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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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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곳간 털어 케이블카 사업자만 배불려

관광객 붐비던 설악산 소공원 일대 권금성 케이블카 설치로 밀려난 뒤 손님도 줄어
강원도·양양군 오색케이블카에 1천억원 쓰지만 지역경제 긍정효과 제대로 설명 못해
등록 2023-04-01 03:15 수정 2023-04-05 00:46
2023년 3월20일 강원도 속초시 설악동에 있는 소공원 주차장. 소공원 안에 있는 권금성 케이블카를 타러 온 관광객들의 차가 주차장 가득 들어서 있다. 류석우 기자

2023년 3월20일 강원도 속초시 설악동에 있는 소공원 주차장. 소공원 안에 있는 권금성 케이블카를 타러 온 관광객들의 차가 주차장 가득 들어서 있다. 류석우 기자

2023년 3월20일 오전, 월요일이지만 강원도 속초시 설악동 ‘설악산 소공원’ 주차장에 진입하려는 차들이 늘어섰다. 주차장엔 이미 100대가 넘는 차가 주차돼 있었다. 주차를 마친 관광객들은 설악산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신흥사 문화재구역으로 들어간다. 대부분 권금성 케이블카를 타러 온 이용객이다.

케이블카가 있는 소공원에서 차로 4분, 약 2㎞ 떨어진 곳에 ‘설악동 B지구’가 있다. 3월20일 점심시간 B지구를 찾았다. 편의점과 식당, 숙박업소 등이 보였지만 문을 연 곳은 많지 않았다. 상가가 늘어선 바로 앞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다. 편의점 한 곳과 식당 중 두 곳 정도만 영업하고 있었고, 숙박업소는 문 연 곳을 찾을 수 없었다. 문을 닫은 상가 사이에서 한 잡화점을 찾았다. 그곳에서 설악동에서 50년 넘게 장사한 고아무개(73)씨를 만났다.

케이블카 인근 숙박촌은 ‘유령도시’

고씨는 권금성 케이블카 운영이 시작되기 1년 전(1970년)부터 설악산 소공원 인근에서 장사했다. 설악동은 설악산의 대표적인 관광지였던 터라, 케이블카가 생기기 전부터 사람이 많았다. 케이블카가 운영되기 시작하고 인근에서 장사를 하던 고씨는 1970년대 후반 케이블카가 있는 소공원에서 약 2㎞ 떨어진 지금의 B지구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설악동 종합개발사업이 진행돼서였다. 행정안전부 기록에 따르면 박정희 정부는 1976년 국립공원 탐방객 편의를 위해 인접 지역을 개발하는 동시에 자연환경 훼손 방지를 위해 설악동신집단시설 개발사업을 추진했다. 사업 기간은 1976년부터 1978년. 사업 내용은 ‘도문동 신단지 조성 및 기존 지구 철거 후 소공원 조성’이었다.

“자연보호 차원에서 그렇게 했다고 들었기 때문에 대부분 반대가 없었어요. 차도 못 들어오게 하고 개발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거예요.” 고씨가 말했다.

설악동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낸 신아무개(53)씨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어머님이 케이블카 인근에서 장사했어요. 지금 설악산 소공원이라 불리는 곳이 원래 상가와 숙박업소가 빽빽했던 곳이에요. 당시 ㄱ관광호텔 사업자하고 인근 몇 명의 상인만 남겨놓고 다 쫓겨났어요.”

B지구에서 1㎞ 남짓 더 내려가면 C지구가 나온다. 관광객이 없어 텅 비었다는 느낌의 B지구와 달리 C지구는 ‘유령도시’ 같았다. 골목길을 따라가면 오랫동안 영업하지 않은 숙박업소가 수십 개 줄지어 있다. 정오가 조금 지난 시각, 큰길가로 나와서야 문 연 식당을 찾을 수 있었다. 손님은 없었다. 형에게서 식당을 이어받아 10년째 운영하고 있다는 전아무개(70)씨는 “이제 식당 하는 사람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다. “옛날에는 C지구로 와서 숙박도 많이 했는데, 지금은 대부분 승용차로 (설악산) 소공원까지 가요. 요즘엔 다들 조금이라도 걷지 않으려 하잖아요.”

3월20일 강원도 속초시 설악동 C지구 상가. 영업하지 않는 음식점과 가게가 대부분이다. 류석우 기자

3월20일 강원도 속초시 설악동 C지구 상가. 영업하지 않는 음식점과 가게가 대부분이다. 류석우 기자

권금성 케이블카 운영사 영업이익률 60%

설악동 인근 상권이 쇠퇴한 건 케이블카 때문은 아니다. 케이블카 운영 이후에도 1980~1990년대 수학여행 단골 장소였고, 설악동은 설악산을 찾는 관광객의 필수 코스이기도 했다. 이후 1990년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관광객 자체가 급격히 줄었고, 케이블카가 있는 설악산 소공원 앞 주차장까지 생기면서 B지구와 C지구를 찾는 관광객도 줄었다.

다만 소공원 안쪽에 있는 권금성 케이블카 사업은 잘 굴러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권금성 케이블카를 운영하는 ㈜동효의 2015∼2019년 5년 평균 매출액은 약 106억원, 영업이익은 63억여원이었다. 영업이익률이 무려 60%를 상회한다. 코로나19 영향을 받은 2020년도 매출액은 74억원, 영업이익 36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런 수익이 지역 상권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관광의 패턴이 변했기 때문이다.

