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대통령이 2014년 3월10일 산티아고의 라 모네다 대통령궁에 도착해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AFP 연합뉴스
우루과이 전 대통령 호세 무히카가 2025년 5월13일 영면에 들었다. 무히카는 평생 검소한 삶을 살아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불렸다. 나는 그런 무히카에 더해 다른 두 가지 정체성을 지닌 무히카도 함께 좋아한다. 우선 대통령이 되고서도 변하지 않고 좌파 정책을 추진한 정치적 신념을 지닌 무히카다. 그는 2010년부터 5년 동안 대통령으로 일하면서 공공지출을 늘려 40%였던 빈곤율을 11%로 낮췄고, 13%였던 실업률은 7%로 낮췄다. 남미 국가에선 드물게 임신중단과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등 사회개혁도 추진했다.( 1564호 이슈 : “최후의 쉴 권리 누리고 떠난 전사” )
무히카는 고통스러운 삶을 살면서도 인간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은 모습도 보여줬다. 권력을 잡고도 군사정권 시절 자신을 감옥에 가뒀던 이들을 단죄하지 않았다. 그는 2024년 10월 스페인 일간지 엘파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세상을 바꾸려고 했지만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 그래도 재미있었고 내 인생에 의미를 부여했다. (…) 꿈꾸고, 싸우고, 투쟁하며 내 인생을 썼다. 두들겨 맞고 별별 일을 다 겪었다. 그래도 괜찮다.”
먼 나라 전직 대통령의 부고를 듣고 21일 앞으로 다가온 6·3 대통령 선거를 새삼 다시 살펴봤다. 우리에겐 무히카처럼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세금을 더 많이 거둬 공공지출을 늘리겠다는 대통령 후보가 잘 보이지 않는다. 사회개혁도 마찬가지다.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온 임신중단을 처벌하는 법률의 후속 입법을 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사회적 합의에 이르는 것이 매우 어려운 주제”라고 말했다. 이미 국민의 67%가 ‘필요하다’고 답했고(2022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인권위가 “사회적 합의가 충분하다”고 했던 차별금지법은 대선에서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동성애는 담배 피우는 것보다 훨씬 유해하다. 한번 맛 들이면 끊을 수가 없다”고 했던 2018년 혐오 발언이 다시 소환됐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윤석열과 똑같이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했다. 상속세 강화 등을 통한 불평등 해소와 여성가족부 성평등부로 격상, 안전한 임신중단 보장법 도입 등을 공약한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가 있지만, 그의 이름은 언론과 여론조사에서 찾아보기조차 힘들다.(1564호 특집 권영국은 진보의 마음을 득표할 수 있을까)
당장은 절망적으로 보이는 대선이지만, 무히카의 삶은 우리에게 다른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무히카가 27살이던 1962년 치러진 우루과이 대선에서 좌파 연대체인 인민연합 후보는 2.3%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이후 좌파정당 연대체인 ‘프렌테 암플리오’(광역전선)가 집권하는 데는 4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무히카는 광역전선의 두 번째 대통령이다.
가능성을 찾는 일은 절망의 기록을 되짚어보는 데서도 시작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한겨레21은 이번호 표지이야기에서 ‘명태균 게이트’가 어떻게 정경유착을 낳았는지 탐사 보도한다. 한겨레21이 명태균씨가 쓰던 피시(PC) 자료를 단독 입수해 분석한 결과, 현대로템이 윤석열 정부 초기 고속철도 제작·정비 관련 경쟁입찰을 앞두고 명씨를 통해 정부에 로비한 뒤 1조7960억원 규모의 사업 두 건을 수주한 것으로 보이는 구체적인 정황을 확인했다. 발본색원은 이제 시작이다.
이재훈 편집장 nang@hani.co.kr
*‘만리재에서’는 편집장이 쓰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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