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바다를 본 이들이 가끔 묻는답니다. “이거 호수야?” 섬이 바다를 에워싸서 아담한 호수처럼 보이긴 합니다. 수평선이 보이지 않던 바다는 물이 빠져 펄을 드러내고 나서야 존재를 증명합니다. 전남 고흥군 포두면 오취리 상오마을에 사는 김형심(54)씨는 마을에서 앞바다가 가장 예쁘답니다. “가을에 하늘 높은 날 달이 뜨면 바다에 비친 달빛이 너무너무 예뻐요.” 마침 그 무렵이면 마을 뒤쪽 해창만 간척지 들녘도 노랗게 물듭니다.
김씨는 딸이 사는 부산에 다녀온 날 눈물을 흘렸습니다. “옛날 못살던 시절이 생각나서”였답니다. 딸 김현정(31)씨는 부산 동구 초량6동 ‘산복도로 마을’에 삽니다. 집들이 구봉산 중턱에 다닥다닥 들어선 동네입니다. 현정씨는 동네에서 조금 특별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합니다. 마을 주민들이 주주로 참여하는 곳입니다. 마을 주민과 교류하고 마을 경제에 보탬을 주며 청년 일자리를 늘리는 걸 사업 목표 중 하나로 삼습니다. 현정씨는 이를 “마을 공동체 활성화”라고 설명합니다.
고흥 상오마을과 부산 ‘산복도로 마을’ 모두 ‘소멸 위험 지역’입니다. 65살 이상 고령층이 20~30대 여성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곳들입니다. 어쩌다보니 현정씨는 소멸 위험 지역인 고향을 떠나 또 다른 소멸 위험 지역에 정착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마을 살리는 일을 합니다. 어머니 김형심씨는 이제 그런 일 하는 딸이 “대견스럽다”고 말합니다. 현정씨는 “그게 다 고향에서 자랐기 때문”이라고 응수합니다. “여기서 일하면서 저에 대해 많이 알게 됐고 고흥 생각도 많이 했어요. 제가 어르신들이랑 지내는 게 정말 익숙한 사람임을 알게 됐어요.”
현정씨는 언젠가 다시 고향 고흥에 정착할 생각입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진 못했지만 고흥에 살면서 고흥을 조금 더 살기 좋게 만들고 싶다는 마음은 확실해요.” 고흥에서도 부산 ‘산복도로 마을’에서처럼 청년들 중심으로 마을 살리는 일을 할 수 있을까요? 현정씨는 두 가지 조건을 말합니다. “고흥에 내려가서 뭔가를 해보려는 청년들이 생기는 게 가장 중요해요. 그리고 지자체 담당 공무원들이 어떤 생각과 태도를 가졌는지도 엄청 중요하죠. 그에 따라 일이 무궁무진하게 뻗어갈 수도 있고 될 일도 안 될 수 있으니까요.”
‘지방 소멸’은 이미 국가적인 과제입니다. 2021년 8월3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22년도 예산안을 봐도 그렇습니다. 총 604조4천억원을 편성하면서 그중 52조6천억원을 ‘지역 균형발전과 지역 혁신’ 분야에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그 가운데 ‘지방소멸대응 특별양여금’도 신설해 매해 1조원씩 지원합니다.
사람이 빠져나가고 나서야 마을의 가치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돈이 있으면 마을을 살릴 수 있을까요? 큰 그림과 세세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한겨레21>은 남은 2021년, ‘지방 소멸’ 실태를 조명하고 대안적인 움직임을 소개할 계획입니다. 곧 또 다른 마을로 들어갑니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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