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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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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호 산악열차’ vs. 지리산 ‘환경 파괴’ 열차

케이블카 대신에 ‘친환경 전기열차’ 시범사업 추진 본격화하려는 남원시…
백지화 주장하며 반대하는 시민·환경단체
등록 2022-09-03 18:00 수정 2022-09-06 09:23
‘지리산산악열차 반대대책위’ 회원들이 2022년 7월 전북 남원시청에서 지리산 산악열차 추진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 지리산산악열차 반대대책위 제공

‘지리산산악열차 반대대책위’ 회원들이 2022년 7월 전북 남원시청에서 지리산 산악열차 추진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 지리산산악열차 반대대책위 제공

따뜻한 고향 뉴스인 ‘우리동네뉴스’(우동뉴스)가 2022년 한가위에도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한겨레21>이 평소에 전하지 못하는, 전국의 흥미롭고 의미 있는 뉴스가 이번에도 푸짐합니다. <한겨레> 전국부 기자들이 준비해주셨습니다.
먼저 밝은 뉴스부터 보면, 충남 부여군의 특별한 외국인 농업 노동자 정책, 경기 북부의 외국인 안보 관광객 급증,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의 조개 줍기, 거의 1세기 만에 다시 연결된 서울 창경궁과 종묘 기사가 눈에 띄네요.
물론 이번 한가위에도 묵직한 이슈가 있습니다. 제주의 외국인 여행객 입국 제한, 낙동강 8개 보로 수질이 나빠진 경남의 농업, 대구·경북의 수돗물 고민, 국립대에 처음 설치된 대전 충남대의 ‘평화의 소녀상’ 등입니다.
또 경전선 전남 순천역은 그 위치를 두고, 광주에선 대규모 쇼핑몰을 어떻게 할지, 전북 남원에선 산악열차를 놓을지 고민인가봅니다. 충북 청주에선 도청의 공무원 주차장 축소, 강원도에선 세 번째 ‘특별자치도’의 실효성, 경기도는 혁신학교 축소 방침이 논란입니다.
어떻습니까? 올해 한가위에도 엄청난 뉴스가 각 지역에서 쏟아졌지요? 우동뉴스와 함께 즐거운 명절 보내시기 바랍니다. _편집자주

“탄소배출을 줄여 국립공원 생태계를 보전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사업이다.”(남원시 보도자료)

“이 사업은 계획서가 부실한데다 많이 과장됐고, 주민들이 제대로 내용을 알면 반대할 것이다.”(‘지리산산악열차 반대대책위’ 발표자료)

전북 남원시는 2022년 8월3일 ‘지리산 친환경 전기열차(산악열차) 시범사업 추진 본격화’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앞서 6월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시행하는 ‘산악용 친환경 운송시스템 시범사업’ 공모에서 우선협상대상 지자체로 남원시가 최종 선정돼, 업무협약과 운송시스템 검증 등 후속 조치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남원시 ‘탄소배출 저감, 주민 이동 편의’

지리산에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했던 남원시는 2012년 추진이 사실상 어렵게 되자, 2013년부터 친환경 전기열차 사업으로 방향을 바꿨다. 이유는 지리산 국립공원 관통도로를 통행하는 내연기관 차량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대기오염 등 환경문제를 해소하자는 것이다. 여기에 해마다 11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5개월간 폭설과 결빙으로 차량 통행이 제한되는 산간지역 주민들에게 교통기본권을 제공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탄소배출 저감으로 △국립공원 생태계 보전 △산간벽지 주민의 이동 편의 향상 △관광을 비롯한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도입 필요성으로 주장했다.

남원시는 2019년 기본계획 연구용역으로 사업을 구체화했다. 2020~2028년 남원시 주천면·산내면 일대에 1102억원을 투입해 길이 13㎞ 선로에 전기열차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1단계로 시범노선(고기삼거리~고기댐) 구간 1㎞, 2단계 실용화노선(육모정~고기삼거리~고기댐~정령치) 구간 12㎞이다. 전 구간에 기존 도로(지방도 737호선, 국지도 60호선)를 활용하고, 차량 병행 매립형 궤도(트램)를 사용하며, 무가선 배터리로 전력을 공급하는 친환경 방식이다. 왕복 2차선 도로인 이 구간은 산악열차가 들어서면 1개 차선은 궤도를 깔아 열차가 다니고, 나머지 1개 차선은 비상시 일반 차량을 운행할 수 있다.

