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만리재에서] ‘입시비리’ 정경심, 왜 중형일까요?

등록 2020-12-25 12:54 수정 2020-12-25 22:45
1344호 표지이미지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1344호 표지이미지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속보] 법원, 정경심 징역 4년 선고 법정 구속 “입시 비리 전부 유죄”’

2020년 12월23일 오후 3시20분께 뉴스 알람이 떴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재판장 임정엽)가 입시 비리와 사모펀드 관련 의혹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중형을 선고했다는 소식입니다. 전체 15개 혐의 가운데 11개를 유죄로 인정했는데, 유무죄가 엇갈린 사모펀드 혐의와 달리 입시 비리는 전부 유죄라는 겁니다.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 16개월 만에 나온 법원의 첫 판단입니다.

재판부가 내놓은 30쪽짜리 ‘피고인 정경심 사건 설명자료’를 훑어봤습니다. ①단국대 의과학연구소 인턴 ②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 인턴 ③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④부산 아쿠아팰리스 호텔 인턴 ⑤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분자인식연구센터 인턴 ⑥동양대 어학교육원 보조연구원 ⑦동양대 총장 표창장 수상 등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의 딸 조아무개(29)씨의 경력 증명서가 모두 ‘허위 서류’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를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과 부산대 의전원에 지원하면서 자기소개서에 썼기에 입학사정 업무를 방해했다는 게 결론입니다. 정 교수에게 징역 4년과 더불어 벌금 5억원, 추징금 1억3894만원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한 재판부는 중형 선고 이유를 세 가지로 들었습니다. 대법원의 양형 기준에 따른 권고 형량은 2년6개월 이상입니다. 

첫째, 대학 입시에서 의전원 입시까지 날이 갈수록 범죄의 방법이 과감해져 죄질이 나쁘다는 점입니다. 딸이 “다른 지원자들보다 성실하고 능력이 뛰어난 지원자로 보이게 할 목적으로 자신과 남편(조 전 장관)의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지인들로부터 허위 사실이 기재된 인턴십 확인서 등을 발급받았다. 그중 일부의 기재 사항은 발급권자들의 허락도 받지 않고 딸에게 유리한 내용으로 변조했으며, 나중에는 딸이 수행하지도 않은 봉사활동으로 표창장을 받았다는 내용의 동양대 총장 표창장을 위조하는 범행까지 저질렀다”.

둘째, 공정한 경쟁을 위해 성실히 노력한 많은 사람에게 허탈감과 실망을 안겨 비난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딸은 “서울대 의전원의 1차 전형에 합격하고 부산대 의전원에 최종 합격하는 실질적 이득을 얻어 오랜 시간 동안 성실히 준비하고 적법한 절차에 따랐던 다른 응시자들이 불합격하는 불공정한 결과가 발생했다. 원하는 인재를 공정한 절차에 의해 선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교육기관의 업무를 방해한 것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입시 관련 시스템에 대해 갖고 있었던 믿음과 기대를 저버리게 하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했다”.

셋째, 반성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정 교수는 조 전 장관에 대한 “청문회가 시작할 무렵부터 본 재판의 변론종결일까지 단 한 번도 자신의 잘못에 관하여 솔직히 인정하고 반성한 사실이 없다. 객관적 물증과 신빙성 있는 관련자들의 진술 및 증언에도 불구하고 모든 공소사실을 부인하면서 설득력 없고 비합리적인 주장을 계속하는 태도는 방어권 행사의 측면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1심 판결 결과이긴 하지만 자녀 입시 비리를 저질렀다는 법적 판단이 나온 것은 정 교수는 물론 조 전 장관에게도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특히 재판부는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와 부산 아쿠아팰리스 호텔 인턴십은 조 전 장관의 공모가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조 전 장관이 “당시 공익인권법센터장 직인을 보관하는 직원의 도움을 받아 (당시 센터장이었던) 한인섭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의 허락 없이 인턴십 확인서를 작성해 위조했”고, 아쿠아팰리스 호텔 인턴십 확인서는 “조 전 장관이 내용을 임의로 작성한 후 호텔의 법인 인감을 날인받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의 입장은 변한 것이 없어 보입니다. 정 교수는 “할 말이 없느냐”는 재판부의 물음에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이 없다”고 했습니다. 조 전 장관은 페이스북에 “1심 판결 결과, 너무나 큰 충격입니다. (중략) 더 가시밭길을 걸어야 할 모양입니다. 즉각 항소해서 다투겠습니다”라고 썼습니다. 기나긴 법정 공방이 끝나고 최종 결과가 나오면 우리는 어떤 진실과 마주하게 될까요. 궁금하면서도 두렵습니다.

정은주 편집장 ejung@hani.co.kr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