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엄마. 한겨레 자료
→ 몇 차례 말씀드렸지만 전 미혼남입니다. 어린아이가 입술을 튕기며 침을 튀기면 비가 온다는 말이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자세 바로잡고 추적해보겠습니다.
두 입술을 부르르 떨며 침을 내뱉거나 튀기는 행위를 우리말로 ‘투레질’이라고 합니다. 질문은 좀 간단해졌습니다. 유아의 투레질 뒤 비가 오나, 입니다.
일단 적잖은 주변인이 비슷한 속설을 들었다고 합니다. 저만 과문해 듣도 보도 못한 속담입니다. 조카만 넷인데 누구도 “삼촌, 나 투레질할 거니까 비 오는지 봐줘”라고 얘기하지 않고 자라버렸습니다. 어머니는 저의 투레질에 대해, 누이들은 조카의 투레질에 대해 들려준 바 없습니다.
결국 인터넷을 뒤졌습니다. 지난 3월9일치 한 주부의 블로그 글이 검색됩니다. “오늘은 00이 태어난 지 77일째 되는 날. 요즘 며칠째 우중충한 날씨가 계속되는데 이런 날에 아가들은 투레질을 한다. 먹은 것을 잘 올리고 뒤척이고 불편해한다”는 내용입니다.
실체가 좀 잡힙니다. 환경에 민감한 유아가 우중충한 날씨에 내보이는 반응일 수 있습니다. 우중충한 날씨는 저기압과 관련됩니다. 실제 기상청의 김승배 통보관은 “인체가 성숙하지 않은 아이들이 기압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일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왜 민감한 반응이 방귀나 물구나무서기는 아니냐는 의문이 남습니다. 저기압일 때 폭탄주를 말아먹는 일부 기자처럼, 분유에 모유를 섞어 마시고 싶을 수도 있을 텐데 말이죠. 농담입니다.
위 주부의 글에 댓글이 있었습니다. “갓난아기는 아직 호흡기가 공기 밀도에 잘 적응하지 못해 예민한 상태라고 합니다. 비가 오려면 저기압이 되어 산소량이 줄어들게 됩니다 그래서 투레질을 하며 심호흡을 해 모자라는 산소를 많이 흡수한다는 것입니다.” 산소가 부족해 한숨을 내쉬면서 침을 내뱉는다는 설명도 검색됩니다. 둘 다 한 동작으로 이어지는 듯합니다. 취재 참 쉽습니다. 전문의가 ‘오케이’만 하면 됩니다.
서울 하정훈소아과의 하정훈 원장에게 문의했습니다. “20년 넘게 소아과를 운영하는데, 투레질하는 아이들을 매일매일 셀 수도 없이 본다”며 “과학적 근거가 떨어진다”고 말합니다. (아뿔싸!) 하 원장은 도시 대기에서 기압차에 따른 산소 농도차는 미세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고지대 아이들이 투레질을 하느냐고 반문합니다. 만일 맑은 날 아이를 데리고 높은 산에 갔더니 투레질을 했다면 타당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그 역시 “어머니로부터 투레질에 관한 얘기를 들었다”며 “아이들은 원래 침이 많아 흘려 내보내는 것”이라고 정리합니다. 기사 마감할 시간이 됐다고 했습니다. 하 원장은 “환경이 달라지면 손가락을 빨거나 입술을 무는데 스트레스 때문이고, 그런 연관은 있을 수 있다”고 여지를 남깁니다. 그래서 이렇게 마감하겠습니다. 날씨에 특히 민감해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가, 하필 투레질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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