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드드드드드드드드득. 고요한 산속에서 전동드릴 소리가 난다. 조금 더 올라가자 더 크게 들린다. 가까이서 들어보니 나무를 두드리는 듯한 소리다. 목탁 두드리는 소리를 3배 정도 빨리 재생한 듯하다. 진원지를 향해 귀를 내밀었다. 더 멀리, 깊은 곳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딱따구리예요.” 앞서가던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이 뒤돌아서서 말했다. 귀에 신경을 집중하고 산을 올랐다. 드드드드득.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적막한 산, 겨울의 끝자락에서 오랜만에 사람을 마주한 설악산이 들려준 첫 소리였다.
2023년 3월21일, <한겨레21>은 국립공원공단의 허가를 얻어 입산 통제 기간에 녹색연합과 함께 설악산국립공원을 찾았다. 오색 케이블카 상부 정류장 예정지 끝청봉을 향해 걸었다. 한계령 휴게소, 한계령 삼거리, 서북 능선을 따라 끝청봉에 올랐다. 끝청봉에서 정류장 예정지를 거쳐 지주들이 세워질 곳을 따라 걸었다. 녹색연합에서 서 위원을 포함해 3명이 현장 모니터링에 나섰고, 국립공원공단 직원 1명도 동행했다.
새벽 6시30분 한계령 휴게소(해발 약 900m)에서 산으로 들어온 지 한 시간이 지나지 않아(해발 1200m) 잣나무 군락이 일행을 반겼다. 겨울철 옷을 벗어 밋밋한 갈색이 대부분인 나무들 사이에서 짙은 청색 잎이 눈에 띄었다. 잣나무 사이사이로 고산지대에서 사는 하얀색 껍질의 사스래나무가 보였다. 조금 더 올라가자 분비나무 군락이 등장했다. 주목도 보이기 시작했다. 서 위원은 “설악산의 1000m 넘는 고도에서 가장 많은 개체가 잣나무와 분비나무”라고 말했다.
설악산은 백두대간의 허리 구실을 담당한다. 빙하기부터 남쪽으로 내려오는 북방계 식물의 이동통로이자 생태계의 정점을 이루는 지역이다. “과거 빙하기부터 북쪽의 추위를 피해 내려온 빙하기의 유물이 설악산 1300m 이상 고도에 그대로 남아 있어요. 눈잣나무와 주목, 눈측백, 사스래나무 등 이 일대에만 국한돼 자라는 식물이 많습니다. 한반도의 자연사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보여주는 결정적인 기후변화의 증거종들이에요.” 공우석 기후변화생태계연구소 소장의 말이다.
서북 능선을 타고 5㎞ 정도 지났을까. 눈측백 군락이 눈에 들어왔다. 거기서 조금 더 올라가니 끝청봉에 다다랐다. 설악산 대청과 중청을 지나 서북 능선이 끝나는 지점에 있다 하여 ‘끝청'이라는 이름이 붙은 곳. 해발 1610m의 봉우리다. 반대편의 가리봉과 주걱봉이 한눈에 들어왔다. 고개를 돌려 보면 오색리를 사이에 두고 점봉산이 버티고 있다. 점봉산을 바라보던 시선이 어느 능선에 멈춰 섰다. 끝청에서 직선거리로 약 500m 떨어진 곳. 그곳에 이날 산행의 출발점이 있었다. ‘오색 케이블카' 상부 정류장이 들어설 곳이다.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은 2023년 2월27일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삭도(케이블카) 설치사업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조건부협의 의견을 강원도 양양군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발표 불과 25일 전, 환경부는 2030년까지 전 국토의 30%를 국립공원 등 보호지역으로 선정한다고 밝혔다. 2022년 12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 합의안에 따른 것이다. 총회에서 2030년까지 전 지구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정한다고 합의했다.
지어진 적 없는 ‘케이블카’는 41년간 지방자치단체의 서류에 ‘숙원사업’으로 존재했다. 양양군은 “지역의 자원을 활용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일념으로 지치지 않고 밀어붙였고, 환경단체와 시민은 “설악산 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줄 것”이라며 의지로 항전했다.
