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단이, 김도은, 김동규, 김산하, 김세리, 김송, 김수진, 김연희, 김용건, 김원준, 김유나, 김의현, 김재강, 김정훈, 김지현, 김지현, 김현수, 노류영, 문호균, 박가영, 박소영, 박시연, 박지혜, 박현진, 서형주, 송은지, 송채림, 신한철, 양희준, 오근영, 오지민, 오지연, 이경훈, 이동민, 이민아, 이상은, 이수연, 이승연, 이은재, 이재현, 이정환, 이주영, 이지한, 이지현, 이한솔, 이해린, 이현서, 임종원, 장한나, 정아량, 정주희, 조경철, 조예진, 조한나, 최다빈, 최민석, 최보람, 최유진, 최정민, 최혜리, 추인영, 함영매.
이름을 하나하나 꼽아본다. 한 번은 눈으로, 한 번은 입으로 읽어본다. 이번호 표지에 얼굴 사진이 실린 62명의 이름이다. 사진 속 얼굴은 하나같이 밝고 빛났다. 2022년 10월29일 이태원 참사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이들이다.
<한겨레21>은 유가족들의 개별 동의를 받아, 이들 62명의 사진을 표지에 싣기로 결정했다. 결정하기까지 뉴스룸에 치열하고 깊은 토론이 있었다.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시민분향소 제단 위에 이미 76명의 영정 사진이 올려져 있지만, 언론이 희생자 수십 명의 사진을 한꺼번에 모아 보도하는 것은 처음이다. 용기 내어 소중한 이들의 사진을 보내준 유가족들이 예상치 못한 혐오 댓글에 더 상처받는 건 아닐까, 희생자 얼굴을 모아서 공개하는 우리의 마음이 독자에게 어떤 의미로 가닿을까, 여러 갈래로 생각하고 또 고민했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1월7일로 1차 마무리된다. 여야가 국정조사 기간 열흘 연장에 합의했지만, 지난 45일 국정조사 기간에 새롭게 밝혀진 사실은 많지 않다. 여러 정부기관이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핵심 증인들이 청문회에 출석했다. 하지만 유가족과 국민이 궁금해하는, 압사 위험을 경고하는 112와 119 신고에 왜 제대로 응답하지 않았는지, 158명이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생명의 끈을 조금씩 놓고 있을 때 도대체 정부는, 책임자인 윗분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진실의 조각들은 여전히 일부만 드러났을 뿐이다. 국정조사에서 새롭게 드러난 사실과 앞으로 밝혀져야 할 과제를 표지이야기로 정리했다.
국정조사 과정에서 대통령실, 행정안전부 등은 자료 요청에 소극적으로 응했고, 청문회에 나온 핵심 증인들은 책임을 떠넘기거나 잘 모르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설 명절 전까지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을 구속하는 정도에서 끝내고 더 이상의 윗선은 건드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국정조사가 여야 정쟁의 수단이 돼버리고, 특수본 수사가 변죽만 울리는 사이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도 어느덧 70일이 지났다. 국정조사도 특수본 수사도 끝나고 나면 진상규명은 더 멀어질지 모른다.
연기자가 꿈인 ‘첫째공주’ 오지연, 버킷리스트가 많은 스물다섯 이상은, 패션디자이너를 꿈꾼 박가영, 친절한 방사선사 김의현, 하얀색 웨딩드레스 입고 떠난 김옥사나, 어린 여동생들 아빠 노릇을 한 열일곱 이현서, 엄마의 든든한 버팀목인 열일곱 김동규, 사진 찍기를 좋아한 늦둥이 막내 서형주, 배우고 싶은 게 많은 조경철, 백설공주 옷을 입고 있던 ‘깜찍이’ 김지현, 다재다능한 가수 ‘아키’ 최유진, 10년 뒤 창업을 꿈꾼 김산하, 작가로 살고 싶은 박현진. ‘미안해, 기억할게’ 기획연재로, 구체적인 삶을 기록했기에 이들 13명에 대한 기억은 더 생생하다.
숫자가 아니라 얼굴로 기억되길, 기억을 통해 진실이 기록되길 바라며 62명의 사진을 보내준 유가족들의 간절한 마음을 잊지 않겠다.
황예랑 편집장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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