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성형 인공지능(AI) '빙'에 '이준석 후보 지지 청년과 그 반대 입장을 가진 청년이 대화하는 모습을 그려달라'는 등의 지시어를 입력해 생성한 이미지.
이 정도면 법칙(law)에 가깝다. 민주 진영 사람들은 선거가 끝나면, 젊은 세대에 관해 이야기한다. 적어도 200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거의 20년을 반복해서 말이다. 선거에 진 뒤 젊은 세대 투표율이 낮아서라고 이야기했고, 선거에 이겼을 땐 또 젊은 세대 덕분이라고 그렇게 치켜세웠다. 최신 버전은 ‘이대남’(20대 남성)인데, 2021년 4·7 재보궐선거, 2022년 대통령 선거, 2025년 대통령 선거에서 모두 이들이 왜 ‘보수화’됐는지에 관한 논의가 공론장에서 꺼지지 않고 있다. 물론 최근 청년층 내부에서 나타나는 정치 및 가치관 성향의 성별 격차가 분석과 해석이 필요한 흥미로운 현상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 논의 저변에 ‘도대체 쟤들은 무엇이 잘못됐기에 우리에게 투표하지 않지?’라는 멘탈리티가 부착됐다는 것 또한 부정하기 어렵다. 이준석에게 투표한 청년 13명의 목소리를 들어보려는 기획이 반가우면서도, 한편 이 기획이 어떤 방식으로 유통되고 소비될지에 우려가 생기는 이유다.
언론과 학계가 생산한 단차원적 ‘청년’ 담론이 대중적으로 퍼지는 일에 이의를 제기해온 연구자로서, 나는 ‘이대남’ 혹은 ‘이준석 지지자’ 문제에 대해서도 같은 태도를 보이려 한다. 어떤 사람들을 집단으로 묶어 이름 붙이고 그 특성을 설명하기 시작하는 순간, 그들에 대한 이해를 획득한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우리가 갖게 되는 것은 대부분 오해와 편견이다. 집단의 대푯값을 도출하고 집단 간 비교 분석하는 것은 중요한 학술적 연구주제지만, 실전에서는 별 도움이 안 되기도 한다. 지역과 세대, 계층 등에 따른 정치 선호를 백날 분석해왔지만, 우리는 그 방법으로 갈등을 해소하지 못했다. 청년이 보수화됐다는 분석이 (민주 정치인의 입에서 청년을 비난하는 언어가 나오거나, 민주 지지자들이 실제 청년 유권자에 대해 의심을 품게 하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 청년을 정말 보수화해버린 것으로 느껴질 때도 있다. 일종의 전략 실패라고 할 수도 있겠다.
정치 과정을 통해 설득하거나 혹은 한 마을에서 공존해야 하는 동료 시민들에 대한 오해와 편견은 곧잘 특정 집단에 대한 ‘분석적 지식’으로 둔갑해, 우리가 소통하는 일을 더욱 어렵게 한다. 외집단에 대한 분석은 우리의 다름을 이해함으로써 공존을 원활히 하는 방식으로 쓰이기보다는, 오히려 ‘쟤네’에 대한 적대감이나 우월감을 바탕으로 ‘우리’의 결집을 다지고 집단 간 소통을 없애는 방향으로 나아가고는 한다.
탈진실과 관련한 학회에 참가하던 중 퍼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탈진실(post-truth)을 늘 노년 세대의 부족한 디지털 리터러시(이해력)와 연결해 논의하다가, 요새 갑자기 ‘이대남’과 온라인 커뮤니티 문제로 넘어와 논의하게 됐을까? 왜 나 또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도 탈진실에 취약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덜 이야기할까? 남을 비난하기 전에 자신부터 돌아보라는 말은, 맥락에 따라 그 말이 오히려 폭력적인 입막음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이 입법과 행정 권력을 쥔 지배적 정치 집단이므로, 내가 충분히 포용적인지를 되돌아볼 수 있는 윤리를 기대하는 것이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민들에게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볼 기회 자체를 줘야 한다. 정치적 시민에게 필요한 지식은 ‘이대남은 어떻고 이대녀는 어떻다’는 ‘상식’의 형태로 물화된 정보가 아니라, 다른 정치적 견해를 지닌 동료 시민과의 대화 속에서 가끔은 설득하거나 설득당할 수 있는 신체적 역량이다. 더 다차원적인 담론은, 특정한 유권자 집단을 섣불리 일반화하기에 몰두하기보다는 일단 다른 시민의 말을 경청함으로써 정확하게 이해하기에 집중할 것이다. 독자는 외집단에 대한 자신의 시각을 넓히고 새로운 대화의 가능성에 이끌릴지도 모른다. 직접 인터뷰한 기자들이 먼저 얻었을 마주침의 기회가 독자에게도 분배될 수 있기를 바란다. 나 자신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지지자만 빼고는 함께 활동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20대를 살았다. 인터뷰를 통해 나와 아예 다른 입장의 ‘보수’ ‘반페미니즘’ 청년을 만난 일은, 그들에 대한 적대감을 강화하기보다는 오히려 다르지만 대화할 수 있음을 깨달은 긍정적인 경험으로 남아 있다. 다른 견해를 지닌 사람과 소통하면서도, 오히려 내 입장을 더 다듬고 강화할 수 있다는 사실도 배웠다.
한겨레21의 이번 인터뷰 전문을 읽으며, 내 세계의 좁음을 또 한번 경험했다. 이준석에게 투표한 청년들은 내 예상에 들어맞는 부분도 있었지만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이야기도 들려줬다. 이준석이 ‘펨코(에펨코리아)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어 지지자들도 비슷한 성향을 공유하리라는 선입견과 다르게, 이준석에게 투표한 사람들이 꽤 다양한 서사와 맥락을 가질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확인했다. 응답자 대부분은 온라인 커뮤니티 펨코에 접속한 경험이 없었고, 기자의 질문을 통해 펨코를 처음 들어보고 검색한 사람도 있었다. 페미니즘에 거부감이 덜하고 ‘여성가족부 폐지’에 찬성하지 않는 목소리도 생각보다 많았고 ‘반중 정서’를 엄청나게 공유한 것도 아니었다.
나는 여전히 이준석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준석에게 투표했다는 이들과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많겠다는 감각이 생겨났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어차피 이재명이 당선될 것으로 생각해, 청년의 상징성을 가진 이준석에게 표를 주었다는 응답자와는, 유권자의 선호가 정확히 반영되지 않는 선거제도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의 중차대한 문제에 대한 비전 제시는 과소하고, 편가르기 정치나 선심성 공약은 과다하다는 응답자에게 나도 똑같은 답답함을 너무 거대하게 느꼈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연금 개혁이든 저출생이든 이준석이 제시하는 비전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말을 얹어서 되묻고 싶기도 했다. ‘정부가 개입해 격차를 줄여야 한다’ 대신 ‘능력에 따른 보상의 격차는 정당하다’는 쪽을 선택한 또래 응답자들에게, 양자택일로 묻는 대신 어떤 재분배 정책은 수용할 수 있는지를 묻고 싶었다. 사실 인터뷰 내용을 읽다보면 ‘경제의 중요성’을 말하는 응답자 다수가 성장이 아닌 분배의 문제를 건드리고 있기에, 우리가 (서로 다르다는 선입견과 달리) 무엇을 공유하고 있는지 더 물어 확인하고 싶었다.
이준석에게 투표한 청년 13명과의 대화가, 적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공존과 대화, 소통을 위해 쓰일 수 있을까? 사실 그 결과는 당신 스스로에게 달려 있다.
김선기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국립부경대 HK연구교수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단독] 윤영호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통일교 자금 수천만원 전달” [단독] 윤영호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통일교 자금 수천만원 전달”](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5/1205/53_17649329847862_20251205502464.jpg)
[단독] 윤영호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통일교 자금 수천만원 전달”

