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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희림 OUT

등록 2024-11-15 22:02 수정 2024-11-19 17:02
2024년 7월, 탁동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구위원이 서울 목동 방송회관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탁동삼 제공

2024년 7월, 탁동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구위원이 서울 목동 방송회관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탁동삼 제공


2024년 9월25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직원 3명이 언론사 카메라 앞에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고 나섰다. 이들은 2023년 12월,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을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신고했다. ‘내부고발에는 색출과 보복이 뒤따른다’는 나쁜 원칙은 이들에게도 적용됐다. 수사의뢰·압수수색·특별감찰은 물론, 강등·부당 전보 등 보복성 인사조처도 뒤따랐다. 신고인 중 1명인 탁동삼 방심위 연구위원에게 11월12일 근황을 물었다. 그는 기자회견 1년 전인 2023년 9월25일, 류희림 위원장의 ‘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 추진 방침을 비판하는 글을 실명으로 내부게시판에 올려, 이후 방심위 직원들의 용기 있는 고발을 이끌어낸 ‘마중물’이 됐다.

—실명으로 위원장 비판 글을 올렸다.

“류희림 위원장이 지명되고 임기 시작 전인 2023년 8월 업무보고를 하러 갔다. 당시 나는 통신심의기획팀장으로 심의 전반이 직무였다. 류 위원장이 ‘김어준 이런 사람들이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가짜뉴스를 퍼트리는데 제재할 방법이 없냐’고 묻더라. ‘인터넷 언론사의 보도 관련 사항은 언론중재위원회 소관이며, 심의하려면 법과 규정을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달 뒤, 법령·규정 정비 없이 ‘가짜뉴스센터’ 발족을 위해 인사가 났다. 법적 근거 없이 일할 직원들이 다 책임져야 하는 상황, 최소한의 규제를 해야 할 방심위가 그 원칙을 훼손하는 것의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고 생각했다.”

—두렵지는 않았나.

“처음 글 쓸 때는 두려웠다. 9월25일이 월요일이었는데, 전날인 일요일에 회사에 와서 ‘무슨 일이 생겨도 받아들이자’라고 생각하며 짐도 정리하고 글도 정리했다. 그런데 동료·후배들이 댓글·쪽지·문자 등으로 격려와 공감을 보내줬다. 이후 지경규 차장이 ‘류희림 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 제기 및 심의 회피 요구’ 글을 올리는 등 방심위 직원들이 위원장의 위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2024년 2월, 의사와 무관하게 ‘연구위원’으로 발령이 났다. 팀장에서 직원이 된 건데, 권익위에 보호조치를 신청했나.

“신청했는데 권익위는 변호사를 통해 비실명 대리신고를 했기 때문에 회사가 신고자를 알고 불이익조치를 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알았던 것이 확인되는 정황’이 있다고 말하자, ‘입증자료를 첨부해서 다시 신고하라’고 하더라. 불이익조치에 해당하는지도 신고자가 입증해야 한다. 권익위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신고 7개월 뒤에 권익위가 한 결정은 다시 방심위로 ‘송부’한 것이다. 적어도 이첩은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사항’이라는 것은 판단하고 사건 담당 기관에 보내는 것인데 송부는 아무 판단을 하지 않은 것이라서 상심이 컸다. 방심위 감사실장이 이해충돌방지담당관을 겸하고 있다. 위원장이 임명한 사람이 위원장의 위법을 조사하는데, 공정한 조사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겨레21 등 언론에 바라는 점은.

“‘민원사주’ 신고 이후 오히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여러 차례 압수수색을 당했다. 처음 압수수색이 이뤄진 1월15일부터 지금까지 방심위 직원들은 1인시위와 천막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방심위가 규제 기관이지만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사회적 기준을 정하는 ‘최소한’의 규제 기관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류희림 위원장이 온 뒤 정치적 목적의 긴급심의를 남발하고 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류희림 위원장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예고방송 긴급심의를 지시했다’는 내용의 방심위 직원 카카오톡 메시지가 공개됐다. 그러자 또 해당 직원을 겨냥한 감사가 이뤄지고 있다. 방심위 직원들이 왜 1년 가까이 싸우고 있는지, 류희림을 통한 언론 장악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구조적으로 짚어보면 좋겠다. 전임 기수 2명을 포함하여 5명 위원만으로 호선된 류 위원장 연임과 이후 3인 위원 체제의 불법성 또한 다시 짚어봐야 한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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