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굳이 ‘위성 장관’이 되시려거든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2026년 9월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진양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겨레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이재명 정부의 첫 개각을 둘러싸고 여론이 시끄럽다. 특히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비판이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내용으로 제출되는 중이다. 그 이야기를 시시콜콜 이 지면에서 다 다룰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다음과 같은 질문 앞에서는 오래 서성이게 된다. 도대체 성평등가족부란 무엇인가? 무엇이길래 이런 인선이 가능하고, 또 이런 소동이 벌어질까.
“노동부가 노동자를 위한 부처가 아니듯, 여성가족부도 여성을 위한 부처가 아니다.”
성평등가족부가 아직 여성가족부이던 시절, 주변의 페미니스트 사이에 떠돌던 자조적인 농담이다. 농담이라고는 해도, 딱히 근거 없는 말도 아니었다. 실제 여가부는 예산 편성에서부터 ‘여성’을 위한 부처라기보다는 가족·청소년 정책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2022년을 기준으로, 여가부 예산은 가족 정책 62.2%, 청소년 정책 17.5%, 여성의 경제활동과 고용 차별 등을 다루는 여성/성평등 정책 7.4%, 폭력 피해자 보호, 지원 사업 등을 다루는 권익증진 정책이 9.6%로 배분돼 있었다.
이제는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진 ‘게임셧다운제’는 여가부의 여성 정책 혹은 페미니스트 정책이 아니라 청소년 정책이었지만, ‘게임 못하게 하는 엄마/여자친구/아내’ 같은 스테레오타입과 만나면서 청소년 여성혐오의 주요 원인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여기에 여가부가 과자 죠리퐁 판매를 금지했다는 식의 가짜뉴스도 한몫했다. 이준석 같은 극우 책사가 대선 캠페인에서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어 남성 청년의 표심을 공략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맥락 때문이었다.
이재명 정부 들어 여가부는 ‘성평등가족부’로 개편됐다. 김대중 정부에서 ‘여성부’가 설립된 지 24년 만의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성평등가족부가 시대의 요청에 부응하는 적절한 명칭이라고 생각한다. 가족 문제를 자연스럽다는 듯 여성 문제와 한자리에 놓는 고리타분한 성역할 고정관념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인간을 여성과 남성 두 성별로 나누는 이분법적 인식을 넘어 다양한 젠더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가능성 역시 열어놓았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에서 이런 페미니스트 비전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었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았다. 이재명 정부에 ‘성평등’은 여성이 경험하는 구조적 성차별과 남성이 경험하(고 있다고 주장되)는 ‘역차별’을 같은 부처 아래 나란히 놓기 위한 알리바이에 가까웠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여성 정책을 주로 하겠지만 특정 부분에서의 남성 차별을 연구하고 대책을 만드는 방안을 점검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성형평성기획과’가 신설된다.
구조적 차별과 개인이 특정 영역에서 느끼는 불이익을 같은 범주의 문제로 다루는 순간 여전히 공고한 성별 권력 비대칭의 문제는 지워지고, 부처는 ‘억울한 사람들의 민원을 심사하는 곳’이 돼버린다. 병역 부담 등 청년 남성이 실제로 부딪히는 어려움이 있다면, 이는 국방부 등에서 다룰 일이다. 이를 성평등가족부의 책임으로 미루는 것은 ‘여성 정책=남성 역차별’이라는 제로섬 프레임에 정부가 인증 도장을 찍어주는 셈이었고, 이는 실효가 있는 정책적 설계라기보다는 정치적 제스처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첫 성평등가족부 장관의 인선은 환영할 만했다. 원민경 장관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장, 한국여성의전화 전문위원, 서울시 아동학대예방센터 아동학대사례전문위원 등을 지내며 오랫동안 여성계와 협업해온 여성·인권 전문 변호사였다. 재임 기간에 정치적으로 전시할 화려한 퍼포먼스는 없었다고 해도, 표류 중이던 여성가족부/성평등가족부의 업무를 정상화하고 활동 기반을 차분하게 닦았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취임 약 1년 만에 후임자 지명과 함께 물러나게 됐다.
그 후임자가 바로 용혜인. 기본소득당 소속 국회의원이다. 덕분에 이번 인선을 두고 페미니스트 정치는 또다시 두 개의 전선이 겹친 자리에 섰다. 용 후보자 지명에 찬성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그가 ‘꼴페미’라고 공격받는 것에도 “노”(No)라고 말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무슨 이야기일까?
세간에서는 이번 개각을 “급한 불을 끄는 인사”(김민하)라고 평가한다. 주가와 부동산 정책으로 이반한 민심을 잡고, 조국혁신당 소속 이혜민 의원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등을 영입함으로써 ‘문파’인 ‘코어 지지층’의 마음을 달래려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용혜인 낙점 역시 이 행보의 일환으로 읽힌다. 이재명 정부에서 이반하고 있는 또 하나의 코어층, 즉 20·30대 여성을 위한 선택이었던 모양새다.
