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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농민들 “쌀이 없는데 정부는 책임 떠넘기기만, 한국도 위험”

일본 농민단체 ‘노민렌’ 산하기구 유카와 요시로 사무국장 인터뷰
등록 2025-04-18 16:42 수정 2025-04-23 07:14
유카와 요시로 ‘후루사토네트워크’ 사무국장. 유카와 요시로 제공

유카와 요시로 ‘후루사토네트워크’ 사무국장. 유카와 요시로 제공


“정부의 감산 압박이 쌀 부족과 쌀값 급등의 원인입니다.”

‘후루사토네트워크’의 유카와 요시로 사무국장(사진)은 한겨레21과 한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최근 한 해 전보다 두 배 이상 급등한 일본 쌀값 불안 문제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후루사토네트워크는 쌀 직거래 사업을 담당하는 일본 농민단체인 노민렌(농민운동전국연합회) 산하 기구다. 다음은 일문일답.

 

—2024년산 쌀이 전년 대비 18만t 늘었고, 2025년 3월 말 비축미 21만t을 풀고 10만t을 추가로 풀 예정입니다. 그럼에도 4월 둘째 주 일본 농림수산성 발표 ‘슈퍼마켓 쌀 5㎏ 평균 가격’이 4214엔(약 4만2천원)으로 14주 연속 상승하는 등 쌀값 급등세가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쌀 감산만을 강조하며 그간 각종 정책 수단을 동원해 감산을 압박해왔습니다. 2022~2023년에만 쌀 생산량을 39만7천t이나 줄여 쌀 부족이 누적된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게다가 정부 예상과 달리 2023년산 쌀 수요량은 전년 대비 14만t이나 늘어난 705만t이었고 민간 재고량은 사상 최저치(2024년 6월 집계 153만t)까지 떨어졌습니다. 2025년 들어 묵은쌀(비축미)까지 풀었지만 가격은 견조한(시세가 내리지 않고 높은 상태에 계속 머무른) 모습입니다. 쌀 생산이 늘어나지 않는 한 가격이 안정될 가능성이 없음이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매년 10만t씩 수요 감소’라는 전망을 고수하며 벼 재배면적을 늘리는 데 소극적입니다. 잘못된 수급 전망에 기댄 감산정책이 원인임을 인정하지 않고 ‘누군가 쌀을 사재기해서 21만t이 사라졌다’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습니다.”

—쌀 부족이 얼마나 심각한가요?

“지금 쌀농사 현장에서는 파종 시기임에도 (앞으로 생산될 쌀을) 미리 사두려는 집하 경쟁이 치열합니다. 또 대형마트에서 쌀을 살 수 있는 수량을 제한하고 있고, 생협들은 제비뽑기로 구매 여부를 결정합니다. 어린이 지원 단체나 푸드뱅크(식품을 기부받아 지원하는 단체)도 쌀이나 (쌀이 들어간) 식료품 입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더욱이 일본은 선진국 중 유일하게 임금이 오르지 않은 나라입니다. 생활 곤란으로 쌀을 먹고 싶어도 못 먹는다는 사람까지 생겨나고 있습니다. ‘감산'과 낮은 쌀값을 계속 강요하며, 쌀 농가와 벼 재배면적의 감소를 초래하고 농업 생산 기반을 계속 파괴해온 자민당 농정·정치의 본질이 국민 앞에 드러나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쌀값이 떨어질 땐 정부가 수매 등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다가, 쌀값이 오르면 비축미를 적극적으로 풀고 있습니다. 도시 소비자의 이익을 위해 농민이 희생되는 구조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일본도 1986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 시작되고 정부는 쌀 매입 가격을 정책적으로 인하하고 쌀에 시장경쟁 원리를 도입해 판매 위험을 생산자인 농민들에게 떠넘기는 정책을 써왔습니다. 1994년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이후 의무 수입물량(연간 77만t)으로 수입 쌀이 (시장에) 흘러들어감에 따라 국산 쌀(일본산 쌀) 수요가 많이 감소했습니다. 그러면서 약간만 쌀 생산이 많아도 가격이 급락하면서 대형 쌀 도매업체나 대형마트, 외식업계 등 구매자들이 쌀 가격을 쥐락펴락하고, 반대로 조금만 부족하면 지금처럼 쌀값이 폭등하는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또한 정부는 이런 급등락의 책임이 농민에게 있고, 벼 재배면적 조정도 농민이 스스로 해야 한다고 몰아가고 있습니다. 그 결과 시장에서의 쌀 과잉은 쌀값 하락으로 직결되고, 그런 위협 때문에 농민들은 쌀 감산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쌀값 급락 우려 때문에 상황이 바뀌어도 쌀 증산에는 좀처럼 나설 수 없습니다. 2024년 쌀 부족 사태 이후에도 증산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입니다. 또 정부도 쌀 부족 및 가격 급등을 수습할 수 없는 상태가 됐습니다.”

—정부가 쌀값 인상을 억제하는 명분 중 하나가 저소득층에 대한 안정적인 식량 공급입니다. 이와 동시에 농민 소득이 늘어나고 농촌이 살아날 방법이 있을까요.

“과거 식량관리법(1996년 폐지)하에서는 정부가 쌀을 전량 사들여 재생산이 가능하게 하는 수준으로 쌀값을 책정해 생산자(농민)에게 사들인 뒤 소비자 쌀값을 결정해 저렴하게 공급했습니다. 하지만 재정 부담을 이유로 폐지됐습니다. 2022년 기준 쌀 농가의 시간당 임금은 10엔(약 100원)에 불과했습니다.(한 해 농업 소득 1만엔을 연간 노동시간 1천 시간으로 나눈 것, 농림수산성 발표 ‘농업 경영 통계 조사’ 자료) 농촌에 농사지을 사람이 없는 이유이고, 이렇게 최소한의 생산비조차 보장이 안 되는 상태라면 앞으로 농민 인구는 더 급격하게 줄어들 것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주식인 쌀을 공급하려면 쌀에 대해 국가가 공정 가격을 설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적극적인 소비 증진 프로그램 도입이 필요합니다. 미국은 농업 예산의 60% 정도인 112억달러(약 16조원, 2023년 회계연도)를 ‘보조영양지원 프로그램’(SNAP)으로 운영합니다. 이를 통해 한 달 평균 4350만 명의 소비자가 혜택을 받고 있고, 이런 소비자에 대한 지원은 수요를 높여주고, 생산 증가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2025년 벼 재배면적 8만㏊(전체 11.5%) 감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한국은 지금 외국쌀 40만t을 수입하는 나라입니다. 국내 쌀 소비량 감소와는 상관없이 외국쌀을 수십 년 전과 똑같이 수입하면서 국내 생산을 줄이는 것은 농민에게 쌀을 싸게 내놓도록 하면서 동시에 생산 조정을 강요하는 일입니다. 생산 기반의 약체화와 쌀 부족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됩니다. 결국 국내 농업이 쇠퇴하고 식량의 안정적 공급을 위기로 몰아넣게 될 것입니다. ”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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