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선 그때, 음식물쓰레기의 여정은 시작된다. 매일 새벽 집 앞을 오가는 누군가의 손에 실려 한데 모인다. 컨베이어벨트에 실려 찢고 털고 부수고 말리고 쪄서 갈색 가루가 돼 먹이로, 퇴비로 쓰인다. 잊어버리려 했던 죄책감을 좇아갔다._편집자주
*[쓰레기로드] “음식물쓰레기 보면 사는 사람 알 수 있죠”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https://h21.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50720.html
음식물자원화센터는 서울시 도봉구와 경기도 의정부 경계 지역 도봉산 자락에 있다. 지상의 호퍼(투입구)에서는 보이지 않는 지하에 사료화 설비 시설이 마련돼 있다. 지상의 호퍼에 쏟아진 음식물쓰레기는 지하 시설로 떨어진다.
이 자원화 시설을 간단히 정리하면, 음식물쓰레기를 털고 쪄서 사료로 만드는 시설이다. 2005년 음식물을 땅에 묻는 게 법으로 금지되면서 분리배출 시대가 열렸고, 분리배출된 폐기물의 배출, 수집·운반, 자원화 대책도 차례로 구성됐다. 음식물쓰레기는 사료·퇴비·바이오가스화 세 가지 방식으로 재활용된다.(그림 참조) 퇴비화는 음식물을 썩혀 식물이 흡수할 수 있는 양분으로 만드는 방식이고, 바이오가스화는 음식물쓰레기를 혐기성 분해해 메탄가스 생산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2019년 기준 퇴비(38.1%) → 사료(36.2%) → 바이오가스(12.7%) 순서로 음식물쓰레기가 자원화됐다.
서울시에는 △송파구 △도봉구 △강동구(3개 사료화 시설) △동대문구(바이오가스화) △서대문구(위치는 경기도 고양시, 현재 가동 중지) 등 5개 공공시설이 있어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의 34%를 처리한다. 일부 자원화 시설은 언론에 알려진 뒤 아파트값 하락을 우려한 주민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서울 지역 나머지의 음식물을 처리하는 민간업체는 모두 경기 지역에 있다. 인구는 서울과 경기도가 거의 1 대 1이지만, 서울 지역 대 경기 지역 처리 용량은 1 대 6에 이른다(1423t 대 8764t, 2020년 12월31일 기준, 환경부). 도봉구 주민의 모든 음식물쓰레기는 도봉구음식물자원화센터로 모인다. 자신이 먹은 것의 ‘종말’을 정확하게 알 수 있다. 도봉구음식물자원화센터의 하루 최대 처리량은 150t이다. 2021년 일일 평균 처리량(81t)은 2019년(90.9t), 2020년(88.9t)보다 줄어들었다. 음식물쓰레기가 줄어든 걸까? 도봉구 인구도 감소 추세라고 한다.
“공정을 거칠수록 냄새가 없어져요. 음식물 악취가 마지막에는 거의 나지 않죠. 시설 옆을 지나다니는 사람도 잘 모릅니다.” 심윤식 자원순환과 주무관이 시설을 안내하면서 말한다. 도봉구음식물자원화센터의 지상에는 △음식물쓰레기를 투입하는 호퍼 △시설의 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탑 △악취나 유해가스를 정화하는 3단 약액세정탑만 서 있다. 지하 1층에 사료화 설비가, 지하 2층에 음폐수 저장시설이 있다. 음폐수는 음식물쓰레기에서 나오는 폐수다.
건물 지하 1층에서 정진희(62)씨가 컨베이어벨트 위로 실려나오는 음식물 옆에 서 있었다. 노란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칼로 비닐을 푹 찢어 헤집고, 음식물을 고루 펴서 만져보다가, 커다란 돼지뼈를 골라냈다. 한데 뒤얽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부산물 사이로 뜯지도 않은 과자봉지, 하얀 달걀 껍데기가 보였다. 한쪽에선 골라낸 덩어리를 수거하고 다른 한쪽에서 기계에서 떨어져 내리는 비닐을 지켜보면서 정리했다.
자원화센터로 들어온 음식물은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기계설비로 들어간다. 기계설비로 투입되기 전 몇 가지 정지 작업이 있다. 사료가 될 수 있는 음식물만 기계에 들어가도록 ‘불순물’을 선별하는 작업이다. 자원화센터가 생긴 2000년부터 줄곧 일해온 정진희씨는 옛날보다 일이 많이 수월해졌다고 말한다. “옛날에는 비닐봉지를 빼는 게 일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자동으로 선별되니까. 선별 기계에 들어가기 전 뼈다귀, 벽돌, 쇳덩이 등 기계에 무리가 가는 것을 골라내면 돼요.” 고양이, 너구리, 돼지머리 등 동물 사체가 나올 때가 제일 끔찍하다. 동물 사체가 나오면 수거해 묻어준다. 직원들은 음식물을 손으로 집어야 하기 때문에 비닐장갑 안에 면장갑을 끼고 작업한다. 정씨는 새로 들어오는 직원에게는 파상풍 주사를 맞으라고 권한다.
선별된 음식물은 이제 기계가 맡는다. 분쇄 및 자동선별→탈수→건조→부자재(소맥피, 발효제) 혼합 과정을 거쳐, 반입량이 많은 날(주로 월요일)을 제외하면 바로 그날 사료로 만들어진다. 상한 음식도 섞여 있을 텐데 괜찮을까. 이런 우려에 대한 시설 쪽 설명이다. “식중독을 일으키는 균 중 가장 강한 아플라톡신도 100도에서 30분 가열하면 사멸하는데, 그것보다 더 긴 시간 가열하기 때문에 모든 균이 없어집니다.”(심윤식 주무관) 악취 역시 700도에서 태워 없앤다. “악취도 화학물질이니까요.” 탈수 뒤 나오는 물(음폐수)은 지하 2층으로 내려가 중랑구 하수처리장에 연계된다. 중랑구 하수처리장은 분뇨와 생활하수를 처리하는 시설이다. 음폐수는 음식물쓰레기의 88%를 차지한다. 하루 발생량만 71.7t이다.
탈탈거리며 갈색의 가루가 1t짜리 자루에 담겼다. 사료를 한 주먹 쥐어 만져봤다. 라면 냄새가 났다. 현재 사료는 닭과 개 농장 13곳에 공급된다. 관공서에서 만든 제품이라 무상이라고 했다. 이 사료를 두고 음식물쓰레기를 ‘태워’ 만든다, 동물들의 기호도가 낮다는 우려 또한 있다. “타면 색깔이 검은데 그렇지 않다. 농장에서 다른 배합사료와 섞여 먹인다고 한다. 동물들이 먹지 않으면 오지 않을 텐데 계속 공급받고 있다.”(심 주무관)
음식물쓰레기로 만든 사료에 대한 반응은 극과 극이다. 가난한 농장에는 구원이다. 동물단체에는 ‘동물학대 쓰레기 사료’다. 전문가들은 “원칙적 금지, 조건 충족(엄격한 관리 체계)시 허용으로 가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한국자원순환사회적협동조합)고 말한다.
글·사진 고한솔 기자 sol@hani.co.kr·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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