내가 갸우뚱하게 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용혜인으로 어떻게 20·30대 여성의 마음을 잡겠다는 것일까? 그는 전혀 20·30대 여성, 특히 페미니스트에게 매력적인 정치인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갈지도 모르겠다. 이준석, 한동훈, 김재섭, 김용민 등 안티페미니스트 진영이 “‘용페미’ 기용이라니 황당하다”(김용민)며 소란스럽게 반대하고 나선 탓에, 없던 여성 지지세조차 만들어질 기세이기 때문이다.
이준석은 용 후보자 지명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개인 소셜미디어에 이런 글을 올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복어 독을 들이켜는데 나라는 다시 한번 그 진통에 휘말릴 겁니다. 꼴페미들을 겨우 정리했더니 그걸 왜 또 건드립니까. (…) 차라리 종북을 하세요.”
지금은 사라진 이 게시물에 달린 댓글에는 “역시 준스톤”이라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최근 ‘몰락’에 가까운 수준으로 영향력을 상실하고 있는 전 개혁신당 대표께서 드디어 자기 이름을 드높일 판이 돌아왔다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이 게시물에서 ‘페미니스트’는 ‘복어 독’과 같은 존재, 정치에 해악을 끼치는 골칫거리로 등장한다.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인 기본소득당 용혜인 원내대표가 2026년 8월31일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짐짓 점잖은 듯 글을 올린 한동훈의 코멘트도 문제적이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①용혜인이 보완수사권 폐지에 찬성해서 여성들을 위험으로 내몰았다는 점 ②비동의간음죄 도입에 동의했다는 점 ③생활동반자법을 공동발의하면서 ‘동성혼’ 제도 도입에 찬성했다는 점 등을 반대 이유로 꼽았다. 그는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특정 진영과 이념의 대변인이 아니라 남녀 모두를 아우르는 국민 전체의 장관이어야 한다”고 자못 비장하게 글을 마무리한다. 여기서 말하는 ‘국민 전체’란 누구인가. 구조적 차별을 다루는 부처에 ‘중립성’을 요구한다는 것은 결국 차별 구조에 대해 아무 일도 하지 말라는 협박의 다른 표현이다.
더 문제적인 것은, 한동훈의 게시글이 페미니즘과 성소수자 인권운동은 불온한 이념이고 “진짜 여자”들을 위험에 빠트린다고 주장하면서 자신들이야말로 “진짜 여자”들을 위한 “바른 인권” 운동이라고 주장하는 극우 개신교의 ‘반젠더론’과 수사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용 후보자 지명에 바른인권여성연합, ㈔위민앤패밀리, 자녀교육권부모연합(PACER), 태아여성보호국민연합, ㈔대안연대, 진정한평등을바라며나쁜차별금지법을반대하는전국연합, 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 등도 반대 성명을 발표했는데, 이들의 반대 사유가 한동훈과 대동소이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동훈의 정치적 기반 역시 여기에 놓여 있으므로, 그가 보수 안에서 권력을 잡았을 때 어떤 안티페미 정치가 펼쳐질지는 예측 가능하다.
그렇다면 용혜인은 정말 ‘꼴페미’일까? 여성계의 반응을 보면 그가 성평등 문제에 전문성을 가진 인사는 아니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논평에서 “성폭력 피해자와 법 취약자들이 눈물로 존치해달라고 호소했던 보완수사권의 완전 폐지를 앞장서서 주장한 인사가 어떻게 약자의 안전권을 보장하겠느냐”고 일갈했다.
그가 제21대, 제22대에 걸쳐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는 동안 대표 발의한 법안 116건 중 여성가족위원회·성평등가족위원회 소관 법안은 단 한 건도 없었다. 대신 그가 적극적으로 내세우는 것은 본인이 ‘30대 워킹맘’이라는 것. “주말 아침 여섯 살 아이를 돌보다 (후보자) 지명 소식을 들었다”는 육아 플롯을 후보자 자기 서사 쓰기의 가장 첫 자리에 배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워킹맘의 자아실현과 노동권 보호는 성평등 의제에서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워킹맘’이라는 것 자체가 성평등가족부 장관의 자질을 보증해주는 것은 아니다.
인선이 발표된 다음날인 2026년 9월1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성평등가족부 예산안의 내용을 보면, 이야말로 정부의 성평등 인식과 궤를 함께하는 것 같다. 2027년 성평등가족부 예산은 2조1191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그러나 늘어난 예산의 약 95%는 혼인지원금 등 가족 정책에 집중됐고, 젠더폭력 대응을 비롯한 안전·인권 관련 예산은 오히려 감액됐다. 보완수사권 폐지에 쌍수를 들고 환영했던 장관이 이런 조건에서 여성 인권을 위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용혜인 한 명의 자질을 다투는 일만큼이나 도대체 이 정부가 성평등가족부를 어떤 부처라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정치라는 체스판 위에서 어떤 말로 활용하는지에 대해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청년/여성은 산적해 있는 불평등과 폭력의 문제, 안전과 생명의 문제를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실용적’인 인선을 원하지, 야합의 네트워크 속에서 부상한 ‘소수자의 얼굴’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용혜인이 성평등 정책에 소극적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보조를 맞추는 ‘위성 장관’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그저 기우이기를 바란다. 장관이 되신다면, 부디,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정치적으로 약은 판단을 기민하게 해왔던, 그 집단적 능력을 잘 발휘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손희정 시사덕후·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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