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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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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하지 말까?

등록 2022-07-13 09:40 수정 2022-07-14 00:25
1421호 표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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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말과 글’은 중요하다. 대통령은 글로 국가 어젠다(의제)를 설명하고, 말로 국민을 설득한다. 대통령의 말에는 그의 생각이 드러나고, 그가 보는 세상이 담겨 있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그가 펼치려는 정책의 중요 단서가 숨어 있다. 결국 대통령의 정치는 권력이 아니라, 말과 글에서 나온다.”

2016년,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대통령 연설문 2597건을 국내 언론 가운데 처음 전수분석한 심층기획 기사를 <한겨레21> 제1096호에 쓰면서 이런 문장을 기사 들머리에 적었다.

매일 아침 서울 용산 집무실에 출근하는 길에, 윤석열 대통령이 ‘도어스테핑’(Doorstepping·약식 기자회견)에서 했다는 ‘말말말’을 들을 때마다, 그 안에 어떤 세상이 담겨 있는지, 어떤 정책의 단서가 숨어 있는지 궁금했다.

이런 말들은 특히. “장마가 오려는지 날이 많이 습하다.” 7월5일 출근길에 윤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건넨 말이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다녀오느라 3박5일간 떠나 있어서 몰랐을까(귀국한 지도 닷새가 됐는데?). 찜통더위에 앞서, 찐득찐득한 습기가 한반도를 덮친 것은 열흘도 훨씬 넘었다(눅눅한 방바닥을 견디다 못해, 6월26일 제습기를 구매해버렸기 때문에 정확히 기억한다). 여러 차례 장대비도 쏟아졌다. 이뿐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에 가면서도 “어떤 마음가짐으로 왔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특별한 마음가짐이 있겠느냐.” 순진한 건지, 눈치가 없는 건지, 이게 더 궁금하다.

이쯤이야 말실수려니 웃고 넘어간다 쳐도, 한국 사회가 당면한 위기에 대한 ‘말’은 그 무게감이 다르다. 그래서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물가상승과 관련해 어떤 말을 했는지 되씹어봤다.

“지금 경제가 굉장히 어렵다. 제일 문제가 물가다. (중략) 국민들은 늘 허리가 휘는 민생고에 허덕거리고 있는 상황이다.”(5월11일 첫 수석비서관회의) 심각성은 충분히 알고 있었다. 재정을 쏟아붓는 추가경정예산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묻는 기자에게는 “영세자영업자가 숨넘어가는데 그것 먼저 생각해야 한다”(5월30일 출근길)고 ‘옳은 말’을 했다. “물가가 올라가면 실질임금이 줄어드는 것”이니 “가용수단을 총동원해서 생활물가 안정에 총력을 다해달라”(5월30일 수석비서관회의)고도 지시했다.

“첫째도 경제, 둘째도 경제, 셋째도 경제”(6월2일)라더니, 6월 중순부터는 말의 뉘앙스가 조금씩 달라졌다.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은,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민간 생산비용 부담을 덜어” “시장 주도로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6월16일)였다. ‘와이노믹스’의 실체가 분명해졌다. 다음날 출근길에는 ‘반말’까지 튀어나왔다. 경제정책 방향이 ‘부자 감세’라는 비판이 있다고 기자가 묻자, “그럼 하지 말까?”라고 되물은 것. 급기야는 “국민들이 숨넘어가는 상황”임을 알면서도, “(전세계적인 경기침체라) 근본적으로 대처할 방도는 없다”(6월20일 출근길)는 속내까지 드러내버리고 말았다.

수습되지 않는 말들은 ‘남 탓’으로 이어졌다. 7월7일 첫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는 “5년간 재정 상황이 크게 악화”됐다며, “예산만 투입하면 저절로 경제가 성장하고 민생이 나아질 거라는 재정만능주의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화살을 문재인 정부에 돌려버리는 말이었다.

남 탓만으로 “숨넘어가는”, 24년 만에 소비자물가상승률 6%를 기록한 “살얼음판”을 바꿀 수는 없다. 대통령의 말에서 찾지 못한 단서를, 우리는 세상에서 찾아 글로 기록하기로 했다. 이경미 기자와 이정규 기자가 직장인, 자영업자, 연금생활자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삶의 기반이 흔들리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완 기자는 인플레이션의 정체를 알고자 제주 양어장에서 광어회 가격이 오르는 과정을 들여다봤다. 윤석열 정부의 ‘시장친화적’ 물가안정 대책의 문제점,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의 특징도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독자 여러분께 작은 부탁 하나 드린다.

8월 첫째 주에 발간할 예정인 통권7호의 주제는 비건(Vegan)과 채식이다. ‘내가 비건이 된 이유’, 반대로 ‘내가 채식을 하지 않는, 못하는 이유’ 등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다. 정보무늬(QR코드)를 찍고 들어와 글을 남겨주시면, 종이잡지에 여러분의 목소리를 실으려 한다(추첨을 통해 소정의 상품도 드릴 예정이다).

황예랑 편집장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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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_ 2022년 7월24일(일요일) 자정까지
보내실 곳_ https://url.kr/qo3b9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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