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예린(31)씨를 처음 본 건 2013년 어느 날이었다. 대전·충남 지역 담당기자로 근무하던 시절, 그는 한 지역신문의 사회부 사건기자였다. 침침한 눈으로 새벽 신문을 보면, 유독 그가 쓴 기사가 눈에 자주 들어왔다. ‘의지가 있는 기자구나’라고 생각했다. 최씨는 2년간 다니던 신문사를 지난해 11월 그만두었다. 신문사에 사표를 냈지만 그는 여전히 기자이고 싶다고 했다. “기자를, 오래 하고 싶은 게, 제 바람이에요. 회사원이 아닌 기자….” 새벽마다 이모와 함께 집 근처 솔오름을 오르는 게 일상이 됐다는 그는 앞바다 섶섬을 잘 말해달라고도 했다. 사람이 살지 않는 작은 곳 섶섬을 자주 본다는 그는 ‘섶섬지기’이자 전직 기자이며, 기자 지망생이다. 을 정기구독한 지는 한 달 됐다. 지난 3월 그는 세월호 탑승객들이 끝내 닿지 못한 곳, 제주로 거처를 옮겼다.
을 언제 처음 보았나. 대학 시절이었던 것 같다. 나랑 같이 살던 룸메이트 언니가 을 방에 수북이 쌓아두고 있었다. 오래된 잡지를 이렇게 모아놓고 있는, 애정을 가진 독자가 있구나 생각했다. 그때 어떤 기사를 보았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최근 가장 인상적으로 읽은 기사는. 정은주 기자의 세월호 기사다. 개인적으로는 기자 생활을 하던 지난해 8월 세월호 순례단이 대전에 도착해서 취재를 한 적이 있다. 그때 정 기자를 보았다. 마음을 편하게 해주려는 듯 항상 웃고 있더라. 유성성당에서 음악회가 열렸는데 관객석에 앉은 정 기자가 눈물을 잠깐 훔치는 걸 보기도 했다. 기사 자체도 좋지만 ‘정은주 기자가 쓴 기사니까’라는 믿음이 있다.
세월호 문제 어떻게 보나. 아…. (긴 한숨) 뭐라 생각한다고 말을 하기도 무겁다. 지난 3월 제주에 온 뒤 바다를 자주 보게 되는데, 4월이라서 그런지 자꾸 생각이 난다. ‘그 배에 탔던 사람들은 이 바다를 보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떠나지를 않는다. 정부가 보여온 태도를 보면 진상 규명에 오랜 시일이 걸릴 것 같다. 가족들도, 국민도 못 견딜 정도로 너무 깊게는 슬퍼하지 않았으면 한다. 꼭 진상 규명이 돼야 하니까.
을 보면서 아쉬운 점도 있었겠다. 좀 집중을 못하겠다는 느낌이 있다. 신문과 잡지는 다르지 않나. 일주일치 신문에 나온 기사를 리바이벌하는 기사는 잘 안 보게 된다. 제주도여서 그런가, 배송이 너무 늦다. 이번호가 어제(목요일) 밤에 왔다. 세월호 통권인 지난호는 사실을 넘어 진실을 발굴하기 위해 수고하는 모습이 느껴져 참 좋았다.
가장 마음에 드는 언론사는 어디. 총량을 따져서 점수를 매길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이렇게 얘기할 수는 있겠다. ‘기자’로 일할 수 있는 언론사가 많아졌으면 하는 소망이다. 한겨레신문사도 분발해달라.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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