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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과 나이 틀린 나무를 ‘노거수’로 지정·보호한 거제시

노거수 80그루 100% 오류… 엉터리 조사·용역비 부풀리기 의혹에 감사 요청·경찰 고발
등록 2026-07-16 17:31 수정 2026-07-18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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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3일 경남 거제시 일운면 소동리의 팽나무 노거수 앞에 세워진 안내판에 수종이 ‘느티나무’로 적혀 있다. 박정기 제공

2026년 7월3일 경남 거제시 일운면 소동리의 팽나무 노거수 앞에 세워진 안내판에 수종이 ‘느티나무’로 적혀 있다. 박정기 제공


‘어, 뭐 이런 엉터리가 다 있어.’

2026년 7월3일 박정기씨가 경남 거제시 일운면 소동리의 노거수(오래되고 커다란 나무)를 찾았다. 박씨는 ‘노거수를 찾는 사람들’ 대표활동가다. 소동리에는 2025년 세운 안내판이 서 있었는데, 안내판에는 ‘지정번호 거제-25-7’ ‘수종 느티나무’ ‘수령 230년’ ‘나무둘레 310㎝’ ‘수고 11m’라는 글이 쓰여 있었다. 안내판 뒤 나무 몸통에는 회백색 수피가 가로로 접힌 듯한 잔주름이 층층이 잡혀 있다. 느티나무가 아니라 오래된 팽나무의 특징이다. 수피가 불규칙한 조각으로 떨어져 나가 얼룩덜룩한 무늬를 만들고, 벗겨진 자리에는 주황빛이 도는 속살이 드러나는 느티나무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거제시가 2024년 10월 1942만3천원을 들여 지역 나무의사에게 수의계약 형태로 맡긴 ‘노거수 실태조사 및 데이터베이스(DB) 구축 용역’의 결과가 이런 부정확한 안내판이었다.

 

확인한 80그루, 모두 오류

 

안내판이 부정확하게 적힌 건 이곳만이 아니다. 박 대표는 “고향이 거제라서 지정된 노거수 절반 이상은 원래 알던 나무였다”며 “그런데 고시된 내용이 내가 아는 사실과 맞지 않아 시간을 내서 하나씩 찾아가 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2026년 6~7월 거제시 노거수 61곳 80그루를 일일이 확인한 결과, 거제시가 고시한 노거수 80그루 모두에서 오류가 발견됐다. 특히 고시된 나무 3그루는 현장에서 찾을 수도 없었다. 일운면 망치리 334-2에는 느티나무 2그루가 있는 것으로 고시됐지만, 박 대표가 찾아갔을 때 해당 나무는 없었다. 일운면 구조라리 803-3의 팽나무 1그루도 고시된 자리에 없었다.

수종이 뒤바뀐 사례도 더 있었다. 남부면 저구리 265-9의 소나무는 곰솔로, 연초면 덕치리 414의 푸조나무는 팽나무로, 둔덕면 산방리 650-1의 고로쇠나무는 팽나무로 고시됐다. 장목면 율천리 606-1의 느티나무는 밑동 옆 소개 비석에 ‘1958년 당시 10년생 느티나무를 심어 오늘에 이르렀다’고 새겨져 있지만, 고시 수령은 160년이었다. 기록대로라면 2026년 현재 수령은 80년 안팎이다. 현장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기초 기록조차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이 밖에 현장에서 줄자를 대보기만 했다면 확인할 수 있는 제원 오류가 무더기로 나왔다. 일부는 노거수의 기본 정보인 가슴높이둘레가 실제보다 수십㎝ 이상 다르게 적혀 있는 등 ‘제원 불일치’ 나무도 58그루(72.5%)에 달했다. 조례가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나무도 있었고, 가슴높이둘레가 50㎝ 정도에 불과한 나무 등 연소한 나무(24그루, 전체의 30.0%)도 적지 않았다. 박 대표는 “이름이나 위치, 그루 수 같은 아주 기본적인 사실조차 틀렸다. 그런데 그 내용이 버젓이 공공문서에 기록되고 안내판까지 세워졌다”며 “노거수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나무들까지 무리하게 끼워넣어 조사 대상 수를 늘리고, 그만큼 용역비가 부풀려진 것은 아닌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거제시 산림과 관계자는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기존 노거수(73그루)와 새 노거수(7그루) 정보를 취합하는 과정에서 일부 착오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잘못 기재된 부분이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 자체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경남 거제시 둔덕면 산방리의 고로쇠나무(단풍나무류). 노거수 가운데 드문 수종이지만, 거제시는 이 나무를 팽나무로 고시했다. 박정기 제공

경남 거제시 둔덕면 산방리의 고로쇠나무(단풍나무류). 노거수 가운데 드문 수종이지만, 거제시는 이 나무를 팽나무로 고시했다. 박정기 제공


 

2026년 7월12일 경남 거제시 장목면 율천리의 느티나무 앞에서 경남MBC 취재진이 밑동 옆 비석을 촬영하고 있다. 비석에는 ‘1958년 당시 10년생 느티나무를 심어 오늘에 이르렀다’는 내용이 새겨져 있지만, 거제시는 이 나무의 수령을 160년으로 고시했다. 박정기 제공

