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밭에서 “예쁘다”고 한 꽃을 손수 캐주는 화정 언니(왼쪽).
매년 6월을 시작하는 나만의 연례행사가 있다. 바로 강화도에 가는 것. 강화에는 고향으로 유턴(귀농·귀촌의 한 종류. 도시에서 농촌으로 가는 사례를 아이턴, 농촌 출신 도시민이 다른 농촌으로 이주하는 것을 제이턴이라고 한다)한 화정 언니가 산다. 매년 6월 초면 부모님 댁 둘레에 자라는 산딸기를 따러 오라는 연락이 날아온다.
가족끼리 따 먹는 화정 언니네 산딸기는 밭이 딸린 넓은 마당의 가장 모퉁이, 낮은 산과 연결되는 지점에서 자라고 있다. 처음 언니네 밭에 갔을 때 비닐 한 장 없는 깨끗한 흙에서 자라는 나무 덤불과 열매가 어찌나 야생답던지! 루비 알 같은 붉은 열매를 보며 감탄한 기억이 생생하다. 그 뒤로 매년 6월이면 언니네 집에서 산딸기를 따오고 있다.
5ℓ 양동이에 산딸기를 잔뜩 채우고 나니 언니는 최근에 가꾼 꽃밭을 꼭 구경해달라 한다. 도예가인 화정 언니는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꽃을 사랑하는 가드닝 애호가이기도 하다. 그러니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의 연락을 놓쳐서는 안 된다. 언니의 용건은 대개 자신의 정원에 심다 남은 꽃모종이나 씨앗을 가져가라는 거니까. 강화도에 갈 일이 생기면 그의 집에 들렀다 가는 것이 늘 나의 완성된 ‘강화도 코스’다.
언니를 따라 이웃 농민들의 밭도 구경한다. 정원인지 농장인지 구별되지 않는 ‘나미브의 정원’에 가니, 벌써 다른 농민과 요리사들이 놀러와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아담한 여성농민 혼자 경사지를 따라 정원처럼 가꿔놓은 농장인데, 농민의 깐깐하고 야무진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공간이었다. 정원수를 조화롭게 섞어가며 어찌나 깔끔하고 아름답게 가꿔놨는지 이런 밭은 입장료를 내고 들어와야 하는 게 아닐까 싶은 정도였다.
게다가 농민은 어디서 이렇게 진귀한 품종을 척척 발견해 심어둔 걸까. 작두콩만 한 누에콩, 생으로 먹었을 때 단맛이 톡 터지는 슈가스냅피, 황금빛이 섞인 펜넬처럼 처음 보는 품종이 많아 눈이 저절로 돌아갔다. 동화 같은 밭에서 캐머마일과 새가 씨앗을 물어다 줘 저절로 자라났다는 엘더플라워를 얻어 집에서 모두를 섞은 시럽을 만들었다. 산딸기의 부족한 향을 캐머마일이 채워주고, 엘더플라워는 달콤하면서도 청량한 향을 내줘 서로의 아쉬운 부분을 완벽하게 보완하기 좋은 조합이었다. 긴 여름, 콤부차에도 섞어 발효하고 얼음을 잔뜩 넣은 탄산수에도 타서 마시는 그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시원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주인이 남의 밭에서 한눈을 팔고 있는 사이, 지난해에 얻은 두 번째 밭에서 마늘종이 잔뜩 쇠었다. 마늘을 캐도 좋다는 소리다. 호미를 부러뜨릴 정도로 딱딱한 땅이라(제1589호 참고) 마늘을 처음 계획의 절반도 심지 못했다. 퇴비도 물도 없이 풀만 잔뜩 덮어 키운 밭에서도 잘 자랐다. 인생 첫 마늘이 어찌나 소중한지 유튜브로 마늘 엮는 법을 배워 정성스레 묶어 바람이 잘 드는 팬트리에 매달아 뒀다. 텃밭의 축복은 이제부터 시작이로구나!
글·사진 이아롬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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