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무즙이 준 마법에 걸리면[농사꾼들]―충북 충주 편온 동네에 김장하기가 순식간에 끝났다. 추위가 온다고 하자 다들 벼락처럼 무와 배추를 뽑았다. “무는 아직 잘고 배추는 속이 덜 찼네!” 하면서도 뽑아서 소금에 절이고 양념을 했다. 김장을 끝내고도 밭에 무가 몇 개 남아 있다. 탐난다. 오가면...2025-12-06 13:36
텃밭 배추 뽑느냐 기다리느냐, 늦가을의 고뇌이맘때 비 오면 기온은 내리막 계단처럼 뚝뚝 떨어진다. 주말 농사꾼에겐 존재론적 고민의 시기다. “뽑느냐 기다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스치듯 지나가는 가을을 붙잡고 싶어, 2025년 11월 둘째 주 토요일 오후 텃밭 동무들이 오랜만에 뭉쳤다. 한여름 비바람에 꺾인 나...2025-11-30 11:59
놀다, ‘퍼머컬처 정원’에서 다 함께아이디어가 모여 정원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다보면 문득 ‘미술관이 바깥으로 흘러나오고 있어!’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하곤 한다. 계절이 지나며 시시각각 변하는 정원에 사람들이 모여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진짜 멋진 일이겠구나 싶다.하지만 처음부터...2025-11-23 12:51
가을장마를 견딘 생강… 첫 출하가 남긴 것올봄에 동네 이웃과 함께 충동적으로 밭을 얻었다.(제1562호 참고) 갑자기 생긴 땅은 원래 땅보다 경작할 수 있는 면적이 다섯 배쯤 넓고, 햇볕도 잘 들었다. 비로소 농사의 꿈을 더 크게 펼칠 순간일까? 하지만 웬걸, 오랫동안 비닐로 꽁꽁 싸여 있던 땅은 마치 돌덩이...2025-11-15 16:03
여든 할머니, 예순 아들 걱정 그만하슈아침에 일어나 밖으로 나가니 적보산이 보이지 않는다. 짙은 안개에 덮여버렸다. 겨울이 왔다는 뜻이다.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진다. 포도나무를 덮어줄 짚을 얻을까 해서 나갔더니 올해는 힘들겠다고 한다. 타작하면서 다 잘라서 논에 넣어버리고 메주 맬 때 쓸 짚만 조금 남겨서...2025-11-01 12:41
‘상추야, 버텨다오’ 가을이면 고기 굽던 주말농장더위로 힘겨웠던 여름은 갔다. 주말농장엔 가을이 완연하다. 무와 배추는 쑥쑥 자라고, 갈무리할 작물도 여럿이다. 때맞춰 내년 봄 수확할 마늘과 양파도 심어야 한다. 참, 월동 시금치도 씨를 뿌려야지. 밭으로 향할 땐 마음이 바쁜데, 일단 도착하면 싱숭생숭해진다. 텃밭 ...2025-10-25 14:24
삽질 2년차, 텃밭에서 찾은 즐거움 도시에서 살다 시골로 이주한 지 꽉 채워 2년이 되었다. 시골살이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해왔지만 경계를 벗어나는 일이 좀처럼 쉽지 않았다. 아이들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실행해보는 게 어떨까 싶었다. 쌍둥이 아이들이 만 4살이 된 2023년 여름, 여러 ...2025-10-19 11:27
기후위기 속 고난의 퇴비 만들기… 돌아보니 아득했던 지난여름자가퇴비를 만들어 농장에 전달하는 ‘퇴비클럽’ 공동체원들과 함께 기후정의행진에 참가했다. 해마다 집에서 음식물쓰레기를 퇴비화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데, 그 이유는 여름철 기온이 지나치게 올랐기 때문이다.음식물쓰레기가 퇴비로 발효하려면 적정 온도가 필요하다. ...2025-10-12 11:41
아이들과 조선무 씨앗 심자 솟아나는 것은2025년 9월부터 광주 광산구에 있는 대안학교 지혜학교에서 생태수업을 맡게 되었다. 지혜학교는 지혜와 사랑을 실천하는 지성인을 기르는 학교다.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가르친다. 지혜학교에서는 생태교육과 철학교육이 필수다. 이 무거운 짐을 내가 맡게 됐다. 누군가를 가르...2025-10-06 08:35
배추 140개, 무 130개 심으니 가을이 코앞에 왔다김장농사 준비를 마치는 데 3주가 걸렸다. 어수선하던 주말농장도 제법 번듯해졌다. 한낮엔 아직 덥지만,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기운이 느껴진다. 가을이 왔다.올여름도 지독히 더웠다. 잠깐 수확만 해도 땀범벅이 됐다. 대체 뭘 할 수도 없었고, 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2025-09-25 12:24
온갖 곳에 다 붙는 텃밭 노린재의 얄미운 먹성이것이 기후위기의 몇 안 되는 순기능일까? 인천의 초여름 날씨는 꽤 쾌적하게 느껴질 정도로 서늘하고 건조하게 시작됐다. 하지만 인간의 착각이었음을 알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선선하게 느껴지던 5월 초부터 노린재가 지난해보다 더 일찍 등장한데다 처음 보는 종류도...2025-09-06 07:18
‘처음에 잘 할 걸’ 후회도 잠시… 피뽑기, 그 끝없는 몸개그논농사의 절반은 모내기 뒤 물을 얼마나 잘 잡느냐에 있다. 물을 잘 잡아 피가 올라오지 않게 하는 것이 한 해 농사에서 고생을 많이 하느냐 덜 하느냐를 결정한다. 그렇다. 나는 물을 잘못 잡았다. 피가 논 한가득 올라왔다. 피를 초반에 잡으면 그나마 고생이 덜하다. 그...2025-08-17 07:34
땡볕에 아수라장 된 밭, 호박과 고추는 버텼다한낮 무더위를 피해 오후 4시 넘어 텃밭으로 향했다. 차 안으로 내리쬐는 햇살에 핸들 잡은 팔뚝마저 따갑다. “서울 지역 현재 기온은 35.9℃입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날씨 소식이 무시무시하다. ‘일이나 할 수 있을까?’ 불안한 마음으로 밭에 도착하니, 외유 탓...2025-08-14 08:51
한여름 풀 베느라 “악!”…농사꾼 동지들과 굴려보고 싶은 것은매일 밤 “악!” 소리를 지르며 잠에서 깬다. 또 종아리에 쥐가 났다. 텃밭 농사를 시작한 뒤로 매년 여름마다 아킬레스건부터 종아리를 타고 햄스트링까지 이어지는 다리 뒤쪽에 통증이 심해진다. 무심히 방치하다 한밤중 쥐의 매운맛을 보고 나서 알게 된다. 아, 올해도 풀을...2025-07-26 18:23
고통스런 여름 농사, 나도 저 노인처럼비가 내리는 건지 안 내리는 건지 모를 장마가 한 차례 지나간 뒤, 대지를 바싹 말리는 불볕더위가 찾아왔다. 닭들은 날개를 벌려 날개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게 하면서, 입을 벌려 열을 뱉어냈다. 한숨 한숨 쉬는 동안 그들이 안간힘을 다해 열을 뱉어내는 것이 느껴졌다. 그...2025-07-19 1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