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025년 4월27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민주당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수도권·강원·제주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수락연설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12·3 내란 이후 우리는 ‘그렇게 하는 게 당연하다’는 말을 꺼내기 힘든 사회에 살고 있다. 헌법과 법률에 없는 이유를 들며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을 체포하고 윤석열의 폭주를 도운 군인과 관료 역시 축출하는 게 당연한데, 체포와 축출은 즉시 이뤄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국회라도 속히 윤석열 탄핵소추를 하는 게 당연한데, 국민의힘이 몽니를 부리면서 탄핵소추안 의결은 지연됐다. 심지어 헌법재판소는 헌법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면 누가 봐도 즉각 파면이 당연한데, 너무 긴 시간을 소요하며 한참 늦게야 윤석열 파면을 결정했다. 그 와중에 법원은 황당한 이유로 윤석열의 구속을 취소했다.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법언을 따른 것이라고 한다면 윤석열에게 적용된 구속 취소 이유가 다른 피고인에게도 적용되는 게 당연한데, 검찰은 윤석열에게만 특권을 주고 다른 피고인들에게는 같은 법리를 적용하지 않았다.
이렇게 당연한 일이 당연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내란 이후 사회 대개혁을 말하던 시민들은 점점 위축되고 있다. 당장 나라를 안정시키고 보자는 시민들의 의견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기 때문이다. 내란 세력과 당장 맞설 수 있는 힘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이재명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통령 적합도 40~50%를 기록하고, ‘당심+여론’으로 이뤄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89.77%나 되는 압도적 지지를 받은 것은 그런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주권자가 맡긴 권력으로 주권자의 의지를 꺾고, 국민의 혈세로 국민을 공격하는 반정치, 반민주주의를 내 손으로 극복하고 싶었다”는 이재명 후보의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도 그런 의미가 담겼다.
2025년 5월1일 대법원이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을 하면서 나라를 안정시키자는 여론은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이 1심과 2심의 판단이 엇갈린 사건을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판결하면서 6·3 대선에 개입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사법부는 새로운 권력을 창출하는 주권자의 선택 과정에 끼어들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선 안 된다는 게 민주정의 원칙이다.
문제는 이런 당연한 원칙이 6·3 대선에서 또다시 무시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대선 후보를 비롯한 정치권은 대법원의 판결을 근거로 ‘이재명의 사법 리스크’를 하나씩 꺼내며 끝 간 데 없이 대립할 것이고, 지지자들 역시 공격과 방어에 매몰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가 말하는 “일하는 사람 모두가 존중받고, 노력한 만큼 합당한 보상을 받는 사회”(이번호 표지이야기), ‘사회대전환 연대회의’ 대선 후보 권영국 정의당 대표가 말하는 “노동자, 농민, 여성, 성소수자, 청년, 이주민, 장애인”을 소외시키는 “양극화와 불평등 문제”(이번호 포커스)에 대한 논의는 또다시 나중 문제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내란 이후 답답한 일이 생길 때마다 길을 뚫어낸 건 시민들이었다. 내란 세력이 야기한 비관을 낙관으로 바꿀 수 있는 것 역시 시민들이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6·3 대선에 희망을 걸 수 있는 단 하나의 근거다.
이재훈 편집장 nang@hani.co.kr
※‘만리재에서’는 편집장이 쓰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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