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제공
“독자 인터뷰 항상 하고 싶었는데 고맙습니다. 야무지게 인터뷰하고 싶었는데 아쉬워요. ㅠㅠ” 전화 인터뷰가 끝난 뒤 사진을 받기 위해 이종섭(26)씨와 문자메시지를 10여 건 주고받았다. “고맙습니다”는 기자가 그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다. 정말, 고맙다. 이번주 머릿속을 채우고 있던 단어 중 하나는 ‘감정노동’이었다. 인터넷 포털 다음의 뉴스펀딩에 연재했던 ‘우리 엄마의 감정노동 이야기’ 후원금을 어떻게 가치 있게 써야 할지 머리를 쥐어뜯던 차였다. 궁하면 통하는 걸까. 이씨가 ‘창간 21주년 기념 퀴즈큰잔치’에 써보낸 엽서에는 감정노동의 ‘감’자도 나오지 않는다. “집이 시골이라 그런지 잡지 배송이 너무 늦어요.”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하고 싶어 전화를 걸었다. 이씨는 얼마 전 서울로 이사 와서 “잡지가 빨리 온다”며 웃었다. 그러다가 이야기하다 말고 서너 차례 울먹였다. 그는 백화점에서 일하는 감정노동자다. 울려서 정말, 미안하다.
취업해서 언니 집에 얹혀산다. 백화점에서 가방을 파는데, 언니가 중간관리자라서 그 밑에서 일한다. 대학 다닐 때도 백화점 아웃도어, 청바지, 신발 매장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백화점 판매 경력만 4년쯤 된다.
올해 2월 대학을 졸업했다. 휴학을 오래 하는 바람에 졸업이 늦어져서 취업이 힘들더라. 영업관리 쪽을 지망하는데 취업이 잘 안 돼 이곳에서 일하게 됐다. 40~50대 여성이 주 고객이다. 하루 종일 서 있다보니 몸이 힘들다. 매장에 의자 자체가 없다. 잘못한 게 없는데 손님이니까… 죄송하다고 해야 할 때… 백화점에선 고객이 항상 우선이니까…. (서러운 기억이 떠올랐는지 대화는 중간중간 끊겼다. 그는 울음을 꾹꾹 누르고는 물기 어린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진상 고객이라고 하지 않나. 막무가내인 고객을 만나면 힘들다. 매장 안에서는 음식물을 먹으면 안 되니, 물도 복도나 화장실 앞에 가서 숨어서 마셔야 한다.
영화 가 나왔을 때 감정노동자 이야기를 다룬 기사나 ‘진짜 해피콜’ 시리즈 등이 기억난다. 백화점에서 일하는 판매노동자는 나이가 어리다고 무시당하기 일쑤다. 백화점이 감정노동자 치유를 위해 심리상담도 해준다는데, 거길 이용할 만큼 상처받은 사람들 이야기도 다뤄줬으면 한다(이 대목에서 그는 다시 울먹였다).
고등학교 때 국어 선생님이 논술시험 준비하라고 추천해주셨다. 그땐 최규석 작가의 ‘대한민국 원주민’ 만화가 재밌어서 친구들이랑 돌려보곤 했다.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는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쪼개서 정기구독했다.
메르스로 숨진 노부부 이야기를 봤는데 돌아가신 할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다. (울음을 참지 못하고) 국가가 무섭다는 생각을 했다. 정치외교학을 전공해서 정치 기사에 관심이 많다. 그런데 표지이야기로 다뤄질 때만 정치 기사가 많고, 평소엔 꼭지가 적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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