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만금 신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 인용판결이 내려진 2025년 9월11일 오후 서울 양재동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새만금 신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인단과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단원들이 인용 판결을 들은 뒤 기뻐하고 있다. 한겨레 김태형 기자
“단군 이래 최대의 국책사업.”
이재명 정부의 최대 승부수인 ‘3대 메가프로젝트’를 떠올릴 만한 표현이다. 2026년 6월29일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이 함께 자리한 국민보고회에서 호남권 반도체 팹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상이 발표됐다. 3대 메가프로젝트의 투자 규모는 800조원에서 1500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2027년 예산안에 21조3천억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이 별명의 주인공은 따로 있다. 바로 새만금간척개발사업이다. 전북 서해의 군산·김제·부안 앞바다에 33.9㎞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를 쌓아 담수호를 만들고, 2050년까지 호수 118㎢와 매립지 291㎢를 새로 만드는 프로젝트였다. 총면적 409㎢는 서울의 약 3분의 2에 해당하는 크기다.
새만금 사업은 1987년 민주정의당 대통령 후보 노태우가 호남의 표심을 노려 내놓은 공약에서 시작해, 40년간 아홉 명의 대통령을 거치면서 끊임없이 그 계획이 수정돼왔다. 이재명 정부 들어서는 대단한 실효가 없는 계획이라는 판단과 함께 “30년 끌어안고 ‘끌탕’하지 말자”는 대통령의 말에 따라 완료 시점을 2035년으로 앞당기고 매립 면적도 축소했다. 그 성격 역시 민간 주도에서 공공 주도로 전환됐다. 시간 속에 켜켜이 쌓여온 이런 ‘끌탕’의 난맥상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것이 2023년 ‘잼버리 사태’였다.
2026년 7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전북 군산과 전주를 찾은 정청래 의원의 발언이 신경 쓰인 것은 이 때문이었다. 그는 ‘3대 메가프로젝트’를 두고서 “전남광주만 많이 투자하고 우리 전북은 어쩌면 좋으냐”는 도민들의 염려를 들었다며 ‘전북 소외론’을 들먹였다. 당시 ‘내전’이라 불릴 정도로 뜨거웠던 민주당 내 갈등 앞에서 대통령이 전남광주 메가프로젝트를 꺼내 들었으니, 자신은 전북을 챙겨보겠다는 계산이 엿보였다.
어디 대통령들뿐이었겠는가. 지난 40년간 온갖 정치인이 창창한 미래를 약속하며 새만금이라는 메가프로젝트를 미끼로 던졌는데, 어째서 ‘전북 소외론’이 등장할 수 있을까? 그 대규모 국책사업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저 실패한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실패 중이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이원택 전북특별자치도지사가 새만금 복합리조트와 카지노 도입 등을 언급하면서 분위기는 더욱 차가워지고 말았다. 이재명 정부의 입을 보고 있으면 대한민국 국민이 먹고살 유일한 길은 반도체와 AI 산업 부양뿐인 것 같은데, 관광이라니. 사람들에게 이게 먹힐 리 만무하다.
1989년 최초 계획 수립 당시 새만금에 책정된 사업비는 1조3천억원이었다. 그러나 2010년 방조제가 완공됐을 때 여기에 들어간 건설비만 약 2조9천억원이 된다. 이미 예산의 두 배를 훌쩍 넘긴 비용이 매몰됐다. 이듬해인 2011년 제출된 새만금종합계획서에는 내부 매립을 비롯해 도로와 항만 건설 등 인프라 구축에 추가로 22조8천억원을 투입하기로 한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매립지의 용도가 변경되고, 새로운 투자가 약속되는 등 다각도로 발버둥을 쳤지만, 부지 매립과 개발은 지금까지 계획 면적의 40%에 그친 채 (역시나 이재명 대통령의 표현을 빌리자면) 도민들에 대한 “희망고문”만 반복되고 있다.
개발과 함께 펼쳐지는 풍요로운 삶이라는 약속의 실현은 끝없이 지연되는 와중에 새만금 방조제 건설에 반대한 이들의 암울한 예측은 현실이 됐다.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로 손꼽혔던 습지는 파괴됐고, 갯벌 생태계는 붕괴했다. 수산업 기반도 무너져, 2019년을 기준으로 봤을 때 1991년 착공 이후 전북 지역 수산물 생산량은 42.3% 감소했다. 이는 당연히 인구 감소로도 이어졌다. 그동안 정부가 인공 담수호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4조원을 쏟아부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인간이 만든 시설로 생태계의 순환 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으리라는 허황한 믿음이 스스로 좌초된 셈이다. 결국 2020년, 정부는 손들었고, 부분적이지만 해수 개방이 시작된다.
이처럼 국가가 10억달러(약 1조3천억원) 이상을 투입하는 대규모 국책사업, 이른바 메가프로젝트가 길을 잃는 것은 비단 새만금만의 문제는 아니다. 메가프로젝트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벤트 플루비야는 대형 개발사업 상당수가 애초 예상보다 비용이 늘어나고 일정이 지연되는 반면, 기대했던 편익은 충분히 실현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비용과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편익을 과대평가하는 ‘낙관주의 편향’과, 사업 승인을 위해 정보를 전략적으로 왜곡하는 ‘전략적 허위 진술’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요인과 함께 일단 사업이 시작되고 나면 사업을 중단하기도 계획을 되돌리기도 어려운 상태에서 각종 문제가 누적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굴러가기 시작한다.(자세한 내용은 채영근, ‘새만금 조성의 역사에 대한 평가–메가프로젝트의 역설’을 참고할 수 있다.)
