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 씻어 물기를 닦은 작두콩을 잘라 식품 건조기에 말릴 준비를 하고 있다.
10월로 접어든 텃밭은 여전히 푸릇푸릇하다. 배추는 막 결구(속이 차 포기가 됨)를 시작했고, 무는 싱그러운 잎새를 한껏 뽐내고 있다. 김장용으로 뿌린 돌산갓은 은은한 연초록으로 화사하다. 수확할 때가 다가올수록 초록이 더욱 짙어질 게다. 가을이 불쑥 왔다. 기온이 더 빨리 낮아지지 않기만 바랄 뿐이다.
추석 직전 주말, 텃밭 동무들이 모두 모여 오랜만에 불을 피웠다. 각자 싸온 찬을 풀고 고기를 굽고 막걸릿잔을 들었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농사일로 말이 모였는데, 올해 최대 성공작으로 하나같이 작두콩을 꼽았다. 만장일치로 내년엔 작두콩 재배 면적을 늘리기로 했다.
농촌진흥청이 운영하는 농업기술포털 ‘농사로’를 보면, 작두콩의 학명은 ‘카나발리아 글라디아타’ 곧 칼콩이다. 넓고 긴 꼬투리가 칼 같다고 해 붙은 이름일 텐데, 작두날을 닮기도 해서 우리는 작두콩으로 부르는 모양이다. 남아시아 또는 아프리카가 원산인데, 우리 땅에 들어온 시기는 정확히 알려진 게 없다. <본초강목>에는 “복부를 따뜻하게 해 흥분된 기를 내리게 하고 신장에 이롭다”고 적혔다는데, 최근 작두콩이 인기를 끈 것은 비염에 탁월한 효험이 있다고 소개됐기 때문이다.
지난봄 열매채소를 내면서, 작두콩 종자 한 봉지를 사다 호박 고랑 옆에 직파했다.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벌써 여러 해째 혼자서 수세미와 작두콩 재배에 열심인 텃밭 동무도 있긴 했지만, 공동경작하는 밭에서 작두콩을 키우는 건 이번이 처음인 탓이다. 남의 밭 사정을 눈여겨보지 않았으니, 이 친구가 어떻게 자라줄지 알 수 없었다.
작두콩은 그야말로 무럭무럭 자랐다. 파종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순이 나오더니, 2m 높이로 세운 지주대를 타고 맹렬하게 솟구쳐 올랐다. 이내 잎새가 무성해졌고, 날이 더워지는가 싶더니 꽃을 피웠다. 그리고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7월부터 여기저기 꼬투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꼬투리는 계속 커졌다. 가히 작두를 닮았다.
더위에 치여 수확을 미뤘다. 콩이 여물면서 꼬투리 길이와 두께가 자꾸 커졌다. 덜 여문 꼬투리가 약성이 좋아 판매용은 미리 수확한다지만, ‘콩까지 다 먹으면 그만’이란 심산으로 차일피일했다. 8월 말 김장밭 만들어 배추 모종을 내던 날, 내친김에 작두콩을 거뒀다. 수확량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작두콩이 가득 담긴 장바구니를 메고 의기양양 집으로 향했다.
작두콩은 차로 마신다. 시간이 좀 걸릴 뿐, 차 만드는 과정은 초보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다. 먼저 갓 수확한 작두콩을 깨끗이 씻어 물기를 닦아낸다. 다음은 절단이다. 건조하면 부피가 줄기 때문에 어른 새끼손가락 두께 정도가 적당하다. 이어 식품 건조기를 이용해 말린다. 온도를 60도로 맞춰놓고 자고 일어났더니, 잘 마른 작두콩 빛깔이 커피 생두를 떠올리게 했다.
마지막 단계는 ‘로스팅’이다. 경험자의 조언에 따라 에어프라이어에 말린 작두콩을 넣고 180도에서 10분간 구웠다. 2~3분에 한 번씩 뒤집어줘야 타지 않고 고르게 구워진다. 4ℓ 주전자에 볶은 작두콩 네 조각을 넣고 끓였다. 풍미가 으리으리하다.
글·사진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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