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세월호는 수학여행을 가는 단원고등학교 학생 325명을 포함한 승객 443명과 승무원 33명 등 476명을 태우고 2014년 4월15일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제주도로 출발했다. 세월호 선체는 항해 중이던 16일 오전 8시48분께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방 1.8해리 해상에서 왼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세월호에 타고 있던 단원고 학생이 오전 8시52분32초에 119로 이 사실을 알렸다. “배가 침몰되는 것 같다”는 신고자에게 상황실 당직자는 “배가 침몰해요?”라고 되물었다. 기울어지는 배 안에서 119로 구조를 요청하는 전화를 건 이는 모두 18명이었다.
구조 신고는 바로 목포해양경찰서 상황실에 전달됐다. 세월호 승무원들은 승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고 배 안에서 “가만히 있으라”고 안내했다.
목포 해경 소속 경비정 123정이 오전 9시30분께 사고 현장 1마일 앞 해상에 도착했다. 배는 이미 약 52도 기울어져 복원력을 상실한 상태였다. 123정은 세월호에 접근해 선장 이준석과 일부 승무원을 구조했다. 비슷한 시각 현장에 도착한 해경 헬기도 구조 작업을 시작했다.
배 안에 대기 중이던 승객들은 끝까지 퇴선 안내를 받지 못했다. 승객들의 퇴선을 유도하지 못한 123정 정장 김경일은 2016년 12월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 판결(업무상 과실치사)을 받았다. 그날 오전 10시21분께까지 해경 선박, 헬기, 주변에서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민간 어선이 배에 타고 있던 172명을 구조했다. 그러나 304명은 탈출하지 못했고, 모두 사망했다. 배가 침몰하던 날, 날씨는 맑고 파도는 없었으며 바닷물 온도는 12.6도였다. 아이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면…. 우리가 겪고 있는 이 집단적 죄의식은 아마도 우리 세대에서는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어처구니없는 대형 참사에 모두 할 말을 잃었다. 사람들은 왜 배가 기울었는지, 왜 복원력을 상실했는지, 왜 퇴선 명령을 하지 않았는지, 이 모든 시간 동안 국가는 어디 있었는지 필사적으로 물었다. 수상쩍은 정부는 진실 규명 작업을 훼방 놓았다. 결국 시민들의 순정한 분노가 박근혜를 쓰러뜨렸다. 헌법재판소는 2017년 3월10일 박근혜 파면을 확정했다.
박근혜 정부가 무너지고 다시 1년이 지났다. 이제 곧 세월호 참사 4주기다. 여전히 우린, 우리가 던졌던 절박한 질문들의 답을 얻지 못했다. 지금까지 명확히 확인된 것은 배가 가라앉던 날 박근혜는 출근하지 않았고, ‘문고리 3인방’과 함께 오후 대책회의를 주도한 이는 최순실이었다는 사실뿐이다.
여전히 미궁투성이인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최근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2기 특조위)가 출범했다. 위원회의 임무는 △배가 침몰한 원인을 규명하고 △사고 직후 이뤄진 정부 대응의 적정성을 조사하며 △이 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제도상 문제의 개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장완익 위원장은 4월4일 과 만나 “1기 특조위는 정부의 조직적인 방해를 받았다. 2기 특조위는 다르다. 2기 활동이 부진하면 변명의 여지가 없다. 무조건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린 세월호를 잊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침몰하는 배 안에서 서서히 숨져갔을 아이들의 원성이 들려오는 것 같다. 우린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해 숨진 이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우리 자신의 위엄을 회복할 것이다. 은 그동안 고집스레 지켜온 세월호의 ‘노란 리본’을 아직 내려놓을 수 없다. 그날의 슬픔은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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