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6월3일 국정브리핑을 통해 직접 발표한 ‘동해 영일만 140억 배럴 규모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에 대해 의문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인 오스트레일리아 ‘우드사이드에너지’가 한국석유공사와 2007년부터 석유 공동탐사를 진행했지만 2023년 1월 ‘더는 장래성이 없다’며 관련 지분 50%를 매도하고 철수한 사실이 <시사인(IN)> 보도로 확인됐다. 우드사이드에너지가 탐사한 지역은 정부의 매장 추정지(동해 8광구와 6-1광구 북부)와 일치한다.
같은 탐사 자료를 놓고 우드사이드에너지와 달리 ‘석유가 나올 가능성이 20%’라고 밝힌 미국 자문업체 ‘액트지오’의 실체도 논란이다. 설립자인 비토르 아브레우가 엑손모빌 등 큰 석유회사에서 근무했던 건 사실이지만, 액트지오는 신생 기업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액트지오가 직접 밝힌 내용을 보면, 이 회사는 2017년 설립돼 직원은 10명 미만, 연 매출 2만7천달러(약 3700만원) 수준이다. 우드사이드에너지(직원 약 5천 명, 2022년 연 매출 168억달러)와 대조된다.
이런 논란에 대해 한국에 온 아브레우는 6월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느낀 것은 (동해상에) 이미 3곳 시추공이 존재하고 이와 관련된 데이터가 굉장히 많다는 점이다. 세 곳 중 ‘홍게’에는 400m 기둥 형태의 덮개암이 존재하고 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품질을 갖추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 이곳에 35억∼140억 배럴의 매장량이 있다고 추정하게 됐다. (석유·가스가 있는지)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은 시추밖에 남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시추공 3곳은 ‘주작’(2012년 시추), ‘홍게’(2015년), ‘방어’(2021년)인데, 이 가운데 ‘주작’·‘홍게’는 석유공사와 우드사이드에너지가 함께 시추했고, ‘방어’는 석유공사가 단독으로 시추했다.
다만 ‘매장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를 묻자, 아브레우는 “여러분이 오해하면 안 될 부분이 20% 성공 가능성은 즉 80% 실패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잠재력을 보여주는 지구과학적 증거를 확인했고, 시추를 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회사의 경험과 규모 등에 대해선 “전세계적으로 석유 매장량이 줄어들어 큰 석유 회사들이 인력 감축을 하고 있어 (큰 회사들) 외부에 훌륭한 인재들이 존재한다. 이렇게 작은 소규모 업체가 대규모 주요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건 산업의 스탠더드”라며 “저희는 시추를 담당하는 회사가 아니라 데이터를 해석하고 분석하는 회사로, 이 분야 거의 모든 관련 기업들이 해석을 위한 인력을 3∼5명 정도 갖추고 있다. 저희는 뉴질랜드·브라질·스위스·영국 등에 직원들이 흩어져 있고, 작년 특정 시점에 인력이 15명까지 늘었다가 지금은 14명”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함께 기자회견 자리에 나온 곽원준 석유공사 수석위원은 “액트지오와 우드사이드에너지의 분석을 단순 비교할 수 없다”며 “2021년 지난 10년간 했던 규모의 4배 가량인 2000㎢의 ‘대규모 3D 탐사’를 실시했다. 2022년 1월부터 해석에 들어갔는데, 당시 공동탐사를 해온 우드사이드에너지는 그 2개월 뒤인 2022년 3월 ‘대규모 3D 탐사’에 대한 충분한 해석이 안 된 상태에서 철수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물리탐사→탐사시추→상업개발’의 단계로 이뤄지는 석유·가스 개발의 초기 단계임에도 “금세기 최대 석유개발 사업인 남미 가이아나 광구보다도 많은 탐사 자원량”(윤석열 대통령), “매장 가치는 현시점에서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 수준”(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동원했다. 하지만 개발 성공 가능성이 20%라며 2024년 12월부터 한 번에 1천억원씩 들여 5번 시추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에 대해 우려가 나온다. 미국 퇴적지질학회 회원인 최경식 서울대 교수(지구환경과학부)는 <한겨레> 인터뷰에서 “(‘성공 가능성 20%’가) 5번 중 1번 성공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물리탐사 데이터는 간접 자료이기 때문에 숫자로 표현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며 “수심이 깊은 동해는 생산단가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착시효과를 줬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자원개발은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런 경험의 축적 끝에야 겨우 성공할 수 있어요. (이 사업에) 수조원의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데, 실패한다고 해도 그 과정에서 사회가 얻어낼 게 있어야 합니다. 정치권이 밀어주니 하는 사업이고 아니면 접는 식으로 추진되어서는 안 됩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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