AI와 반도체를 먹거리로 삼겠다는 ‘3대 메가프로젝트’는 그럼 다를까? 여기에서도 ‘전략적 허위 진술’과 ‘비현실적 낙관주의 편향’이 작동하는 건 아닌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하지만, 정부는 ‘3대 전쟁’이라는 은유에 알맞게 숙의 없는 속도전을 개시한 참이다.
홍석만 참세상연구소 소장은 ‘3대 메가프로젝트’를 통해 들어서는 거대 시설이 전남광주 지역의 땅, 전력, 물은 점유하지만 그로부터 생산되는 부가가치는 지역 밖으로 빼가는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 지적한다. 이 과정에서 지역이 떠안는 것은 대규모 토지를 오랫동안 묶어두는 일과 그로 인한 인근 개발 제한, 송전선과 발전소 건설을 둘러싼 갈등, 물 부족과 소음, 열섬 현상, 그리고 도로·산업단지 조성비 같은 비용 등이다.
반면 데이터 소유권과 의사결정권, 기업의 이윤 및 배당과 특허권, 고액 전문직의 소득, 데이터뿐 아니라 주가 상승에 따른 수익, 부동산 이익 등은 모두 민간 기업의 본사로 흘러들어 간다. 게다가 생산의 수요가 조정될 때, 지역에 대한 투자를 이어갈지, 부지를 이전할지, 그래서 현지 고용은 어떻게 조정될지 등을 정하는 권한 역시 민영 기업 본사에 있다. 도민이 참여하는 민주적 의사결정 절차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공장이 들어서는 지역과 발전·송전 시설이 들어서는 지역이 짊어질 부담도 서로 다르다. 발전과 송전 지역의 경우에는 환경과 경관이 훼손되고, 물 부족과 선로 등을 둘러싼 갈등을 떠안지만, 정작 전력과 물은 그 지역을 통과해 다른 지역으로 흘러간다. 보상은 일회성이지만, 시설은 오래도록 남는다.
“그렇게 불평등은 공공 인프라에서 기업의 초과이익으로, 다시 원청과 주주, 토지 소유자의 몫으로 흘러가며 임금과 자산, 지역 격차로 굳어진다”는 홍 소장의 말은 웃어넘길 수 없다. 물론 이것도 3대 메가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된다고 가정할 때의 이야기다.
이 불 보듯 훤한 스토리를 모르는 바가 아닌데도 우리는 왜 메가프로젝트에 매혹될까? 합리적 판단보다는 숭고미에 압도되기 때문이라는 것이 플루비야의 진단이다. 기술자와 엔지니어들은 ‘최첨단 기술’로, ‘최대 규모’의 인공물을 건설한다는 도전 의식에 사로잡힌다. 기술적 숭고함이다. 정치적 숭고함도 있다. 정치인들에게 메가프로젝트는 자신의 치적을 보여줄 수 있는 기념비다. 재임 시절에 질러놓고서 결과는 책임지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임에도 그들이 메가프로젝트에 몰두하는 이유는 이 야망에 있다. 세 번째로는 경제적 숭고함이다. 공사가 커질수록 이익도 커지는 건설과 수주업계의 셈법이 여기에서 작동한다. 연루된 산업의 네트워크가 얼마나 돈을 버는가가 중요하지, 사업의 경제적 합리성은 고려 대상이 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미적 숭고함이다. 지역의 정체성을 만들어주는 지형지물의 건설에 사람들은 열광한다. 기네스북에 세계 최장으로 등재된 방조제라니!! 그것이 무엇을 죽였는지는 더 이상 알 바가 아니다.

전북 군산 새만금 수라갯벌의 2023년 모습. 한겨레 류우종 기자
이 모든 것이 인간이 만든 것 앞에서, 인간 자신에게 느끼는 숭고함이라는 사실에 숙연해진다. 호모 라피엔스, 즉 ‘약탈하는 인간’이라는 이름이 걸맞은 나르시시즘이다. 그보다는 달과 지구행성과 물과 바람과 흙이 서로 얽힌 채 8천 년을 쌓여온 갯벌, 그 갯벌에 기대어 살아온 셀 수 없이 많은 생명, 계절마다 대륙을 가로질러 그곳에 내려앉는 철새들, 그런 존재들이야말로 어떤 인간적인 계획으로도 다시 만들어낼 수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매혹과 두려움의 대상이지 않은가. 그것이야말로 한없이 작은 인간이 숭고미를 느껴야 할 무언가가 아닌가.
2026년 10월14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새만금 사업의 일부인 ‘새만금 신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 항소심이 열린다. 오늘 여러분에게 메가프로젝트에 관한 고민을 털어놓은 이유다. 2025년 1심 재판부는 조류 충돌 위험과 생태계 파괴 조사가 미흡했고, 구체적인 대안도 제시하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어 국토교통부의 기본계획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새만금은 지난 40년간 메가프로젝트의 실패를 몸소 증명해왔다. 그런데 이 사업의 운명을 갈랐던 법적 판단은 2006년 대법원에서 나왔다. 법적으로 개발 계획을 승인해준 것이다. 2025년 새만금 신공항 1심 판결이 나왔을 때 환경단체가 “20년 전과 같은 과오를 반복하지 않았다”며 반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가오는 판결에서 고등법원 역시 20년 전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새만금 신공항 건설이라는 오류를 막아서는 것에서 거대 토건이라는 허황한 환상을 깨는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
손희정 시사덕후·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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