1982년 정부는 강원도의 케이블카 설치 건의를 받아 문화재청에 문화재 현상변경을 신청했다. 문화재청은 불허했다. 이후 1990년대 양양국제공항 개항을 준비하던 양양군은 절차를 불도저처럼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당시는 자연공원법 시행령 중 ‘공원자연보존지구에서 허용되는 최소한의 공원시설'에 케이블카는 2㎞ 이하로 규정됐다. 양양군에서 원하는 구간은 2㎞를 초과하는 구간이었기 때문에 법 개정이 먼저 필요했다. 양양군 주민들은 2000년대 초반 삭도추진위원회라는 조직을 만들어 규제를 풀기 위해 노력했다. 찬성하는 주민들은 국회와 환경부 등에 거리 제한 완화를 위해 탄원서 등을 제출했다. 2010년 첫 변곡점이 생겼다. 정부가 자연공원법 시행령을 개정한 것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케이블카를 설치해야 한다고 말은 많이 했지만 실제 덤벼들지는 못하고 있었어요. 근데 법 개정으로 제한이 5㎞로 늘어난 거예요. 이제 (케이블카 사업 요구가) 봇물 터지듯 나왔고 그때부터 저도 본격적으로 반대 투쟁을 시작했어요.” 녹색연합 및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의 박그림(75) 대표가 말했다. 박 대표의 알몸 시위는 오색 케이블카 반대의 상징이 됐다. 환경청과 강원도청 앞에서 노숙 농성을 하고 가방 속에 접을 수 있는 피켓을 들고 다니며 시도 때도 없이 1인 시위를 했다.
자연공원법 시행령 개정 이후 양양군은 본격적으로 사업 추진에 나섰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위원회에서 번번이 부결됐지만, 양양군은 그때마다 케이블카 구간을 변경해 다시 신청했다. 2014년, 박근혜 정부가 오색 케이블카를 정책과제로 선정하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국립공원위원회는 2015년 8월 7개의 부대조건을 달아 승인 결정을 내렸다. 오색 케이블카 추진 과정의 두 번째 변곡점이었다.
‘변곡점’을 만든 보고서는 과정에서 논란이 됐다. “양양군은 해당 보고서에서 산양이 살지 않고 훼손도 없을 거라 했어요. 113차 국립공원위원회 회의 중간에 민간위원 일부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이의를 제기하자 결국 조건을 걸어요. 양양군의 거짓말에 의해 논의가 시작됐는데, (허가부터 하고) 증명을 하라는 조건이 붙은 거예요.”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가 말했다.
실제 2015년 양양군이 제출한 변경안을 보면, 오색~끝청 하단 노선과 관련해 “특이식생 및 멸종위기 야생동물 주요 서식지가 아닌 지역으로 환경적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자연친화적 공원환경 조성에 기여할 수 있는 노선으로 평가된다”고 적혀 있다. 또 “오색삭도 인근에 분포하는 법적보호종의 경우 직접적인 서식지 훼손이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승인이 나자, 양양군은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시작했다. 반대 주민을 배제하고 공청회를 열었다. 2016년 3월18일 1차 공청회가 파행되고, 2차 공청회가 4월29일 열렸다. “군 공무원들을 다 동원해서 공청회가 아니라 성토대회를 연 것 같았어요. 공무원들이 방청객처럼 앉아서 케이블카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공격하고 그랬어요.” 양양군 간곡리 주민 조용명(70)씨가 말했다. 박그림 대표는 양양군수에게 대화하자며 군청 앞에서 수일 동안 농성했지만 끝내 만날 수 없었다. 양양군은 되레 박 대표 등을 퇴거불응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그러는 사이 양양군은 환경영향평가 보완 통보를 받고 보완서를 제출했다.
2019년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양양의 행정심판 청구에서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양양군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2022년 4월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오색 케이블카 사업이 정책과제에 포함됐다. 2023년 2월27일,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은 △산양 등 법정보호종에 대한 공사 전·중·후의 모니터링 △법정보호식물 및 특이식물에 대한 추가 현지조사 △상부 정류장 구간 규모 축소 방안 강구 등의 조건을 달아 ‘조건부 협의' 의견을 통보했다.
“설악산은 우리가 이렇게 함부로 할 존재가 아니에요.”(박그림 대표) ‘국립공원', ‘백두대간 보호지역 핵심구역',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 ‘별도관리지역',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 ‘천연보호구역'. 다 설악산에 붙은 이름이다. 이 온갖 보호막이 무용지물이 될 시간은 불과 8개월 남짓. 끝청봉에서 사업 예정구역을 향해 내려갔다.
200m 남짓 이동하자 이전 상부 정류장 부지가 나왔다. 해발 1480m. 2015년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을 때 예상 부지로 정했던 곳이다. 잣나무와 분비나무들 사이로 아직 치우지 않은 밧줄과 깃발이 보였다. “설악산의 전형적인, 아고산대 생태계 전형이라고 볼 수 있어요. 분비나무가 발달했고 잣나무도 같이 보이죠. 그리고 양호하게 잘 자라고 있어요. 나무가 두껍고, 남한에서 이런 자생 잣나무는 이 오색코스밖에 없어요.” 서 위원이 말했다. 양양군도 이런 문제 제기가 지속되자 아고산대 원형 보존을 이유로 상부 정류장 위치를 더 밑으로 조정했다.
