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가 나눠준 컴프리를 밭 곳곳에 심었다.
4월이 되니 몸도 마음도 더욱 바빠진다. 3월부터 틈틈이 만들어둔 모종을 순차적으로 밭에 심고, 어지러워진 밭을 한 구역씩 부지런히 정비하고 있다. 실수투성이였던 지난해의 텃밭 운영을 분석하고, 작은 노트에 사소한 이야기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뭔가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 괜히 속도감을 내게 되는 자신을 잘 알기에, 올해는 괜스레 모든 모종을 씨앗부터 해보는 모험을 감행했다. 모종 심는 작은 화분에 흙을 채워 씨앗을 심고 흙을 덮고 물을 주고, 매일매일 들여다보며 마치 수행하듯 봄을 보내고 있다.
그러는 동안, 주변 밭을 둘러보니 눈 깜짝할 사이 트랙터로 밭이 모조리 갈려 있고 주요 작물 모종이 심겨 있다. 다양한 식물을 경험해보고 다년생 위주로 심어볼 계획이던 우리 밭은 이제 한꺼번에 기계로 갈아낼 수 없어, 일주일에 사나흘은 오전에 밭으로 출근하게 됐다. 할 일이 산더미라 저녁마다 근육통에 시달리기도 한다. 열심히 해내면서도 ‘이게 맞나? 제대로 하는 건가?’ 하는 요상한 조바심이 스멀스멀 고개를 내민다.
조바심의 정체가 뭘까 골똘히 생각해봤다. 결국 적당함을 잘 모르겠다는 두려움인 것 같았다. 모든 것에는 다 때가 있다는데, 그 적당한 시기를 놓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자꾸 앞선다. 여러 작물을 실험하는 과정에서 결정적 순간마다 늘 허둥대고 있으니 더 그렇다. 유기적으로 돌아가야 하는 농사의 흐름이 머릿속에 명확히 그려지지 않으니 모든 게 어렵게만 느껴진다. 텃밭 지식이 아직 빈약하다보니, 모르는 게 생기면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인공지능(AI)에 물어보며 도움도 받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미심쩍은 부분이 남는다. 농사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처럼 문제를 파악하면 바로 해결되는 일이 아니라, ‘전체적인 경험’을 통과해야 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조바심에 시달리는 초보 농사꾼에게는 데이터와 진짜 이야기가 절실하다.
몇 달 전, 텃밭 농사에 도움이 될 거라며 아는 선생님에게서 선물받은 ‘농사달력’은 그런 의미에서 큰 도움이 된다. 24개 절기마다 심어야 하는 작물, 준비해야 하는 일, 제철 채소가 깨알같이 적혀 있다. 재어보니 절기의 한 주기는 보름 정도고, 절기가 스물네 번 지나며 1년이라는 시간을 보낸다. 막연하게 계절을 보내기보다 절기로서 시간의 흐름은 ‘환경이 변화해가는 데 너무 서두를 것 없다, 각 시기에 다가오는 변화를 천천히 즐겨보자’고 토닥여주는 것만 같다.
가장 도움이 되는 일은 여기저기 열심히 물어보는 것이다. 오랫동안 농사를 경험한 이웃이나 친구들에게 염치 불고하고 이것저것 물어보는 것. 물론 소셜미디어에 농사 대가가 가득하지만, 직접 전해 듣는 이야기는 아주 생생하다. 모두가 친절하게 아는 것을 아낌없이 공유해준다. 밭에서 자라는 다년생식물을 뿌리째 퍼서 나눠주거나,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추천해주며, 어디서도 듣지 못한 요리법까지 전수해준다.
줄곧 방법에 대해서만, 시시때때로 직면하는 병목현상을 해결하는 데만 스스로 고통받고 있던 초보 농사꾼은, 결국 이야기가 필요했던 것 같다. 모든 게 혼자 하는 일 같아 보여도, 세상은 혼자 잘한다고 돌아가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밭에서 배운다. 밭을 다채롭게 만들어가는 데 큰 도움을 주는 주변의 고마운 농사 동지들에게 나도 무언가를 나눠줄 수 있는 해가 됐으면 좋겠다.
글·사진 이지은 패브릭·그래픽 스튜디오 달리오로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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