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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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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편지

등록 2017-02-10 18:16 수정 2020-05-03 04:28
2월1일 송채경화 기자에게 전자우편 한 통이 도착했습니다. 제1145호 신년기획 ‘기본소득’ 기사를 보고 한 독자분이 보낸 편지였습니다. 스스로 저소득층 서민이라 밝힌 독자는 기본소득제도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것이 아니라, 청년·노인 등 특정 계층에게만 도입되면 현재도 어려운 기초생활수급자 지원 예산이 깎여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해왔습니다. 편지 내용을 간추려 싣습니다. 은 앞으로도 더 많은 의견을 듣겠습니다.

저는 저소득층 서민으로서 기본소득 기사를 보고 의견을 전달드리고자 편지를 보냅니다. 원칙적으로는 기본소득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당장 전 국민 기본소득을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아무래도 청년이나 노인 등 연령 기준의 일부 계층에게만 지급되는 제한적 기본소득 정책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말 기본소득이 필요한 계층으로 국가 공인 집단이 있습니다. 바로 기초수급·차상위 계층입니다. 우리나라가 기초수급·차상위 계층 같은 절대빈곤층에 대해서는 최소 생계를 보장해준다고 다들 알고 있는데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수많은 절대빈곤 서민이 2대 악법인 ‘근로능력평가제’와 ‘부양의무제’로 수급 혜택을 전혀 못 받고 전근대적 빈곤의 굴레 속에 자살로 내몰립니다.

가장 극명한 사례가 ‘송파구 세 모녀 사건’입니다. 세 모녀 사건의 원인은 근로능력평가제와 부양의무제 때문입니다. 부양의무제는 일정 소득이나 재산을 가진 부모·자녀가 있는 수급 대상자는 소득이 없어도 생계급여를 못 받거나 차감당하는 제도입니다. 근로능력평가제는 사실상 장애인이 아닌 이상 아무리 중병자라도 (이를테면 디스크를 앓는 50대 당뇨 환자라도) 나라에서 내모는 이른바 ‘자활’ 일자리에 참여하도록 강제하는 제도입니다. 일할 수 없는 사람을 근로능력자라 판정하고 자활근로를 강제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아파서 일을 못하는데 자활하라는 얘기죠.

반쪽짜리 기초생활수급제도 때문에 재산·소득이 없는 정신·신체 질병자 수십만 명이 생계 위협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본소득제도를 시행한다면 그 대상은 청년·노인보다 더 시급한 기초수급·차상위 계층이 되어야 합니다. 저는 솔직히 돈 없어서 죽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판국에, 외국 유행 따라서 기본소득 운운하다 결국 현실적 이유로 청년·노인에게 공돈 주는 결과만 나올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황망하기 그지 없습니다. 지식인 언론과 대선 주자들이 합작하면, ‘세 모녀는 자살하는데 금수저 청년과 부자 노인은 매달 30만원씩 받는 나라’가 펼쳐지는 겁니다.

기자님, 정말 언론에서 기본소득을 말하려면 대선 주자들 목을 잡아끌고서라도 ‘전 국민 기본소득’으로 시행하게 하십시오. 아니면 최소한 혜택 대상에 ‘차상위 이하 저소득 계층’을 넣도록 하십시오. 하위 10% 절대빈곤층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이 바로 기본소득의 출발점입니다. 부디 의견을 꼭 검토하셔서 차원에서라도 공론화해주셨으면 합니다. 당사자 입장에서 간곡히, 말 그대로 살기 위해 드리는 부탁입니다. 그럼 감사합니다. 언제나 건승하십시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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