15분가량 더 내려가니 끝청과는 확연히 경관이 달랐다. 나무가 빽빽했다. 잣나무가 군데군데 보였다. 바위 옆에 가장 곧게 솟은 잣나무를 가리키며 서 위원은 “최소 150년에서 200년 정도의 수령”이라고 말했다. 해발고도 1430m. 다시 보이는 빨간 깃발엔 ‘변경 상부 정류장'이라고 적혀 있었다. 공 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턱에 날 상처가 목에 났다고 영향이 없나요? 몇 미터 고도 차이가 문제가 아니에요. 고산이나 아고산대는 낮은 곳과 달리 상처를 입으면 회복 속도가 더뎌요. 공사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생태계를 되돌릴 수 없는 길로 가는 겁니다.” 국립생태원은 환경영향평가서 재보완 검토 의견에서 “상부 정류장의 위치는 하방(아래로) 이동했으나, 개발 면적(2743㎡→3634㎡) 및 훼손 수목(1267주→1721주)은 오히려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홍석환 교수가 2021년 써낸 <환경에 대한 갑질을 멈출 시간>에 따르면 오색 케이블카 사업 예정구역의 나무들은 전국에서 평균수령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천연기념물 노거수 수림대 8개 지역의 상위 3주 수령 평균이 72년에서 153년 사이로 조사된 것에 비해 오색 케이블카 사업지역의 상위 3주 평균수령은 210년이었다. “열악한 자연환경에서도 엄격히 보호되는 국내 대표적인 보호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령의 나무들이 즐비하게 있는 그야말로 국내에서는 볼 수 없는 극상림이다.”(<환경에 대한 갑질을 멈출 시간>) 수령이 전부가 아니다. “본 사업지역은 자연환경의 보전 및 복원이 원칙인 생태 자연도 1등급에 해당하는 양호한 식생이 77.28%를 차지하고 있다.”(국립생태원 재보완 검토 의견)
실제 케이블카가 설치된 이후엔 2차 피해까지 발생한다. <국립공원연구지>에 2021년 게재된 ‘국립공원 삭도 운영 구간의 탐방객 이용 특성 및 훼손 영향’을 보면 “국립공원 내 삭도를 설치한 경우 정류장과 노선 지주대 등 일차적인 개발로 생태계가 훼손되고, 종점 정류장 일대 등에서 2차 훼손이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연구에 따르면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를 운영하는 설악산 권금성과 내장산, 덕유산 모두 3~6등급(0∼1등급 ‘건전’, 2∼3등급 ‘약’, 4등급 ‘중’, 5∼6등급 ‘강’) 사이의 환경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일각에서는 케이블카로 산을 이용하는 것이 등산하는 것보다 환경을 더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가을에 단풍철이 되면 사람들이 줄을 지어서 올라가거든요. (케이블카하고,) 밟아서 훼손하는 것하고 어떤 게 더 훼손되겠습니까. 저희는 오히려 케이블카를 만드는 게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2023년 2월28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한 말이다.
김 지사의 말엔 전제 조건이 빠졌다.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대신 기존 탐방로를 없애야 가능한 주장이다. 홍 교수는 “정상으로 가는 탐방로 중 3곳만 막아도 케이블카를 찬성하겠다”며 “등산객과 케이블카 이용객은 다르다. 탐방로를 막는다고 하면 지역주민부터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양군 쪽은 탐방로 폐쇄와 관련한 <한겨레21>의 질문에 “등산로 폐쇄 권한은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에 있다”며 “2012년 삭도 계획을 신청하며 등산로 폐쇄 계획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상부 정류장 예정 지점을 지나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된 산양 배설물이 무더기로 관찰되기 시작했다. 한계령 휴게소에서 끝청봉까지 7.7㎞를 오는 동안 산양 배설물을 단 두 번밖에 목격하지 못했지만 상부 정류장 예정지부터 4번 지주 예정지까지 약 1.5㎞ 구간에서 산양 배설물을 50여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일부 배설물은 낙엽에 가려 다른 일행이 밟고 지나간 뒤에야 발견되기도 했다. 관찰된 장소는 26곳이었다. 절벽 옆이나 낭떠러지 인근에선 1~3m 간격으로 배설물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담비와 삵의 배설물도 확인했다. 딱딱하게 굳은 삵의 배설물을 반으로 잘라보니 미처 소화되지 못한 먹잇감의 털뭉치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케이블카 사업 구역은 산양의 “핵심 서식지”(박그림 대표)다. 국립생태원의 우동걸 박사도 “주로 산양은 암벽지대가 많은 험준한 산악지대에 분포하는데 설악산은 그런 조건을 갖췄다”라고 말했다.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 산양 개체수는 1630마리로 파악된다. 이 중 약 18%인 297마리가 설악산에 서식한다. 이날 녹색연합은 4번 지주 예정지역 부근에 설치한 카메라 두 대를 회수했다. 카메라가 설치된 나무 바로 앞에서도 산양 배설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 녹색연합의 카메라는 2021년 10월부터 2023년 3월21일 회수될 때까지 인근에서 움직이는 동물을 찍었다. 현장을 찾기 불과 4일 전에도 산양이 카메라 앞을 지나갔다. 사진 속 산양의 모습은 다양했다. 바위 위에 앉아 쉬는 모습부터 뛰어가는 역동적인 모습도 담겼다.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산양도 있었고, 두 산양이 나란히 앉아 쉬는 모습도 포착됐다. 산양 외에도 노루와 담비, 하늘다람쥐가 같은 공간에서 카메라에 찍혔다.
