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15일 텃밭 동무들과 고구마를 캐어 나눴다.
늦봄에 심은 고구마는 묵묵히 여름을 났다. 퇴비 넣어 만든 밭에 순을 넣은 뒤 두어 차례 풀을 잡아준 게 전부다. 한여름 뙤약볕 서슬이 퍼럴 땐 순보다 키가 커진 풀을 맬 엄두를 내지 못했다. 껑충 자란 풀은 금세 두둑을 덮어, 기특하게도 고구마밭 그늘 노릇을 해줬다. 밭에 갈 때마다 풀을 헤집어 고구마가 무사한지만 확인했다.
햇살 따사롭던 지난 10월15일 오후 텃밭 동무들이 호미를 들고 모였다. 추석 지난 지 보름 남짓 됐으니, 이제 고구마를 캐야 할 때다. 여리여리한 순은 심을 때와 별반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잎은 무성해졌고 색깔도 짙은 초록을 넘어 검붉은 느낌까지 더해졌다. 다섯 달가량 방치하다시피 한 흙은 봄보다 확실히 좋아진 것 같다. 수확에 대한 기대감이 조금 높아졌다.
먼저 순부터 밀어 한쪽으로 치웠다. 조금만 더 실했다면 껍질을 벗겨 따로 거둘까 말까 고민했을 텐데, 겨울 작물 피복용으로 써도 아깝지 않을 수준이었다. “그 정도 고구마 순은 따로 껍질 벗기지 않고 삶아 얼렸다가, 고사리처럼 두고두고 먹을 수 있다”는 말을 나중에야 전해 들었다.
네 고랑 순을 다 밀어낸 뒤 본격적으로 호미질을 시작했다. 앞쪽에선 어른 주먹만큼 제법 영근 것도 나왔는데, 중간으로 갈수록 오종종해진다. 작은 것은 크기도 모양도 손가락 같다. “그래도 작년 감자보단 실하네.” 텃밭 동무가 위안 삼아 한 말에 헛웃음이 나왔다. 다 캐어 모아 놓으니, 다섯 집이 맛볼 정도론 충분했다.
고구마 캔 밭에는 겨울을 날 작물을 심는다. 고랑 네 개를 길쭉하게 합쳐 두 고랑으로 만들고, 잘 썩어 익은 계분(닭똥) 퇴비를 넣고 밭을 만들었다. 10월28일 오후 마늘과 양파 모종을 사기 위해 경기 고양 능곡시장으로 향했다. “한 접에 5만원이요.” 땅은 넓고, 마늘값은 금값이다. “모종값도 안 나오겠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럴 땐 눈 딱 감아야 한다. 마늘 욕심은 줄이고, 양파 재배 면적을 늘리기로 했다.
양파 모종은 200구짜리 한 판을 샀고 마늘은 한 뼘 크기 분홍 바구니 하나 분량만 샀다. 호미 하나 간격으로 밭에 줄을 긋고 한 줄에 양파 모종을 5개씩 넣었다. 옆 고랑엔 마늘을 같은 간격으로 심었다. 여럿이 같이 하니 금방이었다. “마늘은 몰라도 양파는 비닐을 덮어줘야 겨울을 날 수 있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뭘 얼마나 먹겠다고 비닐까지 쓰냐”는 주장이 이겼다.
밭 곁 숲에서 낙엽을 긁어모아 1차 피복을 했다. 모아둔 마른 고구마 순을 그 위에 올렸다. 양파 쪽 고랑엔 낙엽을 조금 더 덮어줬다. 어떻게든 추위를 견뎌내주면, 내년 봄 잎채소 내고 첫 고기 구울 땐 싱그럽게 알싸한 햇양파와 마늘종을 곁들일 수 있을 터다.
모종 다 심고, 고개 들어 밭을 둘러봤다. 여전히 푸릇푸릇 예쁘기만 한데, 어김없이 날은 쌀쌀해진다. 이제 김장 채소를 수확하고 빈 땅에 월동 시금치 씨를 뿌리는 일만 남았다. 올 농사 정리 전까지 텃밭에서 두 번 정도는 더 고기를 구울 수 있을까? 가는 세월 야속해 “겨울에도 모일 일을 도모하자”고 새삼 뜻을 모았다.
글·사진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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