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이렇게 다당제를 이루었다. 그 어려운 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해냈다.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뭉치자는 이들과 ‘진짜 민주당’을 찾겠다고 박차고 나간 이들, 그래도 당에 남아 훗날을 도모하겠다는 이들, 3지대를 향해 돌고 돌다 아주 멀리 가버린 이들, 그리고 학익진을 펴겠다는 이들까지…. 형식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분당이다.
지지자들도 갈가리 갈라졌다. “입당도 자유, 탈당도 자유”라는 이 대표의 말에서 누구는 당당함을 느꼈으나 누구는 비정함을 확인했다. 최근까지 “그래도 이재명 말고는 대안이 없다”던 한 친구는 그 순간 마음의 상처를 크게 입었다고 했다. 최소한 안타까운 표정이라도 지을 줄 알았단다. 이 대표가 2023년 체포동의안 부결을 호소할 때도 “자기가 무너지면 당도 무너질까봐 그런 것”이라고 편들던 친구이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지지세는 역대 어느 총선보다 쪼그라들었다. 불과 두 계절 전까지 압도적 승리를 장담하던 터라 더 극적이다. 후보 선출의 잣대를 도무지 알 수 없는, 설명되지 않거나 설명하지 않는 공천 과정을 거치면서 지지율 하락세가 가속화했다. 민주당의 누구도 공천의 콘셉트를 설명하지 못한다. 이 대표가 바라는 것은 당의 승리가 아니라 총선 뒤를 대비한 당 장악이라는 말이 퍼졌다. 잠재적 경쟁자 쳐내기가 우선순위라는 평도 나왔다. 이 대표로서는 억울할 수 있겠으나, 그러면 적극적으로 소명하고 증명할 일이다. 앵무새처럼 되뇌는 “시스템 공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갈등을 빚더라도 결국에는 진영 결집을 통해 총선에서 승리하리라는 계산인가. 민주당 대표 자리만 지키고 있으면 한 방에 대권을 잡을 수 있다는 믿음인가. 민주당이 이렇게 사당화되는 꼴을 보기 힘들다는 호소에도 이 대표는 은근슬쩍 언론 탓을 하며 관심을 돌리려 한다. 언론 탓, 여론조사 문구 탓 하면 ‘이미 선거는 텄다’는 건 익히 증명된 여의도의 속설이다. 정치는 도박이 아니다.
스무 살 되던 새해 벽두에 겪은 ‘3당 합당’의 충격 탓인지 쉰 살 넘은 지금까지도 범민주 정서를 나눠온 내 친구 상당수는 최근 ‘마상’ 입은 친구를 거의 마지막으로 그에게서 마음을 거두었다. 시기와 이유는 제각각이다. 김혜경 여사의 법카 사용이 불거졌을 때(진작부터 대권을 준비하던 이가 그런 공사 구분 못하는 짓을 하다니) 대선 직후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에 나섰을 때(기왕이면 성남 가서 안철수랑 붙었어야지) 당대표에 나섰을 때(패장이 염치가 없다) 단식할 때(왜 굶지?) 체포동의안 부결을 호소했을 때(아, 내가 다 쪽팔린다) 이낙연을 비롯해 이상민과 김종민, 조응천, 이원욱을 잡지 않을 때(잡는 시늉도 안 하는구나)를 거치면서다. 의구심이 쌓이고 인내심은 바닥을 쳤다. 조국과는 손잡으면서 왜 동지들은 내쳤을까? 조국혁신당으로 급격히 옮아가는 지지세에 뒤늦게 겁났나? 그게 다 자기 때문이라는 생각은 안 하나? 의문이 따르지만 이제 답을 구하지 않는다. 더는 기대가 없어서다. 거대 야당 대표로서 ‘무도함이 장르’인 정권을 상대로도 보여주지 못한 ‘이재명표 위민 정신’을 더 작아진 정당의 대표를 유지한들 구현할 수 있을까.
이재명은 그간 숱한 위기에서 벗어났다. 돌파보다는 위기를 위기가 아니라고 눙치는 쪽으로. 자기 최면이거나 지지자들을 향한 세뇌, 혹은 지지자들에 의한 세뇌였다. 민주당이 이재명을 이렇게 만들었나. 아니면 그는 원래 이런 사람인가. 민주당은 결국 이재명의 강에 빠졌다.
김소희 칼럼니스트
*격조 높은 정치 칼럼.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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