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발을 신고 그 긴 다리로 거실을 돌아다니는 미국 배우들을 보며 얼마나 망측하셨습니까. 지금 냉장고 앞을 지나가는 저 신발이 몇 분 전 거리에서 개똥을 밟은 신발이 아닐까, 인류애를 발휘해 걱정도 하셨겠지요. 이해하고 공감합니다.
하지만 알다시피 문화라는 게 상대적이어서 침대문화가 들어오기 전 한국을 방문한 미국인들도 망측하긴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맨발로 집안을 돌아다니며 심지어 먼지투성이 방바닥에 눕는 건 무슨 취미인지 그들이 이해했을 리 만무합니다. 등판에 무좀이 걸리는 건 아닌지 인류애를 발휘해 걱정도 했을 겁니다.
자, 그래서 그들과 우리의 주거문화가 왜 다른지 살펴보았습니다.
네이버 ‘지식iN’에 답변을 달아주신 김명환님은 난방 방식의 차이에 주목하셨습니다. 서구의 집들은 벽난로나 스팀 같은 온열기구를 사용하기 때문에 차가운 바닥에 카펫 등을 깔고 신발을 신는 문화가 형성됐다는 겁니다. 반면에 한국은 온돌 난방이기 때문에 신발을 벗고 생활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왜 이런 난방 방식의 차이가 생긴 걸까요? 더 전문적인 답변을 듣기 위해 한국주거학회장 박선희 전북대 교수(주거환경학)께 물어보았습니다. 박 교수는 비단이나 양털 같은 따뜻한 침구류를 구비할 수 있느냐에 따라 주거 환경도 달라진다고 대답합니다. 박 교수에 따르면, 고대 한반도의 상류층은 서민층보다 온돌 난방을 늦게 도입했습니다. 온돌은 침구류를 구할 수 없는 서민이 겨울을 날 수 있는 중요한 시설이었습니다. 신체를 따뜻한 바닥에 밀착해 열을 전달받았던 것이지요. 고구려 벽화에 집 밖에 신발을 벗어놓은 모습이 그려진 것으로 보아 당시 이미 맨발로 실내에서 생활하는 문화가 자리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박 교수는 유럽 고대의 주거문화에서 침실(안방)과 거실(마루)이 구분되지 않았다는 점도 신발을 신는 문화와 관련이 있다고 말합니다. 애초에 침실이 없으니 신발을 신고 돌아다니다가 구석 침대에서 잤던 거지요.
외국이라고 다 신발을 신고 생활하는 건 아닙니다. 온돌은 없어도 동아시아, 동부 유럽, 중동과 아프리카 일부 지역, 북유럽과 캐나다에서는 신발을 벗는 문화가 존재한다고 위키피디아에 나와 있습니다. 이쯤 되면 신발을 신고 생활하는 지역이 더 예외적이라 볼 수 있지요. 요즘엔 미국에서도, 특히 중서부 지역에서는 위생 문제 때문에 손님에게 신발을 벗고 집에 들어오기를 권한다고 합니다.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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