약 3.3㎞에 이르는 구간의 6개 지주는 이들의 삶의 근간을 뒤흔든다. “멸종위기종은 변화에 굉장히 민감해요. 심지어 심장부를 교란하는 거잖아요. 거기에 지속적으로 소리와 냄새라는 오염까지 발생하게 될 겁니다.”(홍석환 교수)
정부 산하 환경평가기관 검토의견서에도 이런 지적이 담겨 있다. “사업계획지역은 전반적으로 산양 서식에 적합한 환경으로 판단되며….”(국립생태원) “사업대상지 노선을 중심으로 담비, 산양 등 멸종위기 야생동물이 출현하고 있음이 확인됨… 삭도 시설물 설치 공사나 삭도 이용 등 인위적인 간섭으로 산양, 담비 등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훼손될 수 있으므로….”(국립공원공단)
“훨씬 더 무서운 건 대청봉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예요.” 박그림 대표가 말했다. “지주나 8인승 케이블카 53대 운영 등 문제를 다 없다 쳐도 이게 정말 무서워요.” 반대하는 이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케이블카 상부 정류장과 대청봉까지 가는 탐방로의 연계 가능성이다.
양양군은 자연공원법 시행령 개정 이후 2011년 처음 케이블카 사업을 신청하며 오색~대청 구간으로 계획서를 냈다. 이후 부결되자 관모능선으로, 다시 끝청으로 바꿨다. “그게 애초 계획이니까요. 그렇지(대청봉까지 연결되지) 않으면 사업할 게 뭐가 없잖아요. 일단 케이블카를 놓으면 거기 타고 올라가서 대청봉으로 넘어갈 거예요, 사람들이.”(주민 조용명씨)
덕유산국립공원은 1990년 케이블카가 만들어져 운행을 시작했는데, 케이블카 상부 정류장인 설천봉에서 정상인 향적봉까지 거리가 552m에 불과했다. 많은 사람이 상부 정류장에서 향적봉으로 향했고 새로운 등산로가 생겨났다. 이 때문에 주변 일대가 환경피해도 4등급 훼손을 입었다. 오색 케이블카의 상부 정류장 산책로에서 끝청봉까지 거리는 약 500m다. 30분정도면 도달할 수 있는 거리다. 일단 끝청에 도달하면, 대청봉까지는 만들어진 탐방로가 존재한다.
양양군 쪽은 <한겨레21>의 질의에 대한 서면 답변서에서 “상부 지역은 폐쇄형으로 설계해 기존 등산로로 접근이 불가능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박그림 대표는 제대로 이뤄질 리 만무하다고 예상한다. “말장난이에요. 이미 양양 전체 여론은 이미 대청봉까지 가는 거예요. 심지어 끝청에서 대청까지 모노레일을 놓겠다는 이야기까지 들려요. 일단 설치되고 나서 여론이 어떻다, 민원이 있다 이런 식으로 핑계를 대면 시간문제죠.”
오색 케이블카 건설을 위한 첫 삽을 뜨기까지 아직 남은 절차가 있지만, 강원도와 양양군은 속도를 내고 있다. “앞으로 11개 인허가 및 심의 절차를 최대한 신속히 밟고 원샷으로 해결해 연내 착공하겠습니다.” 김진태 지사가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조건부 협의 의견 통보 이후 브리핑에서 한 말이다. 양양군은 2023년 11월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3년 3월21일. 약 13시간의 산행을 마치고 남설악탐방지원센터 입구로 나와 아스팔트가 깔린 도로 위에 발을 디뎠을 땐 이미 어둠이 짙게 내려앉아 있었다. 고요한 산속 어딘가 사람을 피해 잠시 숨어 있던 산양이 다시 움직일 시간이다. 딱따구리는 여전히 나무를 두드리고 동고비는 지저귀고 다람쥐는 바스락거리는 낙엽 위를 지나갈 것이다. 머지않아 사그라질 소리다.
양양(설악산)=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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