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67호(6월26일 발행) 표지이야기 ‘사이비 역사의 역습’을 보도한 뒤 지인들이 다양한 반응을 전해주셨습니다. “오랜만에 21다운 좋은 기사를 봤다”는 호평도 있었지만, “의 몰락을 길윤형 편집장이 주도한다”는 저주의 말도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겪어보는 기사에 대한 ‘열화와 같은’ 반응에 저와 기사를 담당했던 진명선·오승훈 기자는 아찔한 현기증과 함께 일말의 불안감을 느껴야 했습니다.
일본의 현대사와 교과서 운동에 관심 갖고 계신 분들이라면 이에나가 사부로(1913~2002)라는 이름을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일본의 교과서 왜곡을 막는 ‘안전판’이라 할 수 있는 일본 교과서 운동의 뿌리는 1962년 시작돼 무려 32년 동안 세 차례에 걸친 역사교육학자 이에나가 사부로의 ‘이에나가 재판’입니다. 소송은 대체로 이에나가의 패소로 끝나고 말지만, 일본 사회는 기나긴 재판을 통해 국가가 교과서로 국민의 생각을 통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사회적 합의를 이루게 됩니다.
도쿄 특파원 시절 우연히 1977년
아직 새 교과서가 나오기 전이니 일본의 각 학교는 학생들에게 교과서에서 해당 부분을 먹물로 덧칠하게 합니다. 그리고 1946년 5월17일 이에나가 등 4명의 학자가 도쿄대학 사료편찬소에 모여 새로운 교과서 편찬을 시작합니다. 당시 연합군이 제시한 집필 기준은 “군국주의·초국가주의적 신도 교육을 하지 않는다” “일왕의 업적이 역사의 전부가 아니다” “경제·문화 등 민중의 역사를 다룬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전후 일본의 첫 역사 교과서 은 ‘신의 강림’이 아닌 ‘석기시대’로부터 일본 역사를 기술합니다.
‘유사역사’ 기사를 준비하며 ‘금성출판사 소송’으로 ‘한국의 이에나가’라는 별명을 얻은 김한종 한국 교원대 교수의 책 를 읽었습니다. 그동안 한국의 역사 교과서에 왜 단군신화가 들어가게 됐는지 의아했는데 이 책을 읽고 궁금증이 풀렸습니다. 이는 1981년 안호상 등 유사역사에 경도된 인물들이 전두환 군사정권을 상대로 진행한 ‘국사 교과서 내용 시정 요구에 대한 청원’ 운동 등 로비의 결과였습니다. 이를 통해 1982년 간행된 국사 교과서부터 단군신화가 교과서에 포함되며 한군현(한사군)의 위치 등이 생략됩니다.
국수주의적 역사교육을 받은 일본 아이들은 “우리 천황폐하는 신의 자손이다” “신국인 일본이 전쟁에 질 리 없다” “천황을 위해 죽어 야스쿠니에서 만나자”라고 믿게 됐습니다. 그 결과는 참혹한 전쟁과 처절한 패배였습니다. 한국의 ‘위대한 상고사’는 일본 우익이 믿었던 일왕 절대주의와 얼마나 다른가요?
‘위대한 상고사’ 논의는 공허합니다. 개인적으로 한사군이 어디에 있었건 관심 없습니다. 저는 그저 제가 속한 대한민국이 강자에게 떳떳하고 약자에게 관대한 품격 있는 나라였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구제할 길 없는 형편없는 ‘식뽕’(식민주의+히로뽕) 기자인가요?
길윤형 편집장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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