조진웅, 소년범 의혹 일부 인정…“성폭행은 무관”

쿠팡 손배소 하루새 14명→3천명…“1인당 30만원” 간다

전국 법원장들 “12·3 계엄은 위헌…신속한 재판 위해 모든 지원”

우라늄 농축 ‘5대 5 동업’ 하자는 트럼프, 왜?

전국 법원장들 “내란재판부 법안 위헌성 커…심각한 우려”

김현지 “김남국과 누나·동생 사이 아냐…난 유탄 맞은 것”

김상욱 “장동혁, 계엄 날 본회의장서 ‘미안하다, 면목 없다’ 해”

김혜경 여사, ‘우리들의 블루스’ 정은혜 작가 전시 관람

추경호 ‘기각’ 판사 “윤석열과 2분 통화, 내란 공모 가능한가요?”






![[단독]종묘 앞 세운4구역 개발이익, 민간업자 ‘한호건설’이 쓸어간다](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300/180/imgdb/child/2025/1121/53_17637065936975_20251121501950.jpg)

![[단독] “나경원, 딸 관여 사업 ‘예산 증액’ 문체부 압박…문체부, 발달장애 예산 감액하고 1억 늘려”](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300/180/imgdb/child/2025/1114/53_17631317769075_20251114502288.jpg)
![[단독] “발달장애인 체육기관이 나경원 놀이터?”…측근 정치인 회장 낙점·인사 좌지우지](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300/180/imgdb/child/2025/1114/53_17631319055128_20251114502256.jpg)






![[단독] 세운4구역 고층 빌딩 설계, 희림 등과 520억원 수의계약 [단독] 세운4구역 고층 빌딩 설계, 희림 등과 520억원 수의계약](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resize/test/child/2025/1205/53_17648924633017_17648924515568_2025120450403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