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소 “피부가 좋다”는 말을 제법 듣는 안수찬 기자입니다. “선배 피부는 10대 같아요.” 이 지면을 편집하는 신소윤 기자가 그저께 저에게 말했습니다. 저는 올해 서른아홉입니다. 얼마 전 식구가 된 신 기자가 선배한테 잘 보이려고 괜한 소리를 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신 기자는 거짓말 따윈 절대로 못하(는 것으로 아직까지는 다들 믿고 있)거든요.
화장품을 잘 쓰지 않는 저는 ‘더페이스샵’의 차영기 대리에게 자문했습니다. 스킨이 따가운 것은 알코올이 함유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해주셨습니다. 남성용 스킨 성분의 30% 정도가 알코올이랍니다. 자학 취미를 자극하려는 것은 아니고, ‘피부 소독’이 목적입니다. 제아무리 3중·4중·5중 겹쳐 깎아 없애는 고성능 면도날을 쓰더라도, 피부에는 미세한 상처들이 남기 마련인데요, 이 상처를 소독하기 위해 알코올을 섞는 것이지요. 그러고 보니 ‘자학 성향을 자극한다’는 설명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니군요. 면도는 생털을 도려내는 자기 학대고, 스킨은 휘발성 약품을 들이붓는 또 다른 학대일 수 있으니까요.
여성용 스킨에도 알코올 성분이 있습니다. 함량 비율은 10% 정도로 낮지만, 역시 피부를 청결하게 하고 상쾌한 느낌을 주기 위해 알코올을 씁니다. 알코올은 부패를 막는 효과도 있어서, 화장품의 천연 성분을 보호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네요. 요즘에는 이런 알코올 자극을 싫어하는 남성이 늘어나서 최근 나오는 상품은 대부분 알코올 함량이 20% 초반이랍니다. 심지어 남성용 ‘무알코올’ 스킨도 있다는군요. 알코올이 없는 스킨이 있다는 건 ‘소독·위생’ 말고도 스킨의 다른 역할이 있다는 뜻이겠지요? 스킨의 원래 목적은 피부에 수분을 공급하는 겁니다. 반면 밀크 로션 등은 피부의 수분을 ‘보호’하는 역할을 주로 맡지요.
남자들은 피지가 많이 생기기 때문에 이를 막는 천연 원료도 남성용 스킨에 첨가합니다. 남성용 스킨은 여성용보다 더 ‘가볍고 묽게’ 만듭니다. 남자들이 끈적끈적한 느낌을 싫어하기 때문이라네요. 얼굴에 끈적한 기름은 많은데, 정작 끈적거리는 화장품은 싫어한다니, 남자들의 기호를 맞추는 것도 까다로운 일이군요. 최근에는 스킨 대신 토너, 로션 대신 에멀젼 등 ‘미국 본토 영어’를 많이 쓰고 있어요. 스킨·로션 등은 ‘일본식 영어’거든요. 용어만 바뀌는 것은 아니지요. 남성용 화장품도 계속 새로 생기고 있어요. 더페이스샵은 남성용 화장품만 무려 50종을 만든다고 하네요. 토너와 에멀전 말고 에센스, 비비크림, 아이크림 등 남성 전용 화장품이 계속 나오고 있대요.
덤으로 제 피부 관리 비법을 알려드릴게요. 자주 세수한다(하루 예닐곱 번씩), 찬물로만 세수한다(겨울에도), 비누를 쓰지 않는다(진짜 더럽지 않으면), 화장품은 가급적 쓰지 않는다(돈도 없으니까), 다만 자외선차단제는 꼭 챙긴다(해가 떠도 비가 와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술·담배를 끊으면 피부가 더 좋아진다는데, 아직 그건 못하고 있어요. 10대 피부가 20대 피부로 바뀌면 그때 금연·금주할 생각이에요. 호홋.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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