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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위안부’ 평화비에서 만나요

등록 2017-03-31 11:50 수정 2020-05-03 04:28

인생을 만드는 건 결국 어떤 ‘경험’을 언제 하느냐다. 찰나라고 하더라도 운명적 마주침을 통해 아주 거대한 인식으로 향하는 문이 열린다. 흔한 말로 ‘질풍노도’라고 불리는 청소년 시기라면 더 그렇다. 그때는 그저 스쳐 지나간 줄 알았는데 돌이켜보니 그 시기의 경험이 인생 전반에 결정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김응용(44) 선생님은 전북 전주 유일여고에서 국어를 가르친다. 아이들과 함께 ‘인문학적 글쓰기’를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2014년 동아리를 만들었다. ‘유일희망나비’란 이름의 이 동아리가 글쓰기 실천을 넘어 사회적 실천을 하는 ‘사고’를 쳤다. 지난해 8월29일, 전주 풍남문 기억의 광장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최초로 증언한 ‘고 김학순 할머니를 기리는 평화비’가 세워졌다. ‘유일희망나비’가 제안한 것을 전주시가 수용해 제작됐다. 평화비에는 고 김학순 할머니의 말이 적혀 있다. “우리가 강요에 못 이겨 했던 그 일을 역사에 남겨두어야 한다.”
<font color="#C21A1A">‘1020 캠페인’</font>을 신청해 매주 5부를 학생들과 나눠 보고 있다는 김응용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업이 끝날 무렵 나눈 통화에선 새 학기 복도의 활력과 웅성거림이 그대로 전해졌다.

김응용 제공

김응용 제공

<font color="#008ABD">독자 인터뷰를 신청했나.</font>

먼저 신청한 것은 아니고 해줄 수 있겠냐고 해서 적극 하겠다고 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학생들과 고민하는 동아리를 하고 있다. 지난해 학생들과 함께 고 김학순 할머니를 기리는 평화비를 세웠는데, 이걸 알리고 싶었다. 전주에 오면 한번 꼭 들러달란 말을 하고 싶다.

<font color="#008ABD">평화비는 어떻게 만들게 됐나. </font>

동아리 고문인 김판수 선생님의 도움이 컸다. 전주에 살면서 서울 수요집회에 늘 다니신다. 그 선생님의 뜻과 의기투합해 지역 작가들이 도와주고, 전주시까지 공간을 선뜻 내주겠다고 해서 할 수 있었다. 지난해 8월10일 엄청 더운 날, 평화비 제막식을 했다.

<font color="#008ABD">왜 위안부 문제에 주목하게 됐나. </font>

인문계 여고에 오면서 할머니들이 딱 이 소녀들 나이 때 끌려갔다는 점을 생각해봤다. 그때 벌어진 일은 과거의 일이 아닌 현재의 일이고 또 미래의 일일 수도 있다. 전쟁 성폭력 문제는 지금도 전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 문제의식을 학생들과 나누고 싶었다.

<font color="#008ABD">위안부 문제를 함께 고민하자는 제안이 처음부터 쉽진 않았을 것 같다. </font>

처음엔 모두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다 함께 공부를 시작한 것 자체가 변화다. 그 문제에 대해 자기 글을 쓰는 과정에서 그분들의 아픔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 변화들을 모아 매년 경술국치일에 ‘날아라 나비’란 제목의 책으로 묶어내고 있다. ‘평화’를 내 문제로, 내 글로 함께 펴내는 작업이다.

<font color="#008ABD">그 과정에 이 도움이 됐나. </font>

아무래도 아이들이 잡지를 구독하는 게 쉽지 않다. 선뜻 보기 어려운데, 무척 행복해한다. 다만 인문계 학교이다보니 아이들이 모일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이 아쉽다. 학교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 ‘공교육 붕괴’ 같은 자극적인 말을 하지만, 어느 때나 그 시대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다보면 아이들이 역동적·창의적 활동을 원하는데 그 민감성에 공교육이 반응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오히려 한다.

<font color="#008ABD">에 아쉬운 점은 없나. </font>

없다. 워낙 잘해주고 있어서. (웃음) 매주 잡지를 펼 때마다 정말 작업 강도가 엄청날 것 같다고 생각한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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