2026년 7월12일 경남 거제시 장목면 율천리의 느티나무 앞에서 경남MBC 취재진이 밑동 옆 비석을 촬영하고 있다. 비석에는 ‘1958년 당시 10년생 느티나무를 심어 오늘에 이르렀다’는 내용이 새겨져 있지만, 거제시는 이 나무의 수령을 160년으로 고시했다. 박정기 제공


베어진 줄도 몰랐던 ‘보호·관리’

 

박정기 대표는 이번 사안이 단순한 오기나 착오가 아니라 용역 발주와 검수 과정의 문제라 보고, 6월27일 거제시 감사실에 이와 관련한 감사를 요청했다. 또 7월3일 거제경찰서에도 용역 수행 업체와 관련 공무원 등을 상대로 사기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박 대표는 “노거수를 보호하겠다며 조례를 만들었지만, 실제로는 용역만 발주되고 결과물은 보호·관리에 제대로 쓰이지 않는다”며 “업체와 행정이 서로 봐주는 구조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오래된 큰 나무는 천연기념물, 시도 기념물, 보호수, 준보호수, 노거수 등으로 공적 관리 대상이 된다. 거제시는 2024년 3월 조례를 제정해, 마을과 깊은 연관이 있고 장차 보호수로 지정할 가치가 있는 나무를 노거수로 보호·관리하도록 했다. 현재 전국 31개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가 유사한 조례를 시행하고 있다.

문제는 노거수 조례와 실태조사가 실제 보호보다 용역 발주와 보고서 생산 등 보여주기식 행정에 머문다는 점이다. 박 대표는 “많은 시군이 노거수 보호 조례를 만드는 것은 장래 보호수 지정 가능성이 큰 나무를 미리 발굴해 선제적으로 관리하자는 취지”라며 “그런데 실제로는 용역으로 끝나고, 결과물은 캐비닛에서 잠자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박 대표 조사에서 확인된 ‘사라진 3그루’의 경우 “ 시점은 불분명하지만 토지 소유자가 임의로 베어버린 것으로 확인”(거제시 산림과 담당자 설명)됐다. 서류상으로는 노거수로 지정돼 있었지만, 관리 주체인 시는 나무가 언제, 어떤 경위로 베어졌는지도 제때 파악하지 못했다. 거제시 담당자는 “노거수는 보호수와 달리 사유지 소유자가 베어내는 경우 현행 조례로 막기 어렵다. 조례 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례 개정 필요성은 사후적 설명에 가깝다. 노거수를 ‘보호·관리’하겠다며 조례까지 만들었지만, 정작 지정된 나무가 베어지는 일을 막지 못했다면 현행 제도가 실제 보호 장치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시도지사의 ‘보호수 지정 해제’ 없이는 훼손 등이 법으로 엄격히 금지돼 있지만 지정 후 방치되거나 각종 개발사업 등으로 인해 손쉽게 지정 해제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다. 산림청 자료를 보면 2016년부터 2020년 9월까지 보호수 259그루가 지정에서 제외됐다. 서울의 한 자치구 조경 담당자는 “서울은 보호수나 노거수가 대부분 생활권 안에 있어 주민들이 늘 지켜본다. 이상이 생기면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 그래서 용역에만 맡기기보다 시나 구가 직접 현장을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재개발·재건축 구역 안에 들어간 오래된 나무는 관리에서 밀리거나 고사하는 일이 있다”며 “특히 지방은 보호수와 노거수가 넓게 흩어져 있어 예산과 인력이 부족하면 업체 용역에 기대기 쉽다. 보는 눈이 적을수록 행정의 현장 확인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거제만의 문제인가

 

거제시 노거수 정보 100% 오류 사태는 거제만의 일일까. 이성근 부산그린트러스트 상근이사는 “노거수 제도의 본래 취지는 그 나무를 주민의 삶 속에 다시 놓고, 생물다양성과 지역 유전 자원으로서 가치를 살피는 데 있다. 지정해놓고 실제 관리로 이어지지 않으면 보호수든 노거수든 대장에만 남는다”며 “주민들이 알고 지키는 구조, 행정이 현장에서 확인하는 구조가 함께 작동하지 않으면 오래된 나무는 보호 대상으로 지정된 뒤에도 방치되거나 개발 압력 속에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무는 자연생태의 구성물이자 인류문화의 산물입니다. 산림이 아닌 생활권에서 만나는 나무에는 우리 삶이 깃들어 있습니다. 오래된 큰 나무인 노거수는 자연유산을 넘어 선조들의 애환이 스며 있는 문화자산입니다. 주민들이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지키려면, 제대로 된 제도와 행정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그런데 지정 정보 전체에서 오류가 확인된 황당한 사태에 대해 ‘착오’라는 식의 변명에 급급한 행정의 태도를 보면, 참 답답합니다.” 박정기 대표의 말이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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