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해 7월 한여름 열기가 지글대던 전라도 땅바닥에서였다. 그는 세월호 참사로 아들을 잃은 두 아버지가 나무 십자가를 메고 800km를 걷는 도보순례에 동행한 시민이었다. 그는 경기도 안산에서 출발해 전남 진도 팽목항을 돌아 대전에 닿는 38일의 여정 중 3일을 함께했다. 직장 때문에 두 번은 주말을 이용했고, 한 번은 휴가를 냈다. 목포~해남 구간에 참여할 땐 경기도 수원에서 밤 12시께 기차를 타고 이동해 새벽에 출발하는 순례단에 합류하기도 했다. 을 21년째 구독해온 김인호(48)씨는 대기업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참사 1주기를 맞은 우린 지난해 여름, 그 순례길을 다시 떠올렸다. 그땐 유족이 삭발하고 길에 또 나앉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김인호 제공
세 번이나 순례단에 동행했다. 한 명이라도 더 있으면 아버님들이 기운내지 않을까 생각했다. 지난해 큰딸이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안산에서 학교를 다닌다. (숨진 안산 단원고) 아이들과 같은 나이다. 그 아이들 중엔 우리 딸의 친구의 친구들이 있다. 딸이 “여기 가도 친구들이 울고, 저기 가도 친구들이 운다”고 하더라. 남의 얘기가 아니란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순례 여정에) 같이하게 된 것 같다. 맘 같아선 계속 걷고 싶었지만 세 번밖에 가지 못했다.
참사 이후 우리 사회가 좀 달라졌다고 보나. 예상보다 더 비참하다.
비참? 계절이 계속 바뀌었지만 정부는 가족을 외면하고 있다. 회사에 있으면 ‘유가족들이 얼마 받는다더라’고 말하는 얘기를 듣는다. 그냥 ‘몇억’ 얘기가 나오니까 그것만 아는 거다. 가슴 아프다. 지난해 많은 사람들이 분향소에 가서 애도했는데, 그런 마음이 많이 남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유가족들은 정부가 본질(진상 규명)이 아닌 돈 얘기를 꺼낸다며 삭발까지 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알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한다면 유가족들이 위로받을 텐데, 돈으로 파묻고 진영논리로 파묻으니 안타깝다. 정부가 약한 자들의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다.
곧 1주기다. 희생자 부모님들도 이런 일을 당하기 전엔 우리랑 비슷한 사람이지 않았을까. 그런데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됐다. (이런 슬픔과 고통을) 남의 일이 아니라, 자기 일로 받아들이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그는 통화를 나눈 뒤 전자우편을 보내왔다. “주말에 안산 분향소에 한 번 더 가고, 어린이날에 노란 리본을 달고 지리산에 오를까 한다”고 했다. 그가 다니는 교회에선 화분 304개를 만들어 편지와 함께 희생자 가족에게 전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들에게 적지 않은 위안이 되겠지만, 그는 “할 수 있는 게 이 정도밖에 없는 듯해 답답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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