“케이블카가 없다고 경제적으로 나빠지는 것도 아니고, 케이블카가 있어도 별로 영향이 없어요.” B지구 상인 고씨의 말이다. 권금성 케이블카는 자연공원법이 제정된 1980년 이전에 운영을 시작했기 때문에 별도의 환경부담금이나 관리 비용도 내지 않는다.

“설악동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나갔던 관광지예요. 관광버스가 내려다주면 그 근처에서 먹고 자고 다 하던 시대였거든요. 그래서 케이블카 하나 만들면 사람들이 많이 오고, 장사가 잘될 거라 착각하는 거죠.”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가 말했다. 공우석 기후변화생태계연구소 소장도 “과거와 같은 물리적 개발을 통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주민의 소득을 창출한다는 생각 자체를 바꿔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주민들도 같은 생각이다. 군민 조용명(70)씨는 “그냥 막연히 무언가 양양에 생기면 돈벌이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거 같다”며 “(군에서도) 여론(조성)을 위해 계속 그런 이야기를 하는데 사실은 다 허구”라고 말했다. 다른 군민 김동일(54)씨는 “기존에 부족한 관광 인프라를 (보완할) 생각을 해야 하는데, 인공적이고 물질적인 무언가가 가시적으로 보여야만 인프라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경제효과는? 양양군 “전문가 영역이라 설명 어려워”

새로 건설되는 오색케이블카는 지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2015년 강원연구원은 양양군의 용역을 받아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분석한 자료에서 오색케이블카 건설과 운영에 따라 1520억원의 효과와 935명의 고용을 이끌어낼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이 자료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현 한국환경연구원)이 내린 결론처럼 퍼져나갔다는 점에 있다. 당시 한국환경연구원도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에 관한 경제성 검증 보고서를 냈는데 `지역경제 파급효과' 등의 내용은 없었다. 양양군이 이 자료에 강원연구원에서 자료를 임의로 추가해 환경부에 제출했다. 이 사건으로 양양군 공무원 2명이 1심에서 벌금형의 유죄까지 선고받았지만, 최근의 오색케이블카 관련 기사에선 여전히 “한국환경연구원 분석”이라 잘못 인용돼 보도되고 있다. 강원도와 양양군은 지역경제 파급효과에 관해 이후 새롭게 분석한 자료가 있냐는 <한겨레21>의 질의에 없다고 답했다. 양양군은 서면으로 “전문가 영역이라 설명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박항주 정의정책연구소 기후위기센터장은 2015년 한국환경연구원 경제성 분석에 대해서도 “비용은 과소 추정하고 편익은 과대 추정했다”고 말했다. △운영비용을 설정할 때 할인율 등을 적용하지 않거나 △연간 운행일수 등을 고려해 현실적인 탑승객 수를 추정하지 않고 △국립공원의 보존가치 및 이용가치를 비용과 편익으로 환산해 분석하지 않는 식으로 “자료를 임의로 사용하고 방법론적 기본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2022년 11월, ‘국립공원 경제성 분석의 문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례를 중심으로’)

효과는 분명하지 않은데, 오색케이블카 사업에 들어가는 금액은 확실하다. 2015년만 해도 460억원이었던 예상 사업비가 2023년 1천억원으로 늘어났다. 구체적으로 어떤 비용이 늘어났느냐는 질의에 양양군 쪽은 “7년 물가상승분과 환경영향평가 협의 과정에서 상부 정류장 위치를 변경하면서 건축비 변동분, 운반비 증가분과 자재 상승분이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답했다. 아울러 ‘세부설계가 진행 중이며, 세부 내역은 비공개’라고 덧붙였다.

1천억원의 사업비 중 양양군이 확보해야 할 예산은 800억원 수준이다. 사업비의 최소 20% 이상은 강원도에서 부담한다는 설명이다. 양양군에 따르면 지금까지 확보한 예산은 420억원이다. 양양군은 2023년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180억원을 확보한 뒤, 200억원은 사업 기간에 분산해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양양군 1년 예산의 18% 케이블카에 쏟아부어

양양군의 1년 예산은 4300억원 수준이다.(2023년 예산 4347억원) 주민들의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양양군 군민 이순녀(57)씨는 “양양군은 재정자립도가 낮고 가난한 편인데 도대체 어디서 사업비를 마련할지 걱정된다”며 “어르신들을 위한 요양원처럼 현실적으로 군민을 위한 복지나 재정은 고려되지 않고 (군수의) 치적만 신경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군민 김동일씨도 재정에 대한 걱정을 털어놨다. “800억원이라는 돈을 양양군민 인구수(2만7849명)로 나눠보면 1인당 287만원 정도 돼요. 양양군민들이 받을 수 있는 행정 서비스는 그만큼 줄어드는 거잖아요. 근데 이 돈이 단발적으로 건설할 때만 들어가는 돈이에요. 만약 장사가 안돼서 적자 나면 손실을 메워야 하잖아요. 그럼 (양양군 예산이) 계속 나가는 거예요.”

양양군 쪽은 “1천억원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기 때문에 삭도사업 충당금 형태로 재정안정화 기금을 확보한 것”이라며 “공사에 맞춰 2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하는 것은 군에서 시행하는 다른 대규모 프로젝트와 비교하면 부담스러운 정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속초(설악동)=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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