이 사업에 대해 찬성과 반대 목소리가 있다. 시범노선(1㎞)의 시작점인 고기삼거리 주변에 사는 주민 이아무개(84·퇴직 공무원)씨는 “산악열차 사업은 오래전부터 추진했던 일이다. 이 사업이 성공하려면 ‘방죽(둑)을 파면 고기가 모인다’는 말처럼 일단 사람이 모이도록 해야 한다. 환경오염이 없는 전기로 가는 것이고, ‘대한민국 1호 산악열차’의 상징성이 있으니 사업이 잘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씨는 “많은 마을 주민이 이 사업에 찬성하는 것으로 안다. 나도 이 사업에 찬성한다. 다만 산악열차 운행 구간을 폐쇄해 주민들의 이동을 통제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지리산 친환경 전기열차 노선도.

지리산 친환경 전기열차 노선도.

“스위스 융프라우? 과대광고일 뿐”

남원시는 산악열차의 영향을 직접 받는 주민은 주천면 고기리·덕치리 4개 마을의 181가구, 324명으로 파악했다. 시는 “시민 전체가 모이는 설명회를 한 것은 아니지만, 몇 차례 설명할 기회가 있었다. 속속들이 아는 분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 소통을 통해 홍보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시는 또 “주민 통행과 관련해 규정이 아직 정립된 상태는 아니지만, 매립형 궤도(트램) 방식으로 차량과 열차의 병행 통행이 시스템적으로 가능해 지역주민 차량에 한정해 통행할 수 있도록 운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리산산악열차 반대대책위’는 이런 사업추진 계획이 과장됐다고 지적한다. 반대대책위는 “사업제안서를 살펴보면 엉성한 부분이 많다. 시범구간 1㎞를 먼저 추진만 한 채, 다음 단계인 실용화로 이어지지 못하면 시범구간에 고철 덩어리를 덜렁 갖다놓는 결과만 낳을 것이다. 궤도가 단선으로 교행을 못하기 때문에 운행 횟수가 제한되는 등 경제성이 떨어진다. 앞으로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해야 하고, 자연보전지구에 대한 다툼과 공공성 확보를 통한 재원 마련 등 정비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장효수 지리산산악열차반대 남원대책위원장은 “주민 대부분이 산악열차가 운행되면 자신이 사는 곳의 도로가 폐쇄된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친환경 사업이라고 하지만 무게가 150t이나 되는 열차를 운행하려면 대규모 공사를 해야 하는데, 자연을 훼손할 수밖에 없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결국 전기차도 탄소를 배출하는 화력발전이 에너지원이다. 남원시에서 스위스 산악열차를 성공모델로 제시하는데 이동수단이 없었던 19세기와, 다른 이동수단이 있는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더욱이 사계절 만년설이 뒤덮인 스위스 융프라우와 눈이 점점 오지 않는 이곳을 같은 조건에서 비교하는 것은 과대광고일 뿐”이라고 역설했다.

주민 이윤성씨는 “수년 전에 동절기 이곳 도로 결빙 구간에 열선을 놓자고 제안했는데 비용 문제를 거론하며 시가 수용하지 않았다. 지금도 이 구간에서는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기 전에 해마다 산사태로 도로에 돌과 흙이 떨어진다. 그런데도 주민에게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없이 기후위기에 반하는 멍청한 전시행정을 추진하고 있다. 동절기 도로 통제로 불편을 겪는 주민의 교통 편리를 명분으로 삼는데 지금 이대로가 차라리 낫다”고 지적했다. 시민 채현진(54)씨도 “지리산을 너무나 좋아하기에 개발 자체를 하지 말고 민족의 명산을 그대로 후손에게 물려주기를 희망한다. 주민 동의 절차 없이 지자체가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게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윤주옥(56) ‘국립공원을지키는 시민의모임’ 대표는 “국립공원 1호인 지리산에 산악열차가 들어오면 지리산 개발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이는 개발 성공 사례가 돼 지리산 주변 지자체가 관련 사업을 다시 추진할 것이고, 도미노처럼 다른 지역으로도 옮겨갈 것이다. 지구 기후위기를 고민하는 지금, 지리산은 원형대로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대책위 “전기열차, 지리산 개발 시작점 될 것”

남원시는 “백두대간에 인접한 지자체들은 관광 쪽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장기적 비전을 갖고 지역경제 활성화 등 남원시의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는 또 “급하게 동시다발로 이 사업을 추진하는 게 아니라, 환경단체에서 우려하는 야생동물의 피해, 소음 등 환경문제, 실용화노선(2단계)의 경제성 등을 철저히 검증·보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남원=박임근 <한겨레>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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