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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슈의 전문 기자가 되고 싶어요”

등록 2017-04-07 11:48 수정 2020-05-03 04:28

“꿈으로 끝날 것 같던 기자일을 하게 됐습니다. 응모엽서마다 적었던 제 꿈이 ‘진짜’가 됐습니다.” 지난해 한가위 퀴즈큰잔치 응모엽서에 가지런한 글씨로 적힌 ‘에 하고 싶은 말’의 시작이다. ‘엽서마다’로 보아 한두 해 독자가 아니다. 대학 학보사 시절부터 을 읽어온 오정인(27) 독자는 “ ‘노동 OTL’ 연재를 묶은 을 먼저 읽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5월부터 수도권 한 지역신문 기자로 일하고 있다. “객관적이면서 독자의 마음을 만져주는 의 문체가 기자의 꿈을 놓치지 않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가 엽서에 적은 말을 질문으로 인용했다.

오정인 제공

오정인 제공

엽서에 “이제 막 마주한 세상은 각양각색 부조리로 치장하고 있다”고 했어요. “한숨과 탄식의 연속”이라고도 했는데 지금도 그런가요?

제 목표는 행복이에요. 행복한 삶을 추구하지만 다른 사람들한테도 행복한 삶을 주는 데 기여하고 싶어요. 사실 입사 전에 기자 선배를 만나면서 ‘많은 사람에게 행복만 주기는 어렵겠구나’ 생각했어요. 기사로 치유받는 사람도 있지만 상처받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한쪽은 살리고 한쪽은 죽이는 면이 있죠. 그래도 종합적으로 보면 지금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 직업이라 생각해 감내하고 노력할 겁니다.

“그 흔한 미담은 온데간데없고 미화되기만을 기다리는 부조리가 가득하단 걸 알아가고 있습니다”라고도 했어요.

몇 살 되지는 않았지만 세상이 아름답지만은 않고 행복한 사람이 많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더 그랬죠. 단원고는 아니지만 경기도 안산에서 고등학교를 나와 더 크게 와닿은 것 같아요. 짧은 인생에서 가장 충격적이고 공포스러운 일이었죠. 세월호 사건으로 사회에 대한 회의감이 커졌어요. ‘민주주의가 있기나 한가?’ ‘정의란 무엇인가?’를 많이 생각했죠. 최근 대통령 탄핵을 보면서 다시 희망을 가져도 되겠구나, 행복을 추구하는 신념이 어리석은 것이 아니구나, 생각했어요. 어려운 시기에 빈말이 아니라 을 보면서 더 생각할 수 있었어요.

‘만리재에서’를 열심히 본다고 했어요. 이번호가 안수찬 편집장의 마지막 칼럼이에요.

많은 독자처럼 ‘만리재에서’부터 봐요. 지난 한 주를 돌아보며 다음 한 주를 계획하죠. 안수찬 편집장 글은 정적이면서도 마음을 뜨겁게 하면서도 절제된 느낌이에요.

“행복이 넘치는 사회를 꿈꿉니다. 손톱만큼이라도 보태고 싶은데… 가능하겠죠?”라고 엽서가 끝나요. 어떤 기자가 돼서 행복을 보태고 싶나요?

세월호 보도에 관심이 많아요. 정은주 기자가 세월호 전문 기자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법률, 의학 등 분야별 전문 기자는 있지만 이슈 전문 기자는 못 본 것 같아요. 저도 한 분야보다 한 이슈에서 전문 기자가 되고 싶어요. 정은주 기자를 보면서 목표를 세우게 됐어요. 정 기자가 유가족과 연대하고 공감하면서 가슴에 와닿는 기사를 썼잖아요. 갈 길이 멀지만 그 이슈 기사는 5년, 10년 뒤 기사를 쓰더라도 ‘오정인한테 시켜’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인터뷰가 끝나고 그는 못다 한 말을 전자우편에 담아 보냈다. “ 김기태 기자를 2011년 나만의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습니다. 당시 ‘부글부글’이란 코너에 꽂혔는데 매주 미소인지 조소인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김기태 기자에게 독자로서의 감사함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이후 김기태 기자님을 향한 팬레터(?)를 보냈고, 답장을 받았습니다. 학보사 친구들에게 얼마나 자랑했는지 모릅니다. (기자 일이) 의욕만 있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너무 신중하다 못해 소극적일 때도 있고, 많이 내성적입니다. 그래서 물었습니다. ‘내성적인 저 같은 성격도 기자 할 수 있나요?’ 너무 어린아이 같은 질문이었죠. 기자님께 답장이 왔습니다. ‘저도 내성적이고 샤이(shy)한 편입니다. 우리 회사에도 그런 분이 많고요.’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나름의 위안을 삼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한번쯤 만나보고 싶거나 선배로 만나고 싶은 분이 많은데, 조금이라도 빨리 시작하자”는 생각이 들어 입사를 서둘렀다고 한다. “2014년 구본준 기자님이 세상을 떠나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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