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은 자투리 나무를 이어붙여 만든 빗물받이 덮개.
본격적인 주택살이를 시작한 뒤 가장 예상치 못했던 난제 중 하나는 쓰레기 처리였다.
도시에서 다수가 모여 사는 공동주택 형태에 익숙해져 있었기에 쓰레기 버리는 일이란 그냥 가지고 가서 재질별로 잘 구분된 분류함에 넣는 것이 전부였다. 이후에 쓰레기가 어떻게 되는지는 별로 고민해본 적이 없었다. 시골로 이주한 뒤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읍내와 떨어진 마을의 생활은 지금껏 누려온 편리함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느슨한 리듬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부지런히 움직여 정돈하지 않으면 쾌적함을 유지하기 어려운 삶이 한동안 어색했다.
쓰레기는 주 1회, 재질별로 구분해 배출하더라도 수거되지 않는 종류도 있다. 특히 음식물 쓰레기는 대부분 밭에 가져가 묻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음식물 처리 자체가 오히려 낯설게 느껴졌는데 고약한 냄새를 풍기기 전에 적당히 모아 밭에 가서 처리해야 하는 수고가 늘 따랐다.
특히 재활용이 어려운 비닐류는 가장 골치 아픈 문제다. 거의 모든 공산품 패키지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농사에는 비닐 재료가 절대적이어서 사용을 안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마음 편히 구매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놓이게 된다.
쓰레기를 제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현실 앞에서 떠오른 생각은 두 가지였다. ‘이것은 분해되는가, 분해되지 않는가.’ 그리고 ‘어떻게든 재활용하거나, 재사용할 수는 없는가.’ 그리하여 쓰레기 처리 고군분투가 시작됐다.
남편은 매입한 주택을 직접 수리하며 목공 작업을 주로 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톱밥은 훌륭한 멀칭(바닥덮기) 재료가 되고, 남은 목재 조각은 땔감으로 활용된다. 적당히 태워 숯으로 만들어 아이들이 즐겨 먹는 생선구이를 해주고 남은 재는 텃밭에 뿌려 거름으로 쓰기도 한다. 또한 용기류는 깨끗이 씻어 말린 뒤 비료 저장통, 흙 운반통, 건축자재 보관함 등 다양한 용도로 다시 쓸 수 있다. 음식물 쓰레기나 개똥, 분해될 수 있는 쓰레기는 미생물과 함께 토양에 섞어주면 좋은 퇴비가 된다.
한번은 인근 소 축사를 운영하는 이웃 아주머니가 밭에서 일하는 우리 부부를 부르더니 포대를 가져오라고 하셨다. 비료로 팔기 전에 소똥을 조금 퍼가라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어떻게 소똥을 퍼올 것인가!’ 당황스러웠지만 비료로 쓰라는 의미임을 깨닫고 재활용하려 접어둔 비료 포대를 들고 가서 소똥 열 포대 정도를 얻어왔다.
몇 달간 묵힌 소똥은 예상과 달리 냄새가 거의 나지 않았는데 손바닥 크기의 나방 번데기가 발견되기도 해서 신기했다. 발효된 소똥을 양파 심을 밭에 부수어 섞어주었더니, 미강(쌀겨)을 섞은 구역보다 양파가 훨씬 더 건강하고 싱싱하게 자라났다. 분해되는 유기물에 대한 인식이 크게 전환되는 계기가 되었다.
여러 번의 계절을 보내며 쓰레기 처리의 수고는 오히려 유기적 순환 구조를 이해하게 해주는 중요한 ‘루틴’이 되었고, 실제로 부딪혀보니 생각보다 큰 문제가 아니었다. 진정한 현실적 고민은 분해되지 않는 쓰레기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것으로 옮겨졌다. 무언가를 소비할 때마다 그 물건이 어떤 형태의 쓰레기가 되고, 결국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한 첫걸음이다. 계절의 변화와 시간의 흐름, 자연의 순환을 점점 깊이 체감하게 되니 조금씩 ‘농며드는 삶’을 살게 되는구나 싶다.
글·사진 이지은 패브릭·그래픽 스튜디오 달리오로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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