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 편

풀이 훌쩍 자란 텃밭에서 쑥갓이 화사하게 꽃을 피웠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은 ‘풀꽃’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모든 식물은 꽃을 피운다. 여러해살이는 말할 것도 없고, 한해살이풀도 꽃을 피운다. 장마철이 다가오면 주말농장 여기저기서 꽃이 핀다. 꽃은 예쁘지만, 꽃이 핀 건 한해살이풀이 수명을 다했다는 뜻이다.
올 들어 제일 먼저 꽃을 피운 건 루콜라였다. 수확을 두어 차례 했을 뿐인데 작고 하얀 꽃망울을 터뜨렸다. 그다음은 열무였다. 루콜라와 반 밭씩 심었는데, 한꺼번에 수확하지 않고 아껴놨더니 그다음 주말에 꽃대를 올렸다. 식물의 꽃은 먹을 수 있다. 꽃에서도 그 식물 특유의 향과 맛이 난다.
한 밭 가득 씨를 뿌린 쑥갓은 왕성하게 자라줬다. 수확한 양이 많아 더러 매운탕에 올려도 먹고, 삶아서 나물을 만들거나 두부를 곁들여 무침도 했다. 그런데 5월 말~6월 초 군데군데 꽃망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벌써 꽃망울이 생기면 안 되는데….’ 보이는 족족 뜯어냈다.
한해살이풀은 꽃대를 올리면 모든 양분을 꽃 피우는 쪽으로 집중시킨다. 여리여리했던 줄기가 억세지고, 잎은 앙상해진다. 쑥갓도 꽃을 피우면 줄기가 단단해져서 풀보다 나무에 가깝게 느껴진다. 아욱도 마찬가지다. 다만 아욱은 꽃을 피운 뒤에도 몇 차례 더 잎을 수확해 국으로 즐길 수 있다. 6월 중순께 쑥갓밭 옆 고랑에서 고수도 꽃을 피웠다. 밭 한가운데 고수 향이 가득 찼다.
열매채소는 다르다. 꽃이 폈다 진 자리에 열매가 맺힌다. 가지, 고추, 토마토가 그렇다. 박과에 속하는 넝쿨식물인 오이와 호박은 다르다. 암꽃과 수꽃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노란 호박꽃이 무성한데도 애호박 하나 제대로 건지지 못한 때도 있었다. 수꽃만 만발했던 탓이다. 올핸 둥그런 조선호박을 벌써 여러 개 수확했다. 조선호박은 넙적넙적 썰어서 나물을 해도 좋고 채를 썰어 볶아도 맛있다.
쉽게 보기 어려운 게 상추꽃이다. 장마철이 다가올 무렵 상추들의 변신이 시작된다. 갑자기 키가 껑충 자라면서 꽃대를 올린다. 꽃대가 올라오면 다디달던 상추 잎은 소태처럼 쓴맛으로 바뀐다. 장마철 두어 주 주말농장을 비우면, 온갖 풀이 성인 허리춤까지 막무가내로 자란다. 호미나 낫 따위론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예초기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 예초기 돌리기 전 밭을 미리 정리할 때, 꽃대 올린 상추는 모조리 뽑아내기 마련이다. 올핸 몇 개 남겨 꽃구경해볼까?
그간 주말농장에서 쓰던 예초기는 4행정 엔진을 장착한 연료식이다. 6월 말 풀이 제법 오르자 밭장이 예초기를 꺼내왔다. 햇살은 따갑고 많이 습한 날이었다. 한참이나 줄을 잡아당겨도 예초기 엔진이 부릉부릉 시원찮은 소리만 낼 뿐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얼굴이 땀범벅이 됐다. “다음에 하자”란 말이 절로 나왔다.
연료식 예초기는 성능은 좋은데 무겁고 다루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그 단점을 보완한 게 충전식 예초기다. 전기 배터리를 충전해 가동하고, 예초기 자체 무게도 훨씬 가볍다. 또 간단히 분해할 수 있어 운반과 보관이 편하다는 장점도 있다. 밭장은 그날 우리 예초기를 보관하는 창고에서 땅 주인이 새로 마련한 충전식 예초기를 봤다고 했다. 가서 보니 연두색 몸체가 제법 날렵해 보였다. 어쩔까? 단체대화방에 올린 밭장의 물음에 동무들이 앞다퉈 ‘송금’ 버튼을 눌렀다.
글·사진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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