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과 흙이 만나니…아킬레스건염도 훨훨 2월부터 왼쪽 발이 안 좋더니, 아킬레스건염에 걸렸다. 아킬레스건에 염증이 생긴 것인데, 발꿈치를 안쪽으로 구부리면 발꿈치 쪽 근육이 찢어지는 것 같은 고통을 느낀다. 농사를 무리하게 한 탓일까. 한 달 넘게 한의원에서 침을 맞고 병원 가서 소염제를 타 먹었...2025-04-05 19:15
너희가 살아 비로소 봄날이 좋았다. 겨우내 입었던 두툼한 트레이닝복 바지를 벗고 반바지로 갈아입었다. 반소매 윗옷에 바람막이를 걸치고 차에 올랐다. 드디어 올해 농사가 시작되는 날이다. 그런데, 덥다. 외기 온도 계기판에 ‘20'이란 숫자가 보인다. 허, 봄이 한창이다.밭에 도착하니 먼저 ...2025-03-29 21:13
제가 하는 건 농사가 아니라고요? ‘이 비의 이름은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입니다.’ 여름마다 유례없는 폭우가 쏟아진 이후 한국의 대표적인 농민시장 ‘농부시장 마르쉐@’에서는 ‘지구농부포럼’을 만들었다. 어떤 극한 상황에서도 생태적인 고민을 먼저 하며 농사를 이어나가는 마르쉐 출점 농민들을 ‘...2025-03-22 20:38
병아리 없이 봄을 맞는 이 헛헛함2024년 여름은 1973년 이후 가장 더운 여름이었다. 최고로 더웠던 여름, 암탉 복분이는 알을 품었다. 이 더위에 고생스럽진 않을까? 복분이를 밀어내도 그때뿐이었다. 복분이는 이내 다시 올라와 알을 품었다. 어쩌겠니, 네가 그렇게 원한다는데. 알을 품을 수 있도록 ...2025-03-08 20:32
시금치도 마늘처럼 싸우고 있을까?상추는 예상대로 얼어 있었다. 찬 바람 쌩한데 햇살 가려 그늘까지 진 텃밭은 황량하고 쓸쓸했다. 맨흙이 유난히 도드라졌다. 늦가을까지 온기와 웃음이 가득했던 평상은 덮어놓은 그늘막이 바람에 찢겨 너덜너덜했다.추위를 핑계로 예정했던 시농제를 늦췄다. 나른한 휴일 오후 갑...2025-03-02 19:15
소심한 농사꾼, 천연 오줌액비 만들기 대작전정원 애호가로도 유명한 체코의 극작가 카렐 차페크는 날씨의 변덕이 심해 정원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는 2월에는 기름진 흙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요동친다고 했다. 그는 도시에 살아 박쥐 똥, 너도밤나무 잎사귀 같은 걸 얻을 수 없다고 투덜댔지만 그보다 훨씬 후대에 살고 ...2025-02-22 18:01
‘아주 특별한 간식’ 키우기 2024년 10월쯤, 지역 단톡방을 통해 밀웜을 나눔 분양 받았다. 누리끼리한 색깔, 손가락 한 마디나 두 마디 정도 크기의 벌레 수십 마리가 플라스틱 통 안에서 꾸물꾸물 움직이고 있었다. 그곳엔 바퀴벌레처럼 생긴 검은색 벌레도 있었는데, 그것은 밀웜의 성충...2025-02-15 20:28
을사년 영농 계획, 불판 앞에서 고뇌하다농사는 절기에 따라 짓는다. 소한·대한 다 지나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2월3일)을 맞았는데, 평균 최저기온이 영하 8.2도다. 종일 칼바람이 매서웠다.기상청의 기후통계분석 자료를 보니, 최근 30년(1995~2025년) 동안 올해보다 추웠던 입춘은 2006년(영하 ...2025-02-09 19:24
온더록 잔에 고수 꽂았더니 새잎이 하루에 1㎝씩내륙 지역의 노지에서 농사짓다 제주로 이주한 지인이 이주 첫해 남긴 말. “여기는 겨울에도 푸르러서 정말 징그럽다.” 이 말을 전해 들은 주변 농민들은 모두 폭소를 터뜨렸다. 농사꾼에게 푸르름이란 죄다 일거리를 의미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농한기는 참 경이롭다! ...2025-01-18 20:27
다닥다닥 감나무밭, 엄동설한에 해체 “나무여, 서운해 마시라” 한겨울, 엄동설한에 할 일이 생겼다. 700평 감밭을 재정비하는 일이다. 재작년에 이어 작년에도 감 수확이 신통치 못했다. 전정도 하고, 거름도 주고, 친환경 약재도 뿌렸건만 열매는 얼마 달리지 않고, 거의 떨어져버렸다. 감나무밭을 여기저기 걸어 다니다 오밀...2025-01-11 20:00
절임배추 주문해 김장 담근 농사꾼… ‘졌잘싸’ 12·3 내란사태 사흘 뒤 한 달여 전 예약한 절임배추가 도착했다. 심사가 뒤숭숭해 베란다에 옮겨 뜯지도 않고 놔뒀다. 12월8일 낮에야 쌓인 배추 상자가 눈에 들어왔다. 주말을 넘기면 시간도 없고, 배추도 상할 수 있다. 서둘러 상자를 뜯어 절여진 배추를 ...2025-01-04 22:33
배추 흉작에도 김치는 쌓여간다, 마법처럼 친구들 부모님 중에는 이미 환갑을 훌쩍 넘긴 연세에도 여전히 철인 같은 체력을 갖고 계신 분들이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주말마다 모두 텃밭에 가신다는 것. 그런 부모를 둔 친구들의 증언(?)은 늘 경이롭다.평일에는 생업에 종사하다 주말에만 가는 텃밭인데 최소...2024-12-21 20:06
툭툭 치면 후두둑, 늦가을 콩걷이의 즐거움2024년 여름, 비에 흠뻑 젖어가며 심었던 콩을 11월 중순에 수확했다. 메주콩 두 종류, 퍼런콩, 쥐눈이콩, 서리태를 수확했다. 콩이 다섯 종류가 되니, 방수포가 여러 개 필요했다. 커다란 방수포 2개를 더 마련했다. 메주콩이 두 종류다. 섞이면 큰일 난다. 쥐눈이...2024-12-14 22:29
배추 모종 200주, 더위에 메마르고 벌레에 초토화시점은 기가 막혔다. 그래도 팍팍한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지독히도 미미했던 올해 김장농사 얘기다.2023년 첫눈이 온 뒤 수확한 배추는 실한 편이었다. 모종을 9월 초에 낸 터라, 비닐까지 덮어주면서 1주일이라도 더 키운 게 주효했다. 얼어붙은...2024-12-07 22:32
뭇 타자를 살피는 존재, 그대 이름은 ‘소농’인터뷰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기억에 남는 취재원이 있을 거다. 나에게는 ‘소농’이라 불리는 이들이 그렇다. 소농은 문자 그대로 규모의 개념이라기보다는 방식에 가깝다. 기계보다는 몸을 더 쓰려 하고, 모종을 사기보다는 씨앗을 뿌려 직접 기른다. 퇴비나 방제액...2024-11-30 2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