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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팥빙수처럼 녹아내린 그린란드 [뉴스 큐레이터]

등록 2022-09-17 16:02 수정 2022-09-18 01:50
그린란드 쿨루수크 연안에서 떠내려가는 빙하. 연합뉴스

그린란드 쿨루수크 연안에서 떠내려가는 빙하. 연합뉴스

그린란드 빙상 상황이 심상치 않다. 최근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2021년에 이어 2022년에도 이상기후로 그린란드의 빙상 붕괴가 빨라진다고 보도했다. 통상 가을로 접어드는 9월이면 빙상이 녹아 물로 변하는 ‘융해’가 잦아들지만, 2022년엔 9월에도 빠른 속도로 계속됐다.

<워싱턴포스트> 보도를 보면, 미국 서부에 폭염을 가져온 따뜻한 제트기류가 그린란드의 서쪽 배핀만으로 북상해 이 지역 기온이 상승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관측에 따르면 2022년 9월3일 그린란드 빙상의 해발 3200m 최고점 온도가 녹는점을 넘어선 영상을 기록했다. 9월 기온이 영상을 기록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워싱턴포스트>는 “그린란드는 현재 9월이 아닌 7월 같다”며 “과거 40년 동안의 9월 데이터로는 가장 대규모로, 한여름에나 볼 수 있을 만큼 광범위하게 빙하가 녹았다”고 전했다. 테드 스캠보스 미국 콜로라도대학 수석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에 “그린란드 빙상의 약 35%가 녹고 있다”고 했고, 극지 연구를 하는 네덜란드 과학자 마우리커 반 티헬런은 “이번 사건은 지구온난화가 얼마나 강렬한지 보여준다. 빙하가 녹는 시점이 (7월이 아닌) 9월까지 연장됐다”고 전했다.

2021년에도 그린란드에선 이상 상황이 있었다. 2021년 8월 그린란드 빙상의 최고점 기온이 영상을 기록하며 관측 사상 처음으로 눈이 아닌 비가 내렸다. 2021년은 1880년 이후 여섯 번째로 무더운 해였다. 북반구만 놓고 보면 2020년, 2016년에 이어 세 번째로 무더운 해였다. 지구 평균기온이 점차 상승하며 그린란드에서도 비가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비는 빙상의 융해를 가속한다.

그린란드 빙하의 붕괴는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진다. 지금보다 지구의 평균기온이 3도 높았던 플라이오세 지질시대엔 그린란드와 남극 서부에 얼음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당시 해수면이 오늘날보다 22m나 높았다. 2010년대 들어 그린란드 빙상의 붕괴 속도는 1990년대보다 6배 빨라졌다. 그린란드 빙상 붕괴가 이미 인간의 노력으로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뉴스 큐레이터는 <한겨레21>의 기자들이 이주의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뉴스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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