게 임하면서도 눈에 띄는 여러 생물을 관찰하기도 한다.
“이상하게도 아이들이 논에 들어와 모내기하면 그해엔 풍작이 들어요!” 유대은 농부가 말했다.
요즘 벼농사는 개량종으로 획일적인 편이라 이앙기를 써서 큰 어려움 없이 모내기하지만, 토종벼는 품종 특성에 맞게 섬세한 모내기가 요구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손으로 심는 방식인 만큼 두레의 역할이 중요하고, 소규모 논에 맞게 품종을 나눠 심을 수 있다는 것도 토종벼 농사만의 매력이다. 이렇듯 다품종 소량생산은 종의 다양성을 추구하고 이어나가는 작업이기도 하다. 새소리를 들으며 참여한 손 모내기는 토종벼 농사의 수고로움이 지닌 가치를 온몸으로 느끼는 귀한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함께 나눠 먹은 쌀밥 한 그릇의 맛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글·사진 이지은 패브릭·그래픽 스튜디오 달리오로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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